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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재테크 Sep 11. 2024

부동산 경매로 낙찰받은 첫 빌라 이야기

코로나로 인해 3번의 집합금지가 내려지면서 운영하던 실내 스크린골프장이 위태로워졌다. 


임대료, 직원월급, 관리비 등 하루하루가 피를 마르게 하는 지출이 계속되면서 남편과 내가 평생 이뤄온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했다.


평생 사업만이 살길이라 생각하던 우리 부부는 희망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가슴이 조여오고 불면증에 머리가 멍할 때가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유튜브에서 본 송사무장님의 영상에 눈이 번쩍 뜨였다.


"정신차리라고!!!!" 


망치로 머리를 한대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행복재테크 카페에 가입했다. 3주간 책도 읽고, 행크tv 영상도 보고, 강의도 들어봤다. 혹한 추위와 눈발을 가르며 되도록 내가 잘 아는 집 근처 가까운 곳부터 임장하며, 경매물건으로 보았던 여러 빌라들을 조사하러 다녔다. 


임장노트를 만들어 모의 입찰가를 써놓고, 낙찰된 물건의 낙찰가가 나의 입찰가와 비교해보며 권리분석의 눈을 키워 나갔다. 여러 건의 낙찰가가 내가 생각한 모의 입찰가와 비슷하게 맞아떨어지자 자신감이 조금씩 생겼다.



눈에 들어온 빌라 하나가 있었다.


조금 외지긴 했어도 주위가 택지개발 발표로 아파트 분양이 한창인 곳이고, 전용평수가 15.8평임에도 방 3개와 화장실이 무려 2개, 5층 중 3층에 엘리베이터도 있었다. 빌라임에도 주차대수가 세대 당 한대씩 가능했다.

내가 원하던 물건이었다.


다만 점유자가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45만원을 내고 있었으나, 확정일자를 받지 않아 보증금 절반 이상 손해를 보고 나가야 할 처지여서 신경이 쓰였다.


밤새 입찰용지 쓰는 법을 익히고, 신한은행 통장에 보증금을 이체시키고, 아들 명의로 입찰하려고 아들 신분증과 도장도 챙기고… 그렇게 밤을 새우고 인천법원으로 향했다.


입찰가는 밤새 고민하다 최근 주변 빌라 낙찰금액과 내가 부린이인 것을 생각해 77%로 써내기로 결정했다.

기다리는 시간은 정말로 긴장됐다.


화면을 통해 입찰한 한 명 한 명의 입찰용지를 확인해가며 낙찰소식을 알렸다. 낙찰용지를 받고 나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부럽던지… 이모님들의 명함 세례가 그 환희의 순간을 대신하는 세리모니 같았다. 


드디어 내가 입찰한 물건 순서가 다가왔다. 떨어지면 큰 경험했다 생각하면 될 것이고, 경매법원 나들이 해봤으니 다음번엔 조금은 덜 떨거라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런데… 단독낙찰???



감정가 1억3600만원의 70% 최저가가 9520만원 이었고, 77%인 1억472만원을 썼으니 952만원을 떡사먹은 셈이었다.


어차피 이리되었는데 배운 대로 해가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우선 일주일 조용히 기다리면서 임장 한번 안한 빌라를 다녀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진보다 훨씬 깨끗하고 좋아보였다. 이제 내거라고 생각하니 더 예뻐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주변 부동산 세 곳을 방문해 매매시세도 파악해 보고 근처 주변 시세도 알아봤다. 일주일이 지나 매각허가결정이 난 후 법원으로 가서 점유자인 세입자 연락처를 열람하고 처음으로 점유자에게 문자로 경매 상황을 알렸다.


다행히 점유자도 별다른 저항 없이 배당기일에 맞춰 이사계획을 잡겠노라고 답했다.


얼마 후 이사비에 대한 문자가 왔다. 100만원을 요구했으나 협상 끝에 60만원으로 협의를 끝냈다.


배당기일 2주 전에 명도확인서 작성을 위해 점유자를 처음 만났다. 긴장되고 떨렸지만 의외로 커피도 사주시며 이것저것 지금 벌어지는 상황들에 대한 궁금한 점을 물어보셨다. 손해가 그리 많았는데도 본인 과실로 벌어진 미배당액에 대해서도 그냥 쿨하게 넘어갔다.


배당기일 점유자와 만나 마지막 확인을 한 후 준비된 서류를 건넸고, 서로 웃으며 그동안 고생했다며 기분 좋게 작별했다.


명도 기간 점유자와 딱 두 번의 만남을 가졌고 진행되는 상황들은 모두 문자로 전달했다. 운 좋게 너무나 좋은 점유자 덕분에 부린이의 첫 명도는 무사히 끝났다.



이제 두 번째 관문인 매도가 남았다.


어려운 과제였다. 같은 빌라 호실 두개가 부동산에 더 나와 있는 상황이었다. 한건은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건이었고, 하나는 공실이었다. 두 건 모두 시세보다 조금은 높은 듯한 금액으로 나와 있었다.


다행히 예전에 방문한 부사님께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 집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두 팀이 있다며 주말에 방문할 것이라고 하셨다. 잔뜩 기대를 하고 다른 집보다 500만 원 정도 낮은 시세로 매매가를 전했지만, 주말이 지나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집은 아주 나쁘지도 그렇다고 그리 좋지도 않았다. 눈에 조금 거슬렸던 부분은 화려하고 현란한 포인트벽지와 거실중앙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던 커다란 거실등이었다.


쿠팡에서 페인트를 주문하고 조명가게에 들러 거실조명을 구입해 작업을 의뢰했다. 도배, 입주청소까지 마치고 잘 편집한 사진과 매매내용을 여러 부동산에 문자로 보냈다.


한 열 곳쯤 보냈을 때 전화가 왔다. 


"사모님 지금 보실 분이 있어서요. 현관비번 좀 알려주세요~"


노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걸까?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사모님 집 보셨고요 계약하신대요. 오늘 가계약금 보내드리고 토요일에 정식계약하시고, 5월 말일에 잔금 치르고 이사하신대요."


순식간에 매매가 끝났다. 단 10분 만에.


일주일 동안 아들과 힘들게 직접 페인트칠하고 애쓴 보람이 있었다.



부분 인테리어를 하기 전에는 빠른 매도를 위해 1억2500만원에 내놓았던 것을 인테리어 후 1억3000만원에 내놓았다. 그래도 현시세보다 500만원 정도 더 저렴한 것이었다.


대략 세금 부분이나 지출 등을 정리해 본 결과 세후 950만 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 같다.


나는 부동산 공부를 시작한지 4개월밖에 되지 않은 부린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경매빌라 1건, 섹션오피스분양권1건, 프리미엄 매수한 아파트분양권 1건, 오피스텔분양권 1건을 갖게 됐다.


간절히 바라고 그곳을 향해 다가가려 노력한 시간들이 이렇게 커다란 성과로 다가왔다. 이 모든 일들이 아직도 얼떨떨하고 감사하고 기적과 같이 느껴진다.





위 글은 행복재테크 회원 엔젤리나님의 과거 경험담을 재편집했습니다.



<행복재테크에서 원문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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