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람으로 살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사람의 관심과 애정으로 살아갈 힘을 얻기 때문에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살아갈 힘이 솟아나기도 하고 살아갈 의지를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나와 맺어진 이렇게 무수히 많은 관계 속에서 어떻게 오롯이 잘 서있을 수 있을까요?
'나는 왜 이렇게 관심과 애정에 집착할까, 왜 이렇게 의존적이고 나약한 걸까.' 쉽게 상처받고, 스스로가 한심스러워 자괴감으로 지새우던 날들. 작은 말과 행동 하나에 휘둘리지 않고 나를 바로 세우는 방법을 고민했던 날들- 수많은 관계들을 맺고 풀어낸 지금의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흔들려도 괜찮다.'
인간의 삶은 모든 것이 불확실의 연속입니다.(왜 태어났는지, 존재의 이유조차 정확히 알지 못하지요.) 이런 근원적인 결핍을 타고났기에 인간은 자신 바깥의 것들과 끊임없이 연결되고 싶어 합니다. 그러므로 타인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소망은 의존적이고 나약한 게 아니에요.
그리고 그 소망 때문에 슬퍼지고 서운하고, 괴롭고 흔들리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다만 흔들림이 나의 일상을 오래 흩뜨리지 않게 중심을 유지하는 것은 꼭 필요하겠지요. 그러기 제가 위해서는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명제가 있었습니다.
'당연하고 확고한 관계', '확실하고 영원한 애정'은 나만의 욕심이라는 것을요.
나는 그만큼의 확신을 타인에게 준 적이 있었나, 한 번도 빠짐없이 애정과 사랑을 지속적으로 퍼부어 준 적이 있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니었어요. 저는 저 스스로에게도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행복과 안정만을 얻는 관계는 제가 가지고 있던 환상 같은 것이었죠. 그러고 나서는 타인과의 관계는 슬픔과 절망도 따를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항상 관계를 언제든지 끝낼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한다거나 상대의 결점을 눈 크게 뜨고 호시탐탐 찾게 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마음처럼 잘 되지도 않아요.) 그저 관계에서 괴로움이 생겼을 때 한번쯤은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는 거죠. 그게 무엇이냐면,
상대에게 실망했을 때, 나의 어떤 말이나 행동 또한 상대에게 실망스러웠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기.
사랑을 받으려고만 하지 말기. 관계에서 서로 사랑을 받으려고만 하면 줄다리기가 된다.
다른 사람이 찾아주지 않는다고 나의 매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기. 사랑스러운 구석을 스스로 찾아보기.
상대의 마음을 확신하지 못해 불안할 때, 나는 말로써 행동으로써 확신을 주었는지 생각해 보기.
상대가 사랑을 적게 준다고 나도 적게 주지 않기. 나의 마음이 확실하다면, 그 마음을 아끼지 않기.
그리고 관계 속에서 중심을 유지하기 위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관계 안에서 내가 '나 다운지'를 늘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사랑받기 위해서,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맞추다가 나 다움을 잃어버린 적이 많았습니다. 내가 나 다움만 잃어버리지만 않으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쓰러지는 일은 없겠지요? 그러려면 나 다운 것이 무엇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알아야 해요.
돌이켜보면 사랑받고 싶다는 소망으로 인해 괴로웠던 수많은 날들 속 내 곁을 항상 지켜주는 이가 하나 있었어요. 그것은 바로 나 자신. 흔들리고 쓰러졌던 모습들을 지켜보며 저는 조금씩 스스로를 알아가고 있습니다.
나는 사랑받고 싶은 소망만큼 사랑을 주고 싶은 소망 또한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요. 세상에 사랑할 존재,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는 너무나 많아요. 그리고 그 중에 가장 사랑스러운 건 저였어요.
사랑을 받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준 만큼 되돌려 받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그래서 흔들려도 괜찮아요.
아무도 나에게 관심 주지 않는다 해도, 이런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한 사람은 있으니까요. 내가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