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동 만두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지

by 정미선


겨울 동안 맛있게 먹었던 김치가 서서히 물리기 시작합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입맛도 나른해져 새로운 맛을 자꾸 원합니다. 그때 겨우내 밭에서 뒹굴던 배추가 봄동으로 시장에 나옵니다. 봄동으로 겉절이 만들어 먹으면 김치에 질린 입맛을 상큼하게 살아나게 합니다. 오직 겉절이만 해 먹을 줄 알았던 봄동이 만두로 변신하다니 놀라움과 호기심으로 수미네 반찬을 시청했던 기억이 납니다. 만두는 밀가루로 반죽한 피만 만사용하여 만드는 줄 알았는데 겨우내 땅 기운을 받고 자란 봄동의 겉잎을 만두피로 사용한다니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무슨 맛이 있을까 의심하며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고 출연자들의 먹고 난 후의 반응을 보면서도 ‘에이, 설정이겠지.’ 했던 기억. 끼니를 해결하는 일은 참으로 고민스러운 숙제입니다. 수미네 반찬에서 소개한 봄동 만두를 나도 한번 해 볼까 하고 재료를 준비합니다. 먼저 봄동의 겉잎만 뜯어서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데쳐 물기를 제거해 둡니다. 만두 속은 돼지고기, 소고기 간 것을 반반씩 섞고, 물에 불린 당면을 잘게 썰어 넣고, 부추, 김치, 삶은 숙주도 송송 썰어 넣습니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달걀노른자만을 넣어 반죽을 치댑니다. 흰자는 봄동에 만두소를 넣어 봄동 끝을 붙일 때 사용합니다. 봄동 잎이 너무 작으면 잘 싸지지 않으니 이파리가 큰 게 더 좋습니다. 데친 봄동 잎에 만두소를 넣어 잘 여미어 싸고 만두 찌듯 쪄주면 끝입니다. 그냥 먹어도 좋지만, 소스를 곁들이면 풍미가 더 할 것 같아 소스를 준비합니다. 간장, 겨자, 물, 식초, 설탕을 넣은 소스에 찍어 먹으니 건강에 좋은 담백하고 상큼한 맛이 납니다.


늘 같은 입맛에 익숙한 가족들에게 새로운 맛을 선사했다는 마음에 뿌듯합니다. 그런데 만두소를 너무 많이 만들어버렸습니다. 봄동 잎에는 생각보다 만두소가 많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살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를 자책하기도 하지만, 냉동실이라는 든든한 기계 덕분에 일단 냉동실로 보내고 눈앞에서 치우면 나를 용서할 수 있습니다. 며칠 후 냉동실의 만두소가 생각나 다시 한번 봄동 만두를 해 보려 했으나 집에 있는 봄동 잎이 너무 적어 깻잎에 만두소를 넣어 전을 부칩니다. 오리지널 전 맛은 아니지만 만두와 전의 조합을 깻잎 향이 감싸주어 맛있습니다. 냉동실에 넣어 두고 잊어버리지만 않는다면 한꺼번에 조금 넉넉히 해 준비해두어 수고로움도 덜고, 여러 가지 음식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고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고정관념을 갖고 봄동 만두를 무시했다면 새로운 요리 한 가지를 놓칠 수 있었겠다고 생각하니 ‘그럴 거야’라고 단정 지어버린 일들이 떠오릅니다.


모르는 사이에 행운을 놓친 일은 없었을까. ‘이미 지나가 버리고 놓친 줄도 모르는 행운이 무슨 소용이야. 지금부터라도 ‘그럴 거야’에서 벗어나 새로운 눈으로 보면 되겠지.’ 독백하며 식탁을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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