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므라이스

by 정미선

계속되던 비가 멈추고 모처럼 날씨가 화창하다. 날씨가 화창하니 집안 구석구석이 너무 잘 보인다. 쌓여있는 불필요한 짐들부터 구석구석 쌓인 먼지까지 모든 것이 눈에 잘 뜨인다. 치워야 할 것 같으나 치우고 싶은 마음은 생기지 않고 그렇다고 본 것을 못 본 척 견딜 수도 없어서 차라리 집을 나와버리는 것이다. 화창한 햇살은 집 밖은 더 깨끗하게 보이게 한다.


조금 덜 어지르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조금 덜 소유하면 어질러지는 것도, 치우는 수고도 덜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이라니. 한낱 미미한 인간이니까 라고 스스로 위안하지만, 이것저것 주섬주섬 사들이는 나의 못된 버릇이 이런 날씨 좋은 날을 짜증이라는 기분으로 바꾸어버린다. 알뜰살뜰한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그들의 절제할 수 있는 마음의 단단함이다. 수도 없이 물건을 사지 않으리라 결심하지만, 결심은 실패를 전제하고 있는 단어처럼 순간 사라져 버린다. 사람이 습성을 고치는 일이 얼마나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지 물건을 사고 난 후 생각한다.


하루에 3개씩만 버리자 다짐하고 버리기를 시작했던 적이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떠올랐다. 작심 3일. 정확히 3일 만에 하루의 3개씩 버린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다. 다시 결심한다. 오늘부터 필요 없는 것 3가지씩 버리자고.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구나. 많이 가지고 있으면 더 많은 것을 욕심 내게 되는 것을 옷을 사면서 알게 되었다. 이것이 나의 열등감을 유발한 것인가?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어야 하고, 저것이 있으니 그것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있으니 한 가지만 더 있으면 완벽할 것 같은데 왜 나는 그 한 가지를 채울 수 없을까? 나의 처지를 비관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여기에 있었구나. 오늘부터는 3가지씩 꼭 버려보자.


불필요하게 손이 커서 음식도 조금은 하지 못한다. 매끼 밥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하루분의 밥만 한다고 하면서도 항상 밥은 남는다. 이것은 예고없이 밖에서 밥을 먹고 오는 가족의 탓도 있지만 음식을 먹다가 모자라는 상황을 견디지 못한 나의 습성 탓이 더 크다. 이 습성은 대가족이 함께 살았던 가정에서 자란 탓일까?


오늘도 역시 밥통에 색깔이 변한 밥이 남아있다. 이밥을 오늘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기에 오늘의 저녁 메뉴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 오므라이스이다. 냉장고에 있는 각종 채소를 다지고 묵음 김치까지 송송 썰어 준비해 두고 프라이팬에 다져 놓은 돼지고기를 먼저 볶다가 채소와 김치를 넣어 볶고 마지막으로 밥을 넣어 볶아서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끝이다. 오늘은 굴 소스까지 첨가하여 좀 더 풍미를 높여본다. 맛과 영양 면에서도 완벽한 한 끼가 완성된다. 음식은 눈으로 먼저 먹는다고 생각한다. 달걀을 부쳐 볶음밥위에 덮어주고 모양을 잡아 접시에 담으면 된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달걀 위에 케첩으로 모양도 그려주고 했건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 다소 섭섭하기도 하고 홀가분하기도 하다. 잠깐 방심하고 있으면 섞어서 버려지는 채소들을 몽땅 활용했다는 점에서도 뿌듯하다.


지구온난화를 넘어 지구열탕화라고 한다. 매년 여름은 최고 기온을 갱신하고 있고, 세계적으로 산불 소식이 들리고, 홍수나 가뭄 같은 기후 위기가 잦아지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과의 재배면적도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니 무엇을 해야 할까? 가능한 물건을 사지 않거나 필요한 만큼만 사려고 노력하려고 또 결심한다. 한 달 중 무소비의 날을 며칠 동안 실천했는지 스스로 점검해 보련다. 소비자가 소비를 줄이면 경제는 더 나빠지는 것인가? 갑자기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미미한 존재인 나는 그저 나의 삶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고 절제된 삶을 시작해보려고 또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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