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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쓰니 Jun 26. 2017

"뽀뽀 훅, 키스 훅"

ep8.


그리지_쓰니랑




“렌즈 불편하다더니 잘 끼고 다니네”

“막 훅훅 들어가려면 렌즈 껴야함”

“무슨 소리야?”
.

.

내가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자신의 얼굴을 반이나 덮고 있는 커다란 검은색 뿔테 안경을 끼고 있었다. 시력도 좋지 않았던 탓에 두꺼운 안경알까지.

그 때 난 그게 그의 얼굴인 줄 알았다. 작아 보이는 눈과 낮아 보이는 콧대가 그로인한 것임을. 커다란 뿔테 안경이 그의 외모를 죽이고 있는 줄은 몰랐다. 그땐 그랬다.


“아!”

“괜찮아?”


이렇게 두껍고 큰 뿔테 안경 때문에 그가 나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거나 뽀뽀를 하려고 할 때 우리는 항상 부딪혔다.


언제나 그의 입술보다 그의 안경이 내 얼굴에 더 빨리 닿았다. 그것도 세게. 딱딱한 뿔테가! 진짜 이것도 한두 번이지. 더욱이 내 피부를 소중히 하는 스타일인 나는 매번 세게 부딪히는 그의 안경이 슬슬 짜증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안경을 쓰지 않은 그를 만났다. 그 때 깨달았다. 안경이 그의 외모를 죽이고 있었구나... 두껍고 커다란 뿔테 안경을 치우고 본 그의 얼굴은 그냥 정말 참 잘생겼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아니 그의 코가 참 잘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코가 진짜 잘생겼네”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말이 흘러나왔다. 마음의 소리가 이런 걸까 싶었다. 그의 코는 정말 굉장했다. 딱 보기에 100% 수술한 거 아닌데 너무 반듯하고 멋졌다. 이마와 이어진 콧대부터 콧방울까지 일자로 쫙 뻗어 있는 것도 굉장한데 높아서 딱 서있기까지. 하나 아쉬움 없는 완벽함이 너무 예뻤다.

생겼다 사라졌다 하는 쌍꺼풀을 가진, 평상시는 무쌍꺼풀의 큰 눈까지 덩달아 눈에 들어왔다. 그는 원래 안경을 항상 착용했던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렌즈를 착용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다가 최근부터 (아마도 나를 만나기 전쯤부터) 안경을 계속 착용했던 것.



난 안경이 그의 미모를 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너무 아까웠다. 일단 그의 외모는 코가 다하는 외모였다. 안경 쓴 것도 예쁘지만 안경 뒤에 숨겨진 코가 너무 아까웠다. 그 코를 그렇게 사용하면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난 그냥 솔직하게 말했다.
.
.
.


“렌즈 불편하다더니 잘 끼고 다니네”

그 날 이후 그는 한번 씩 렌즈를 착용하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이상하다며 어색해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렌즈를 끼고 만나는 날이 많아졌다.


꼭 내 말 때문은 아니겠지만 괜히 나 때문인 거 같아 스스로 찔렸던 나는 그에게 눈이 피로할거라고 너무 자주 끼지 말라고 했다. 안경도 잘 어울린다고. 그저 코가 생각보다 너무 잘생겨서 놀랐을 뿐이라고.


내 말에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막 훅훅 들어가려면 렌즈 껴야함”

“무슨 소리야?”

“뽀뽀 훅, 키스 훅”


“어머... 웃겨”

“그런 거지”


진짜 웃겨. 아무렇지 않게 갑자기 툭. 말하고서는 웃기다는 내 반응에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그런 거지’ 라고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그가 진짜 웃겼다.


아... 그래서 그런 거구나…….

그렇다면 나도 찬성이야.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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