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로 보살님이 살고 있는 집 낙찰받아 명도하기
공매로 중곡동 반지하 빌라를 낙찰받았다.
입찰 전 임장차 방문했더니 이런 문구가 대문 앞에 떡 하니 붙어 있었다.
부동산 사장님(옆집 주인)도 하시는 말씀이...
"옆집 안주인이 보살인데, 만만치 않을 거예요"
감정가 9,200만원에 3번 유찰돼 최저가는 6,440만원으로 떨어져 있었다.
오래된 빌라였지만 지하철 5호선 아차선 역에서 도보 10분 정도 거리고, 대지지분(약 9평)이 많아 괜찮겠다 싶었다.
이왕 해보는거 제대로 경험하자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729,000원 차이로 낙찰받았다.
이후 여러차례 통화 끝에 캠코를 통해 소유자(남편)의 휴대폰 번호를 받았다.
답장은 4일 만에 도착했다. 다행히 그날 저녁 약속이 잡혔다.
이 빌라 소유자는 남편이지만, 실질적인 명도 협상은 역시나 보살님과 이뤄졌다.
보살님은 이렇게 말했다.
"나도 지긋지긋해서 나가고 싶으니 걱정 마세요. 근데 아시다시피 세금 못내 집이 날아가는 상황에 시간을 주세요."
소유권 이전시까지 이사하면 강제집행에 드는 비용을 감안해 이사비를 드리겠다는 말에 보살님은 또 이렇게 말했다.
"이 집 싸게 받으셨던데, 1000만원 정도 주시면 안되나요?"
보살님은 의류사업을 하셨고, 경기가 안 좋아 사업이 어려워지자 부가가치세를 내지 못해 결국 공매로 집이 넘어간 상황이었다. 점을 보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보살님과 대면할 때 눈이 어찌나 무서운지…
일단 「송사무장의 경매의 기술」을 참고해 내용증명을 작성하고 집으로 보냈다. 물론 어떤 반응도 없었다.
일주일간 연락 없던 보살님은 '이사비'라는 단어에 반응을 보였다.
나는 '강제집행'이라는 단어로 맞받았다. 압박을 시작했다.
마침 경매초급반 강의를 듣던 참이라 뒤풀이 시간에 쿵쿵나리님께 여러 조언을 들었지만 실천하지는 못했다. 곧 연락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명도소송을 한번 경험해보고 싶은데'라는 무시무시한 마음도 있었다.
그 사이 대출도 잘 됐고, 잔금납부와 소유권이전을 마쳤다.
경매와 달리 공매는 인도명령제도가 없다. 명도합의가 어려워지면 소송으로 가야 한다.
행복재테크를 통해 어떤 카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배웠기에 소유권이전과 동시에 '명도소송&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적절차가 진행된다고 해도 보살님은 계속 경고를 무시했다.
소장이 접수되었음을 알려드렸고, 송달도 마쳤다. 점유이전금지가처분도 몇 번의 보정을 거쳐 정상적으로 발송됐다.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집행하기 전 연락을 드렸지만, 또 무시하던 보살님은 당일 아침이 되어서야 연락했다. 낙찰자에게 진 빚이 없다고…
개문을 앞두고 집 앞에서 집행관과 열쇠수리공을 기다리는데 저쪽에서 보살님과 남편이 걸어 내려왔다. 시간까지 알려드린 덕분에 어디를 가던 중에 딱 걸린 것이었다.
"나 돈 없어. 배째! 당신들 마음대로 해."
그들은 유유히 사라졌고, 유유히 그들 뒤로 나타난 집행관과 열쇠수리공은 10초 만에 현관문을 땄다.
집행문은 보살님과 남편이 돌아오면 바로 찢길 운명이지만, 이것은 장난이 아니라 진짜로 강제집행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주기 충분하다.
이틀 뒤 보살님으로부터 문자가 도착했다.
이사하는 날 뵈면 약소하지만 조금이라도 이사비를 챙겨드려야겠다 생각했다.
약소한 선물을 드리며 송사무장님께서 말씀하시던 점유자와의 뜨거운 안녕을 꿈꿨다.
그리고 이사 하루 전날 내일 뵙겠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벌써 이사했다고…
부리나케 달려가서 보니 30년이 지난 만큼 상태가 좋지 않다. 인테리어에 상당한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 집은 인테리어가 필요하지 않았다.
보살님으로부터 이사하겠다는 통보를 받았을 무렵, 임장시 만났던 옆집 부동산 사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다세대 주인들과 재건축 때문에 논의할게 있으니 참석하라고.
현재 6세대 중 5세대는 임차인들이 이사를 했고, 다음 달 말 나머지 임차인 1세대만 나가면 바로 다음 날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란다.
50평 조금 넘는 땅이라 업자도 매력있어하지 않고, 재건축비용도 만만치 않아 생각보다 실망했다. 그래도 다른 세대 집주인들은 무슨 복이 터진 거냐고 부러워하셨다.
준공시까지 그리고 매도까지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남았지만, 그렇게 첫 명도를 비교적 수월하게 마무리했다.
위 글은 '행복재테크'카페 젠틀몬스터님의 경험담을 재편집했습니다.
수만건에 달하는 다양한 부동산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다면 행복재테크 카페를 방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