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동 겉절이

by 정미선

지인의 아들 결혼식이라 지인들이 여럿 모였다. 부모님의 근황을 묻자 마치 누가 부모님으로 인한 고통이 더 큰지 베틀을 하는 것처럼 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식의 나이가 60이 넘어갔으니 그들의 부모님들은 대부분 치매 아니면 노환으로 고생하고 계신다. 부모님들은 딱히 노후 준비라는 것을 해 두지 않았다. 그 시대의 노후 대책은 자식 교육이었으니까. 자식을 잘 가르치면 그 자식이 노후에 자신을 돌봐줄 거라는 생각에 오직 자식을 교육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힘든 생활을 견뎌냈을 것이다. 우리 부모님이 그러하셨듯이.


그러나 세상은 변해 그 자식도 자기의 노후 삶을 감당하기가 너무 버거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 자식은 자기의 노후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식이 스스로 삶을 꾸려가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또 자식 교육에 전념했던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386 세대인 우리는 부모님의 도움 없이 취업도 하고 스스로 결혼도 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가정을 꾸려왔다. 부모가 된 386 세대들은 자식에게 노후를 의탁할 마음은 전혀 없고 그들의 자식들도 부모를 부양한다는 생각은 역시 전혀 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의 노후를 스스로 챙겨야 하는데 생각만큼 노후가 넉넉하지 않다. 자식이 스스로 독립해 준 경우라면 정말 감사한 경우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부모님의 노후, 자신의 노후, 자식들의 미래까지 걱정하며 살아가고 있다. 늙어가는 자기 몸을 보며 행여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마음 한구석에 항상 웅크리고 있다. 연로하신 부모님의 모습에서 미래의 자기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TV 프로그램 김창욱 쇼에서 어느 부부의 사연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어머님이 치매에 걸려 혼자 생활이 불가능하여 아들이 매일 거기서 자고 출근하면서 어머님을 돌보는데 정작 본인의 집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밖에 가지 못하는 것이다. 어머님이 혼자서 생활을 못 하니 어쩌겠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합가하여 아내에게 이 부담을 주고 싶지도 않다는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 남편의 심정도 그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심정도 충분히 공감이 된다.


늘 생각한다. 생활을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만 살면 좋겠다고. 경제적인 문제, 식사 문제, 건강 문제 등등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다가 죽을 수 있다면 그건 축복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최대한 노화를 늦춰보는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정희원 지음)’에서 ‘자연스러운 식사와 충분한 수면, 꾸준한 운동을 통해 정신력과 체력, 마음 챙김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머릿속의 보상체계와 몰입력을 갖춘 상태라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고 한다. 노화를 늦추는 식사법으로 콩과 채소, 두부를 많이 먹고 올리브오일을 요리에 충분히 사용하며 소금과 설탕을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잡곡과 현미를 충분히 섞어서 밥을 하면 금상첨화라고 추천한다. 단백질을 소고기 대신 가금류로 섭취할 것을 권하며 절제되고 균형 잡힌 식사는 스스로에 대한 사랑일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아끼는 행동이라고 말한다. 건강한 삶을 위해 식단을 바꾸어야 할 것 같다.


채소를 좀 더 많이 먹어보리라 생각하며 오늘 저녁 메뉴를 봄동 겉절이로 정한다. 겉절이는 우리나라식 샐러드이다. 한창 제철인 봄동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씻어 둔다. 지난 가을 기후 탓인지 사과가 비싸지만, 맛은 예년만 못하다. 배도 마찬가지이다. 사과와 배를 4등분하여 씨 부분을 잘라내고 얇게 썬다. 냉장고에 있는 달래도 조금 넣어볼 생각이다.


양념은 액젓, 간장, 다진 마늘, 고춧가루, 매실청, 참기름, 깨를 넣어 버무려 둔다. 씻어 둔 봄동에 사과와 배, 달래를 볼에 넣고 골고루 양념을 발라준다. 식사의 완성은 그릇이다. 알록달록한 그릇에 소복하게 봄동 겉절이를 담아놓으니 생동감이 느껴진다. 겨우 한 끼의 싱싱한 채소 섭취로 몸속의 찌꺼기를 걸러내 주는 것 같다고 느낀다면 지나친 착각일까?


잃어가는 근육을 살리기 위해 설거지 후 발뒤꿈치들기 운동을 해야겠다. 채소를 섭취하고 발뒤꿈치를 몇 번 들었나 내렸다 하는 걸로 늙음과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쉽게 내려갈까 싶지만.


매일 균형 잡힌 식생활과 적절한 운동을 꾸준히 하면 나의 소망대로 모든 것을 스스로 처리하다 하늘나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굳게 믿는다. 믿을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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