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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의 체력 연대기

by MJ

자신의 체력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자. 초등학생 때? 그때는 체력이 뭔지도 몰랐다. 나에게는 필요 없는 단어였으니까.


지난 주말 대형 쇼핑몰 한가운데의 놀이터에서 폐장 시간까지 비명을 지르며 날렵하게 뛰어다니는 어린이들을 보며 든 생각. 저 체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하지만 그런 시절은 나에게도 있었을 것이다. 지친다는 느낌이 든 적 없던, 실컷 놀고 나서 푹 자기만 하면 다음 날 바로 쌩쌩 해지는 그런 시절.


고3 때는 어떤가. 물론 피곤하긴 했다. 수능이 다가오면서 수면 시간은 부족해지고 먹기만 하고 꼼짝 않고 공부만 했으니까. 그러나 체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가질 찰나 몇 달만 버티면 수능 끝. 곧바로 나는 대학생활로 진입했다. 갓 20살이 된 시절, 친구들은 다음 날의 해가 뜨는 것을 보고야 말리라는 기세로 놀았고, 나도 엉겁결에 그 대열에 꾸역꾸역 합류했었다..


본격적인 체력 부족은 취준의 시절부터 오기 시작했다. 하루 14시간씩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있어야 했던 고시생활은 고3때와는 달랐다. 열아홉 그 시절로부터 불과 몇 년이 흘렀을 뿐인데 잠은 왜 이렇게 쏟아지고 몸은 왜 이렇게 무겁기만 한지, 잠을 안 자는 게 아닌데도 왜 이렇게 피곤한지.


고시생활을 벗어나면은 좀 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나의 체력 그래프는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가파르게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체력은 정신력이라고 했던가. 일은 몸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업무 적응과 더불어 조직의 시스템 속에서 적응을 해야 함은 물론 타인과의 원활한 소통과 의견 조정, 소위 사회생활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잘 수행해야 했고, 자취 생활을 시작하면서 시작된 각종 집안일까지. 정신력이 급속도로 약해져 감에 따라 체력도 급속하게 저하되었다. 나는 이제 시즌제 피곤함이 아닌 1년 365일 내내 피곤한 직장인이 된 것이다.


그리고 체력의 소진은 단순히 피로감만 동반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질환을 동반했다. 다시 말해 몸 어딘가가 아프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벌써 이렇게 힘없고 아프기 시작하면 40대 이후는 어떤 힘으로 살아가야 하지? 인생을 100년 산다고 가정해도 나의 아직 체력 연대기는 3분의 1밖에 쓰지 못했거늘..


이어지는 <백세 인생>_MJ버전

♬아홉 살 네 체력이 어떤가 묻거든

체력 그게 대체 뭐냐고 전해라

♬열두 살 네 체력이 어떤가 묻거든

푹 자고 일어나면 다음날은 쌩쌩하다 전해라

♬열네 살 네 체력이 어떤가 묻거든

학원 숙제 할 시간도 없다고 전해라

♬열여덟 살 네 체력이 어떤가 묻거든

수능만 끝나면 푹 자고 싶다고 전해라

♬스무 살 네 체력이 어떤가 묻거든

해 뜰 때까지 밤샐 거라고 전해라

♬스물네 살 네 체력이 어떤가 묻거든

취준만 끝나면 살 것 같다 전해라

♬스물여덟네 체력이 어떤가 묻거든

365일 피곤하다고 전해라

♬서른 살 네 체력이 어떤가 묻거든

체력이 문제가 아니라 몸이 아프다고 전해라

♬서른두 살 네 체력이 어딘가 묻거든

벌써 이 모양이면 앞으로는 어쩔 거냐 전해라


체력이 안 되니 놀고 싶어도 놀 수가 없고,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할 수가 없었다. 아프기 시작하면 만사가 다 귀찮다. 안된다. 이러면 안 된다. 마음속으로만 생각한 하길 어언 몇 년... 이제 나의 체력 연대기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다음 회 예고] 나의 운동 연대기_"나는 놀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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