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기로 결심했을 때, 우연인지 행운지 나와 같은 결심을 한 친구들이 있었다. 도원결의처럼 뜻을 모아 젊음이 다할 때까지 함께 놀기로 결의를 하고 나니 우리 앞에는 거짓말처럼 수많은 놀거리들이 펼쳐졌다. 각종 원데이 클래스와 박물관 미술관, 루프탑 영화관, 각종 축제, 등산과 클라이밍, 노래와 춤, 한복과 교복 입고 사진 찍기, 놀이 공원과 한강 공원들, 밥집과 빵집과 카페들,, 와인바와 재즈 클럽까지. 그리고 글램핑, 캠핑, 호캉스까지…
셀 수 없이 많은 놀거리들. 마음만 먹으면 이렇게 놀거리들이 많은데, 해 본 게 없으니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일단 닥치는 대로 했다. 모아둔 곗돈으로 1박 2일 여행을 먼저 갈긴 뒤 루프탑에서 와인 한잔, 한강 공원을 걸으며 버스킹 즐기기. 한복을 빌려 입고 스냅사진 찍어주기. 아이돌 메이크업받고 인생 네 컷 찍기. 남산 등산 후 산 아래 카페에서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때린 후 빵집 털러 가기.
노는 게 이렇게 즐겁구나!
그렇게 한바탕 논 후 해가 저물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취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치 대학 신입생 때 맞지도 않는 술을 진탕 먹고 아침에 무거운 몸을 일으켰을 때처럼. 처음에는 너무 재밌게 놀아서 도파민이 과하게 분비되었나 했다. 도파민에 취한 건가? 그러나 여러 번 반복이 되고서야 알게 되었다. 이건 ‘피로감’이다. 술 마시고 숙취(숙취: 이튿날까지 깨지 아니하는 취기)가 느껴지는 게 아니라 놀았다고 피로가 이튿날까지 깨지 않다니..
그때서야 깨닫게 되는 것이다. 노는 데도 체력이 필요하구나.. 노는 게 제일 힘들다는 어른들 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었다. 나 같은 저질 체력이 주말 이틀을 내리 놀아버리니 월화수목금은 뻗어버리는 게 당연지사. 그럼 노는 걸 줄일 것인가? 그럴 순 없다. 난 이미 남아있는 젊음이 다할 때까지 이 한 몸 불살라 놀기로 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위험하다고, 30대가 되어서 놀려고 하니 더욱 포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니 방법은 하나뿐. 놀려면 체력을 길러야 한다.
그렇다. 나는 놀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