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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설레는 이야기
By 너의여자 . Jun 19. 2017

"새끼손가락 걸어봐 도장 찍어봐"

ep7.


그림 한지석_글 너의 여자



“정말 네가 내 인연이었으면 좋겠어. 영원히 헤어지질 않을 인연”



믿고 싶었다. 믿기엔 내가 어린 걸 수도, 아직도 바보 같을 걸 수도 있지만, 에이 알면서~. 이렇게 시크하게 넘길 수도 있지만. 난 정말 믿고 싶었다.


며칠 전, 나는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다른 누군가를 더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컸다. 인연이라면 잘 만날 것이고, 인연이 아니라면 또 헤어질 수 있는 게 사람 관계라지만 영원할 수 있는 거라는 마음으로 편하게 만나고 싶은 그런 관계가 되고 싶었다.


내가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든 생각인지 이 사람을 만나서 든 생각인지 정리되지는 않는다. 이런 미묘하고도 얄딱꾸리한 마음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왔었다. 라고 밖에는 설명이 되질 않는다.



갑자기 생뚱맞게 ‘네가 내 인연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나에게 그는 ‘감이 좋아. 우리 뭔가 있어. 모르겠지만 그냥 느낌이 있어’ 라며 말뿐일지라도 다정하게 답해주었다.


참으로 이상하지만 이 말에 난 정말 안심이 됐다. 지금 당장 현실적으로는, 확률적으로 매우 힘든 이야기지만 그의 진심이 내 마음에 진정으로 전해짐을 느끼며 심장이 따뜻해졌다. 따스한 기운이 목 뒤로 타고 올라와 입꼬리를 양쪽으로 올리게 했다.


“난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믿고 싶어.” 그 날 난 이미 말한 김에 하고 싶은 말을 다해버린 것 같다.




자고로 여자란 항상 비밀이 있어야 하고 밀당의 기술을 깨우쳐야 남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온 긴 세월. 대부분의 내 삶 속에서 내 생각을 지배해온 그 세월.


내 가슴에 가득히 퍼진 온기는 이런 시간이 무색하게도 진정한 사랑을 위해선 진심으로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그리고 내가 뱉은 말은 깨달은 지 몇 분 정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아니 이후에 깨달은 것일지도!




그리고 오늘, 우리는 목동에 위치한 안양천 정자에서 요즘 한창 유명한 미세먼지를 들이마시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자 초코송이를 신나게 나눠 먹고 있었다.


안양천 강가 옆 도로에서는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전문가 포스를 뿜어내며 건강한 다리 굴림으로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누가 불렀는지 누구의 친구들인지 엄청난 벌레 양이 잔디밭에 피어난 꽃들 위에서 무리를 지어 떠있었다. 실제로 고요했지만 그들은 ‘윙윙’ 거리며 생존을 위해 꽃밭 위에서 미친 듯이 날개 짓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새끼손가락 걸어봐 도장 찍어봐”



뜨거운 햇빛을 받아내는 시기가 되기 전. 아직은 선선하게 불어오는 5월의 바람을 느끼며 그의 와이셔츠에서 보이는 박음질을 따라 오른쪽 검지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던 내 손을 그가 갑자기 잡았다. 그리고 서로의 오른쪽 새끼손가락을 걸며 도장을 찍으라고 말했다.


난 그의 손장난이 귀여웠다. 갑자기 왜 손가락을 걸고 싶었을까. 정자 위에서 흐르는 물과 예쁘게 피어난 꽃들,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꽁냥꽁냥 하다가 갑자기 무슨 약속이 하고 싶었을까? 그의 귀여움을 느끼며 몸을 흔들흔들 하면서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 도장을 찍으려는 찰나였다.



“헤어지지 말자”



내 오른쪽 귀 위쪽에 움찔거림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내 귀를 거울 없이 스스로 볼 수는 없지만 확실했다. 무슨 말을 더 꺼내기도 전에 서로의 엄지손가락이 닿았다.


난 며칠 전 내가 했던 말이 딱 떠올랐다. 입술이 바싹 마르는 기분이 들었다. 무의식적으로 윗입술을 혀로 한번 훑었다. 촉촉해진 윗입술로 불어오는 바람이 차가워졌다. 이내 아랫입술도 입 안쪽으로 오므려 빨았다. 그리고 닿은 서로의 엄지손가락을 더 꽉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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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석아, 나 글 쓸 거니까 그림 그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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