공매로 8개월 만에 2억 벌기 -꿈돼지-
공매로 아파트를 낙찰받은 뒤 정확한 시세를 확인하기 위해 부동산에 전화를 돌렸다.
사실 입찰하면서 아파트 상태만 파악하러 현장에 들르고, 부동산을 가보지는 않았다. 시세가 오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만큼 부동산 방문까지는 불필요해 보였다.
부동산에서는 생각했던 시세를 불렀다. 명도를 마치고 내놓으면 대략 6,000만원 정도 남겠다고 생각하니 신이 났다.
"그래, 이제 명도만 잘하면 되겠는데?"
잔금실행 3일 전 점유자를 만나러 갔다. 낙찰 후 점유자를 만나러 갈 때까지 '송사무장의 공매의 기술' 책과 행복재테크 카페 경험담을 죽어라 팠다. 공부한다고 했는데, 닥쳐야 진짜 공부를 하게 되는구나 싶었다.
"띵동~띵동띵동띵동"
초인종을 누를수록 떨려오는데 네 번이나 눌렀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 생각하며 준비해 온 명함과 메모지를 붙이려는데 걸쭉한 아저씨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풀어지려던 심장이 쿵쾅쿵쾅 마구마구 뛰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경매 낙찰받은 회사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초인종 너머의 소리를 들으니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겠구나' 싶었다. 잠시 전까지 수도 없이 그려봤던 상황을 떠올리며 심호흡을 하는데, 문 열고 나온 아저씨가 [신세계] 이중구를 닮았다.
집에 가족이 있으니 밖에 나가서 이야기하자는 이중구 아저씨와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 그를 보며 '집이 올수리 됐으니까 명도는 편하게 가자'고 나를 합리화시키며 긴장을 풀어가려 노력했지만 그게 되나.
집 앞 벤치에서 그는 내가 이야기할 틈을 주지 않으며 책에서만 본 이야기, ‘내가 지금은 이렇지만~’을 시작했다. 일시적으로 유동성위기가 생겨 집이 공매에 넘어가게 됐고, 올수리 된 집을 매수했는데 내년 여름쯤 돈이 생길 것 같으니 그때까지라도 월세를 내며 살고 싶다고 했다.
관리비만 300만원 체납됐는데 월세를 100만원씩 내면서???
한참이나 걸린 이중구 아저씨의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야 준비한 대사를 비스무리하게 읊을 수 있었다.
"그러셨군요. 우선 저희 회사 규정상 앞으로 진행되는 공매절차부터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잔금 실행 이후 소유권이 저희 회사로 이전됩니다. 소유권이 이전되면 지금 점유하고 계신 사장님께서는 무단 거주를 하시는 게 되고 소유권 이전시점부터 무상사용에 대한 부당이득청구가 들어갑니다."
"잔금 실행과 동시에 점유이전 가처분 신청과 명도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법원에서 우편물이나 내용증명이 오게 되더라도 너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셨으면 하고요. 저희 회사는 프로세스에 의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는 것이니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다행히 이중구 아저씨는 회사의 룰이 있을 테니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 번 쏟아지기 시작한 내 말은 이제 파도를 타고 날아오르는 서퍼처럼 유연하고 자유로우며 거침없었다. 이건 분명 그렇게 하고 싶던 전문가의 말이었다.
"그리고 사장님, 아까 월세에 준하는 금액을 지불하고 거주하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말씀드린 것처럼, 소유권이 이전된 후 점유하는 기간 동안 무단거주가 되기 때문에 만약 지불하시게 돼도 월세에 준하는 무상사용에 대한 부당이득청구가 될 것 같습니다.(부당이득금 청구라는 것을 강조~!!)
"제가 조사한 바로는 사장님 현재 300만원이 넘는 체납관리비가 있는데 월세에 준하는 사용료 지불은 어떻게 하실 계획이세요?"
이중구 아저씨는 지금 상황이 좋지 않아서 관리비 낼 돈도 없고, 통장이 다 묵인 상태라 당장 월세를 낼 형편은 안된다고 했다.(응???)
하지만 본인이 알기로는 공매에서 차 떼고 포 떼고 하면 얼마라도 남는 돈이 있는 걸로 아는데, 거기서 월세만큼 압류를 걸든지 하면 안되겠냐는 것이었다.
