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나의 운동 연대기
”나는 놀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나는 놀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으로 체력 기르기, 가능할까? 사실 가능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각종 간증(?) 글과 영상도 많고, 텔레비전만 틀어도 온갖 건강프로그램들이 운동하라고 난리다. 지하철 계단을 오를 때면 한 칸에 수명이 몇 초 늘어난다는 말이 적혀 있다.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나의 운동 연대기를 떠올려 보면 숨차는 것은 하기 싫어서 가까운 거리도 무조건 버스나 지하철 이용하기, 또는 아예 가지 않기(?).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 이용하기. 동적인 운동을 하기 싫어서 그나마 요가하기. 5분 거리 요가원을 횡단보도 건너기 싫어서 수시로 빼먹기.
20대 초반에 억지로 헬스장에 다녀본 적도 있는데, 헬스장은 재미가 없어서 싫었다. 변명과 핑계가 난무하던 지난날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깨달은 것은, 내가 운동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 어떤 운동을 언제,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것, 걷기를 해 봤다. 근처에 공원도 없어서 그냥 무작정 길거리를 걸었는데, 아.. 저엉말 나가기 싫었다. 정말 정말 나가기 싫었다. 눈이 오면 눈이 와서 비가 오면 젖을까 봐, 그날따라 피곤하거나, 배가 고프거나(응?), 갑자기 할 일이 생기거나… 그래도 꾸역꾸역 집 앞 산책이라도 하려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다음은 필라테스. 각종 방송과 주변에서 필라테스가 그렇게 좋다고 할 때는 ‘뭐지, 그냥 유행인 거 아냐? 연예인들 하니까 좋아 보이는 거 아닌가. 그리고 별로 운동 안 돼 보이는데.’ 생각했다. 그리고 필라테스는 결정적으로 비싸다. 근데 또 해보니까 좋긴 했다. 일단 귀엽게 생긴 도구들을 이용하니까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그 귀여운 도구들을 잔혹하게(?) 이용할 줄 아는 좋은 선생님을 만난다면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귀가하게 된다.
다행히 좋은 선생님을 만나 운동에 재미를 붙이려는 찰나 선생님이 그만두셨고, 결정적으로 필라테스를 계속하는 건 금전적인 부담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말이 어울릴 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다니고 있는 건 헬스장이다. 헬스장은 재미가 없어서 싫어했는데, 생각해 보면 혼자 조용히 할 수 있는 것,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는 것, 날씨가 궂어도 할 수 있는 것 등 장점이 많았다.
운동을 시작하니 좋은 점은 잠이 잘 온다는 것이다. 퇴근 후 유튜브 세상만 헤맬 때는 체력도 없는 주제에 휴대폰을 붙잡고 새벽까지 깨어 있었는데, 운동을 시작하고나서부터는 10시만 되면 잠이 쏟아진다. 침대에 누우면 바로 숙면하게 되니 수면의 질이 좀 높아진 것 같은 기분? 그래서 아침에 좀 덜 피곤하다거나 뭐.. 그런 느낌?
물론 매일 운동을 한다거나, 고강도로 운동을 할 정도로 운동이 너무 좋아졌다! 할 만하다! 는 건 아니다. 힘들 때는 아예 운동을 놓아 버릴 때도 있다. 체력이 어마무시하게 좋아진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운동을 시작하고 가장 큰 변화는 체력에 대한 패배감이 많이 줄어든 것이다. 이제는 내 체력과 붙었을 때 열 번 싸워 열 번 다 지지는 않는다. 지금은 그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하지만 나의 원대한 놀기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므로- 놀고 싶을 때, 놀고 싶은 만큼 놀기를 위한 최적의 컨디션 만들기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