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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Jul 08. 2024

슬픔에서 해방되기

 나는 슬픈 일이 참 많다. 늦가을 낙엽이 질 때, 키우던 배추흰나비 애벌레가 죽었을 때 슬프다. 돈이 없어서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할 때 슬프고, 돈을 많이 벌 능력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더 슬프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거나 주변 사람들이 슬퍼하면 슬프다. 그러다가 죽음을 생각하면 문득, 살아가는 이 모든 과정들이 슬피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난 늘 한쪽 발을 우울에 담그고 살아간다.


 슬픔은 기쁨의 반대말일까? 아니다. 한없이 기쁘다가도 이 행복이 사라질 때를 생각하면 슬퍼지는 것이 인간이다. 기쁘다가도 슬프고, 행복하다가도 우울한 것이 우리의 인생이기에 슬픔과 기쁨은, 우울과 행복은 결국 같다. 모든 감정들의 바탕에는 슬픔이 깔려있다. 언제나 잊고 있지만 불현듯 깨닫게 되는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그리고 '삶과 죽음은 떼어놓을 수 없다.'는 진실. 그 진실로 인해 우리는 슬픔에서 해방될 수 없는 것이다. 영원히 살 수 있는 인간은 없기에.


 그렇다면 그 모든 감정들은 무가치한 것일까? 아니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빛나는 것처럼 슬픔이 있기에 기쁨은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고, 두려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고요해진다. 우리에게 영생만이 있다면 기쁨도 행복도 빛을 발하지 못할 테지. 두려움도 공포도 영원한 것이 될 테지. 그러니 그냥 두자, 내 구석구석을 잔잔히 흐르고 있는 이 슬픔이 나의 인생을 더 눈부시게 하도록. 그냥 두자,


슬픔이 슬픔인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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