아파트 가격이 계속 상승한 덕분인지 실제 압류금액, 근저당 등등을 제하고 이중구 아저씨에게 배분잉여금은 약간 남는 상황이었다.
"그럼 사장님은 배분받고 남는 잉여금으로 거주기간 동안 부당이득금을 선지급하고 싶다는 말씀이신 건가요? 저희 회사는 처리해야 할 물건들이 많다 보니 빠른 명도를 원칙으로 합니다. 사장님 사정은 충분히 알겠고, 저도 사장님이 합리적인 분이실 것 같아서 최대한 입장을 조율하면 좋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일단 사장님께서 선지급으로(강조*) 부당이득 사용료를 내고 거주할 의향이 있다고 하시니 회사에 보고는 해보겠습니다."
이중구 아저씨는 상황을 이해해줘 고맙다며 개인이 낙찰받으면 바로 들어와야 한다고 해서 곤란할 수 있는데 회사라 다른 것 같다며 내년 여름까지라도 거주할 수 있게 잘 전달해 달라고 했다.
사실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데 바로 팔기는 아쉽고, 그렇다고 전세나 월세를 주면 중간에 매도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고민이었다. 그런데 내년 여름까지 월세를 내며 살고 싶다면 이건 완전 환상적인 시나리오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이게 잘한 걸까, 내가 말려든 건가??? 생각보다 원만한 대화에 긴장은 풀렸지만, 빨리 명도하는게 좋다던데 괜한 여지를 준 걸까 온갖 걱정이 밀려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행복재테크 카페에 문의하니 명도 합의서를 작성하고, 임대료에 준하는 사용료를 받으면 단기로 거주하는 것도 문제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단 월세계약서나 월세라는 말이 들어가면 안된다.
조언을 듣고서야 걱정을 덜었다. 그리고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지 생각하다 우리들의 경험담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1. 명도소장을 인터넷 우편을 보낸다.
2. 점유이전가처분신청하기(회사의 법적조치 신호)
3. 명도합의서 작성
명도소장을 보낸 뒤, 이중구 아저씨와 전화로 2차 면담을 시작했다.
"원래 사내규정상 즉각 명도가 원칙이지만 제가 이번엔 어렵게 회사에 요청을 드렸어요. 월 사용료는 150만원, 6/30일에 이사를 나가시는 조건으로 승인을 받았습니다. 회사 승인된 합의서를 문자로 보내드릴 테니 확인해 보시고 합의서 날인일정 부탁드립니다."
이중구 아저씨는 애써주셔서 감사하다며 합의서 작성일자를 조율했다.
이 아파트는 공매로 진행된 물건으로, 점유자(전 소유주)가 잉여금을 받아갈 수 있는 경우였기에 합의서에 처음부터 점유자가 단기거주 하는 동안 월 사용료를 선납으로 하며, 혹시 밀릴지 모르는 관리비에 대한 부분도 미리 선납금으로 받는 조건으로 작성했다.
합의서 작성 후 혹시나 잉여금 배당시 이중구 아저씨가 월 사용료 입금을 안 하면 어떡하지? 마음을 졸이기도 했지만, 다행히 그는 자산관리공사로부터 배분받는 날 사용료를 입금했다.
송사무장님과 만날 기회가 있었을 때 자초지종을 여쭤보니 '자녀가 있는 가정인 만큼 약속을 어길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셨는데 역시 그 말씀이 맞았다. 이 물건의 경우 점유자와의 단기계약으로 인해 명도가 늦어졌지만, 그 사이 지역의 여러 호재들과 풍선효과로 인해 시세가 꽤 많이 올랐다.
그리고 8개월 뒤 아파트는 팔렸다. 세전 시세차익 2억원을 남기고…
행복재테크를 만나고 인생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고, 가슴 뛰는 즐거운 일을 찾게 되었고,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을 만났고, 어려운 시기이지만 기회를 맞이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서, 갑자기 시장 환경이 바뀌어서, 지금은 앞이 보이지 않는 때라서, 오늘 이 순간 새로운 도전이 막막하고 두려운 분들도 계시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연히 두려워하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도전하며 나아간다면, 누군가는 새로운 기회를 선점할 것이라는 걸 알기에 행크에서 함께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위 글은 행복재테크 칼럼니스트 꿈돼지의 2020년 경험담을 재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