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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로 낙찰받은집 미납관리비만 700만원이라고?

경공매 낙찰 시 미납관리비 대응방법 -꿈돼지-

by 행복재테크

지난해 공매로 낙찰받은 아파트의 잔금을 치르고 왔다.


낙찰받고 해결해가는 과정에 문제없는 집이 어디 있겠냐마는, 이 아파트의 골칫거리는 단연 관리비 문제였다.


이전 소유주(점유자)는 앞서 1년치에 가까운 관리비를 내지 않았다. 여기에 낙찰 후 점유한 반년, 연체료를 더하니 거의 700만원에 다다랐다.


그 사이 집값이 껑충 뛰자 그는 생떼를 부리기 시작했다. 관리비 정도는 내달라고. 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까지 사정을 봐줬는데 황당하기까지 했다. 이미 이사할 집 계약까지 해놨지만, 온갖 핑계를 대며 시일을 질질 끌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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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당일, 이삿짐차 앞에서도 점유자는 "관리비 내라면 이사 못 가지"하며 버텼다. 일단 그에게 차질 없이 준비하라고 말했다. 물론 관리실은 관리비 정산 없이는 짐을 뺄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안되겠다 싶은 마음에 관리실에 전화해 낙찰받은 회사 담당자라고 설명했다. '우선 이사는 시키고 함께 이야기해보자'는 말에 관리소장은 '안되는데…' 하면서 내심 내가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아파트로 향했다. 낙찰 당시 관리실에는 '미납관리비 채권 회수 신청'을 했기에 공매가 끝나면 잉여금에서 청구하라 조언한 바 있다. 그런데 미적거리다가 일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버리니 화가 안 날 수가 없었다.


다만, 점유자에게 이사비를 주는 대신 관리비 협상을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했다. 또 납부한 관리비는 향후 비용처리 되니까 꼭 나쁜 카드만은 아니었다.


차가 아파트단지에 접어들자 마침 점유자의 차가 떠나는 것이 보였다. 후련했다.


이제 남은 것은 700만원의 미납 관리비뿐. 내가 모든 미납 관리비를 내줄 거라 기대하고 있을 관리사무소장을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아니 이제 와서 무슨 소립니까. 전 소유주가 이사 나가면 모든 관리비를 해결하겠다고 해서 이사를 내보냈는데. 모르겠고 일단 밀린 관리비는 모두 내야 합니다."


내가 관리비 전부를 책임지겠다고 한 적 없는데, 역시 사람은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


"흥분하지 마시고요.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분명 전부를 책임진다는 이야기를 한 적은 없습니다.


지금 당장 미납 관리비 얼마를 납부하겠다고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회사에 법률팀이 있으니 저희가 응당 납부해야 하는 금액이 얼마인지 법적 검토 후에 그 내용은 문서로 회신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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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유효했던 것이 제3자 화법이다.


나는 직원이기 때문에 응당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말만 할 수밖에 없을뿐더러, 회사에 법률팀이 있기 때문에 내가 받은 자료와 법적 절차를 토대로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갈 것이라고 전하면 상대는 어쩔 도리가 없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여기 아파트 관리사무소예요. 그쪽 사정은 모르겠고 어쨌든 관리비는 다 납부하셔야 됩니다!"

관리사무소 여직원이었다. 입주자대표와 관리사무소에서 난리가 난 모양이다. 언성을 높이는 그녀의 목소리에 나도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었다.


"제가 분명 관리소장님과 앞으로 진행할 프로세스에 대해 말씀을 드렸는데요. 전에 살던 분에게는 2년 넘게 아무 소리 못하고 계시다가 제가 채무자인 것처럼 언성을 높이시면 안됩니다. 저희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은 법률 검토 후 문서로 회신드리겠습니다."


자, 정리해보자.


관리사무소에서 받은 미납관리비 내역서와 전 소유주 상대로 청구했던 지급명령 소장, 관리 규약을 꼼꼼히 읽어본다.


관리비 내역서를 요청할 때는 공용부분과 전유부분, 연체금이 구분된 항목별 관리비 내역서를 받아야 한다.

관리실 입장은 '전 소유주가 이사할 때 낙찰자가 책임질 것을 약속하고 보냈으니, 모든 관리비를 납부해라'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른 법적 책임 소지 부분(공용부분)은 관리비 미납시점부터, 전유부분까지 포함된 것에 대한 책임은 잔금지급 이후부터다.


관리사무소는 낙찰 전 지급명령 신청을 했었고, 공매 낙찰 당시 전 소유주가 배분 후 잉여금을 받아 가는 상황이라 충분히 미납관리비에 대한 채권을 회수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낙찰자에게 전가시킨 것이다.


모든 자료와 주장을 정리한 후, 내용증명을 보냈다.


관리실에서도 지쳤던 탓일까. 생각보다 문제가 쉽게 풀렸다. 관리사무소에 측에서는 낙찰자의 주장대로 대법원 판례를 인용한 관리비(공용관리비)만큼 납부하라는 회신을 보내왔다.


결국 공용부분에 대한 관리비 250만 원을 납부하고 비용처리 영수증을 받았다.


250만원이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700만원을 250만원에 해결한 게 어디인가. 또 이사비를 지급했다면 비용처리가 불가능했을 텐데, 체납관리비는 비용처리까지 할 수 있으니 나쁠 것 없는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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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 매도하려고 내놓은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아직 납부하지 않은 관리비'가 있단다.


알아보니 관리사무소가 전유부분 관리비를 전 소유주에게 받으려고 소송을 걸었는데, 그는 내가 관리비를 납부한다고 했다며 이의신청을 한 것이다.


그 사이 바뀐 관리소장은 새로운 입주자(매수인)에게 관리비를 청구하려고 미납관리비를 삭제하지 않고 지급명령의 소 수수료까지 더해 놓은 상황이었다.


다시 관리사무소로 또 찾아갔다. 새로운 소장에게 이야기를 쭈~욱 듣고 난 후 합의서를 꺼냈다.


"관리사무소 사정도 충분히 이해는 갑니다만, 이전 소장님과 미납 관리비에 대한 최종 합의를 통해 저희는 그에 대한 의무를 다했습니다. 이후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합의서도 여기 있습니다."


새로운 소장은 아주 적극적이었다. 미납 관리비를 받기 위해 어떻게든 방법을 마련해 보려고 했지만, 미처 합의서의 내용은 확인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약간의 실랑이 후에야 미납 관리비가 삭제된 관리비 정산내역서를 받을 수 있었다.


명도, 체납관리비, 매도까지 이렇게 모든 과정이 끝났다. 관리사무소를 나서는 길, 내 마음을 아는지 유난히 하늘이 파랗게 물들어 있었다.






위 글은 '행복재테크' 칼럼니스트 꿈돼지님의 옛 칼럼을 재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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