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투자자가 명도할 때 명심해야 할 3가지 -세라미스-
명도에 있어 법은 낙찰자 편이고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해결된다.
올 상반기에만 17개 물건의 명도를 마쳤다.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경매를 두고 '사람 내쫓는게 되게 힘들다던데'라고 한다. 처음 낙찰받은 사람들은 기쁨도 잠시, 이내 명도 걱정에 휩싸인다.
누구나 '쉬운 명도'를 생각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을 때가 많다. 어느 명도나 다 그렇겠지만 이번에 17건의 명도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사연의 점유자들을 만났다.
구속돼 연락이 안 되거나, 결혼자금이었던 보증금을 모두 잃거나, 법원 문건과 다르거나, 이사비를 1천만원 달라거나 등. 하지만 어떤 마음으로 진행하는가에 따라 어려운 명도가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어려운 명도를 피하고 싶다면, 세 가지를 버려야 한다.
조급함
낙찰받자마자 물건지에 찾아가 무턱대고 집을 비워달라는 분들이 있다. 그렇게 해서 잘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초보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상대방을 자극할 수 있고, 협상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점유자가 연락이 안 되거나, 내용증명을 보냈는데도 전화가 오지 않는다고 조급해하는 경우도 많다. 명도는 초를 다투는 달리기가 아니다. 긴 호흡으로 점유자의 상황에 맞춰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한다.
이번 물건 중 빨리 명도할 수 있겠다 싶어 바로 찾아간 점유자가 있었다.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기에 같이 받아치며 싸웠다. 별 소득 없이 돌아오고, 상대의 감정은 상할 대로 상했다. 협상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고, 강제집행 직전에서야 해결할 수 있었다.
→ 점유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언행은 삼가
→ 예의 있게 행동하되, 단호한 어투를 사용
→ 강제집행은 압박의 수단으로 활용
두려움
명도가 처음이라면 상대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 마련이다. 굳이 그럴 필요 없다.
명도는 얽혀 있는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이다. 이삿날 조율, 이사비 협상, 재계약 여부 등. 여기서 실이 엉켜있다고 무서워하거나 등을 돌리면 절대 저절로 풀리는 법이 없다.
명도 대상인 점유자도 사람이다. 처음이라 직접 전화 통화하기가 두렵고 힘들다면 생각을 정리해 문자메시지를 통해 협상하면 훨씬 낫다. 문자가 쌓일수록 두려움은 없어지고, 점유자를 대하는 요령도 늘어갈 것이다.
맹신
명도를 하다 보면 점유자들과 약속을 하게 된다. 언제까지 이사를 가겠다, 재계약을 하면 월세를 주겠다, 먼저 명도 확인서를 써주면 이사를 나가겠다 등. 그 말을 다 믿어야 할까?
모든 점유자들이 다 약속을 어기는 것은 아니지만, 낙찰자 입장에서는 점유자의 약속이 구체적 실행에 들어갈 때까지 항상 확인하고 의심하고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준비해 놓고 있어야 한다.
명도합의서를 통해 구체적 실행 의지를 문서로 담보 받아야 하며, 통화 내용은 녹음해 두는 것이 좋다. 문서를 통한 약속은 점유자도 나중에 쉽게 입장을 번복하지 못하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유를 풀지 않거나, 약속한 이삿날을 어긴다면 강제집행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 약속을 자주 어기는 점유자에게는 강제집행을 바로 실행할 수 있도록 조치해 두는 것이 좋다.
처음 명도하는 분들은 강제집행을 하면 무서운 일이 일어나고, 비용도 더 들고, 번거롭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강제집행을 신청해도 모두 실제 집행까지 가는 건 아니다. 강제집행 전에 반드시 '강제 집행 계고'가 진행되는데, 이때 점유자들은 가장 많은 압박을 받는다. 이 압박을 이용하면, 어려운 명도도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명도에 대한 해답은 없을지 모른다. 명도란 기본적으로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일이고,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서 수학 공식에 딱 맞는 것 같은 정답은 있을 수 없다.
다만 조급함을 버리고 두려움을 이겨내서 법이 인정하는 도움을 받으면 끝나지 않는 명도란 있을 수 없다.
내가 17건의 명도를 다 끝낸 것처럼.
위 글은 행복재테크 칼럼니스트 세라미스님의 과거 경험담을 재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