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할 집 경매로 고르기 -파이팅팔콘-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처음 경매를 시작할 때 이런 생각을 했다.
수리비용만큼만 싸게 받아도 큰 이익이지 않을까?
수익 없이 인테리어 하는 비용만 아껴도 그게 어디인가.
지인들 집을 구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나는 경매로 자가 주택을 구할 때 두 가지 version을 세운다.
1. 입주한지 5년 이내의 새 아파트를 낙찰받는다.
- 2년 뒤 비과세를 만들어서 다시 팔고 나온다.
- 아이들이 있는 경우 학교를 옮기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같은 단지 내 물건으로 낙찰받는다.
- 그럼 2년에 한 번씩 적어도 몇천만 원은 남길 수 있다.
2. 수리해야 하는 수준의 아파트를 낙찰받아 내가 원하는 만큼 수리한다.
- 수리해야 하는 아파트들의 장점은 일단 위치가 좋다.
- 신규 아파트 단지들이 가지는 단지 자체의 쾌적함과 깔끔함은 없지만,
- 구도심이 가지는 위치적 장점과 상권의 안정화 등이 장점이다.
- 내가 하고 싶은 인테리어를 할 수 있다.
BUT 현금이 많이 묶인다.
예를 들어 보자.(기타 부대비용 없다는 기준)
5억 물건을 낙찰받아 수리비용 5000만 원을 지출한다면 현금은 약 1.5억 원이 묶인다. 한 달 이자는 130만 원가량.
6억 원의 새 아파트를 낙찰받으면 현금 1.2억 원이 묶인다. 월 이자는 160정도.
결국 현금 묶이는 것과 월 대출이자를 생각하면 새 아파트 1억 정도 더 비싼 것을 받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에 새로 집을 구하면서 위의 두 가지 버전으로 입찰을 지속하다가 2번 항목에 해당되는 집을 낙찰받았다. 실거주할 집을 인테리어 비용만큼 싸게 받아서 전부 수리를 하고 들어오게 됐다.
주위를 보면 경매를 하면서 시간을 많이 뺏기다 보니 경매 수업이나 모임에 참석하면서 집안의 눈치를 보다가 결국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내가 살 집을 낙찰받아 수리해서 가족에게 신뢰를 얻는다면 할 말이 있지 않을까? 물론 경매도 더 잘하고.
현재 낙찰을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하신 분들은 일단 내가 거주할 집이라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명도는 시기에 큰 구애를 받지 않을 수 있고, 인테리어도 한번 해보면서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이런 재료를 쓰면 어떻게 나오는지 알 수도 있을 것이다.
수리를 마치고 나면 부동산에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도 한번 물어보고. 그렇게 배워나갈 수 있다. 경매로 수익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내가 살 집을 구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이번에 낙찰받은 집에 대한 일련의 진행 과정이다.
처음 낙찰받기 전 다른 세대의 물건을 봤을 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낙찰받고 가보니 집 상태가 엉망이었다. 자신의 집이 경매로 넘어가서였을까, 집 상태가 주인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만 같았다.
집주인은 흔히 듣는 아는 동생 보증을 섰다가 문서도 한 장 없이 말만 믿고 집을 덜컥…
상황이야 어찌됐든, 낙찰받고 거의 한 달 만에 명도를 완료하고 찍은 사진이다.
예상보다 수리할 곳이 많아 마음 아프기도 했지만, 상태가 안 좋을수록 수리하는데 오히려 미련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주 오래된 듯한 판상형 아파트. 개인적으로 셀프 인테리어는 못하는지라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 업체를 선정해 작업했다. 가도면을 받고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는 방식으로 결정했다.
웨인스코팅 방식으로 외벽에 치장을 많이 하지 않더라도 있어 보이는 형식을 선택했다. 모던 형식으로 마음에 들게 하려니 단가가(!!!)
특히 여자들의 로망, 예쁘고 실용적이고 넓은 주방을 위해 벽면을 싹둑 자르고 냉장고 자리는 과감히 밖으로 내보냈다. 아일랜드 식탁으로 공간 활용과 깔끔함을 극대화하고 공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방에서 보이는 야경...
요즘 새로 지은 아파트를 보면 아주 깔끔하고 예쁘다. 이 아파트의 경우 5년 이내로 다시 매도하고 새 아파트로 이사할 예정이다.
아파트라는 누구나 똑같은 공간의 획일화된 집이 아니라 한번쯤은 나만의 공간을 나만의 독특한 집을 가진다는 것. 무엇보다 한 번도 낙찰을 받지 못했다면 밑져도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이 거주할 집에 도전해 본다면 아마 다음 물건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경매 어렵지 않아요~
위 글은 행복재테크 칼럼니스트 파이팅팔콘님의 과거 경험담을 재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