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채전

by 정미선

봄이 오고 있는 것인지 빗속에서도 어김없이 매화는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전국적으로 며칠째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오면 전이 당기는 이유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여러 글에서 제시한다.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우울감 증가라느니, 밀가루에 들어있는 아미노산과 비타민 B가 우울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느니 등등의 근거를 제시하지만, 비가 오면 눅눅한 공기 탓에 바삭하고 고소한 것이 당긴 것이 아닐까 라고 나는 생각한다. 같은 이야기인 인가. 오늘 저녁 메뉴는 감자채전이다.


얼마 전 못난이 마켓에서 택배로 받은 감자와 두부가 냉장고에 있으니 특별히 다른 재료를 사러 마트를 가지 않아도 되니 오늘의 저녁 메뉴로 감자채전이 딱이다. 손재주가 좋아 가방과 옷을 만들어 파는 지인의 집에 갔을 때 먹었던 감자채전을 흉내 내보려 한다. 감자를 가늘게 채를 썰고 물에 씻어 녹말을 빼주고 두부를 조금 넣고 전분을 넣었다는 것만 기억하고 감자를 씻어 껍질을 깎아 채를 썰었다. 오호 오늘의 감자채는 수준급으로 얇게 잘 썰어진다. 채가 가늘수록 감자채전은 맛있다는 사실. 물에 씻어 볼에 담아둔 다음 두부를 으깨서 볼에 넣는다. 두부의 물기를 꼭 짜서 넣었다고 했는데 귀찮아서 물기를 제거하지 않고 대충 으깨어서 넣는다. 전분을 더 많이 넣으면 되겠지 생각하고 냉동실을 뒤져보니 전분은 없고 찹쌀가루만 있다. 전분보다 찹쌀가루가 더 바삭할 거라 믿으며 찹쌀가루로 대체하는데 이런 찹쌀가루 양이 너무 적다. 부족한 찹쌀가루를 대신해 달걀을 2개 넣고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춘다. 그러나 전이 뒤집히지 않는다. 완전히 찌그러져 버린 것이다. 약간의 매콤함을 더하려고 청양고추를 붉은색 초록색 두 가지를 넣어 나름 색감도 신경을 썼는데 찌그러져 버리다니. 뒤집으면서 찌그러진 전을 다시 부치고 모양을 잡아보지만 한 번 찌그러진 전은 모양이 잘 잡히지 않는다.

원인이 무엇일까? 첫째, 두부의 물기를 제거하지 않은 것, 둘째 전분은 찹쌀가루로 대체한 것은 괜찮은 것 같으나 부족한 양을 무시한 것, 셋째는 달걀을 넣은 것.

실패하고 레시피를 찾아보니 감자채, 전분이나 부침가루 약간, 소금뿐이었다. 이 간단한 재료만으로 충분히 바삭하고 고소한 감자채전을 만들었다고 자랑을 한다. 미리 레시피를 찾아보았더라면......


찌그러진 전이 일그러진 나의 관계들을 떠오르게 한다. 최근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읽으면서 조금 더 일찍 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떠오른다.


전분이 없다면 전분을 사러 마트에 다녀와야 했을 것이다. 귀찮아서 괜찮을 거라는 자의적인 판단으로 낭패를 본 것이다. 관계에서도 자의적인 판단과 나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 관계를 그르치고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본다.


오늘의 실패한 요리는 다음 요리에서는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 실패의 원인을 명확하게 알았으니까.

하지만 관계는 원인을 알았다고 반드시 좋아질 수 있을까? 의심이 아니 두려운 마음이 든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고쳐 쓰지 못한다고 하는 어른들의 말씀이 웅웅거리며 나도 바뀌지 않는 모습으로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관계론’ 레시피를 자주 펼져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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