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7년이다. 퇴근을 하자마자 침대에 엎어져 저녁 시간을 허비하던 삶. 나에게는 스마트폰과 텔레비전, 그 외 다른 친구는 없었다. 두 다리를 겨우 움직여 집까지 가까스로 도달하면 저녁을 차릴 기운은 남아있지 않다. 배터리 15%, 방전 직전 저전력 모드로 돌입한다. 대충 먹을거리를 욱여넣고 손가락 까닥일 에너지만 나에게 남아있었을 뿐. 일과 후 저녁 시간에 집 밖을 나선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었고, 난 그 상상을 실현시키지도 않았다.
그렇게 7년을 살았다. 원래도 건강한 몸은 아니었지만 입사 후엔 퉁퉁 부은 다리와 퀭한 눈 밑, 푸석한 피부와 창백한 얼굴을 획득하게 되었다. 퇴근하고 매일 푹 쉬면서 꿀잠 자고 컨디션 더 좋아지는 거 아니에요? 네, 아니더이다.
그렇게 좀비화가 진행된다면 그다음은 몸이 아프기 시작한다. 어깨, 목, 허리는 물론이고 몸 안이 아프기 시작한다. 감기가 자주 걸린다던가, 환절기마다 독감을 꼬박 앓는다던가, 위장병, 손목 발목 통증, 두통, 생리통 등. 원래 약했던 부분이 더 이상은 견디질 못하는지, 30살이 되면서부터는 어딘가가 계속 아프기 시작한다. 피곤해죽겠는데, 아프기까지 하니 더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언젠가부터는 평일 퇴근 후 약속도 잡지 않게 되었다. 평일 저녁에 사람을 만난다고? 움직일 힘도 없는데 무슨? 다음 날 출근은 어떻게 할거? 자연히 약속을 잡을 수 있는 시간은 주말로 좁혀졌다. 하지만 주말은.. 평일보다 짧다. 실제로 짧다. 토요일, 일요일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이틀. 저질 체력은 그 와중에 또 하루는 쉬어주어야 한다.
음, 사실 거짓말을 했다. 주말 이틀 둘 다 집에 있었던 적도 많았다. 이렇게 주말을 보내면 되나 싶다가도 굳이? 굳이 싶어서 가 보고 싶었지만 안 간 곳들, 먹어보고 싶지만 안 먹은 것들. 굳이 싶어서 연락하기를 참은 친구들과 사람들. 히키코모리냐고 구박하는 동생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들으며 나의 20대 후반은 그렇게 흘러갔다.
그리고 대 코로나 시대가 도래했다. 강제로 집콕 생활을 했더니 이게 웬걸. 처음은 재밌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피폐해졌다. 솔직히 원래보다 더 피폐해질 수 있단 건 몰랐다.(매우 놀람) 감염병을 핑계로 운동도 가지 않고, 음식은 더욱 대충 먹었으며, 사람은 더욱더 격렬하게 만나지 않았다. 코로나도 2번이나 걸렸다. 젠장.
이래도 되는 거야? 이런 게 서른인가? 앞자리가 바뀌면서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아니, 내 청춘 다 어디 갔지?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벌써 서른이라고? 나도 한때는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은 사람이었는데.. 이대로 하고 싶은 것 다 못해보고 늙어버리면 어떡하지? 갑자기 시간이란 놈이 내 뒷덜미를 잡으러 뛰어오는 것이 느껴졌달까. 그리고 난 결심했다.
그래, 나는 놀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