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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쓰니 Jun 06. 2017

"오늘 왜 이렇게 예쁘지?"

ep5.

그리지_쓰니랑



‘예쁘다’ 한 다발 가득한 프리지아 꽃을 보며 하는 말.
‘예쁘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언제나 매번 계속 들어도 기분 좋은 말.
‘예쁘다’ 사랑을 하고 있는 세상의 많은 연인들이 서로에게 속삭이는 말.


“오늘 왜 이렇게 예쁘지?”

“아 그래? 귀걸이 해서 그런가?”


아침부터 만나자마자 계속 예쁘다고 하는 너의 말에 민망해서 괜히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귀걸이 핑계를 댔다.


“그런가? 귀걸이 하면 1.5배 예뻐진다는 게 맞는 말인가 오늘 너무 이쁜데? 뭐지 뭐가 이쁜거지?”

“한쪽도 뚫을까? 한쪽은 막혀서 그냥 한쪽만 해봤는데 흠 귀걸이 한 게 예쁜가.”


그동안 한 적 없던 귀걸이를 하고 나간 오늘. 한쪽만 귀걸이를 했는데도. 예쁘다고 굉장한 리액션을 계속 해주는 너의 말이 진심인가 긴가민가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금이 아닌 모든 액세서리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피부를 가진 나는 20살에 귀에 구멍을 뚫긴 했지만, 아무 귀걸이나 하고 다니지 못했다. 14k 금으로 된 귀걸이를 사도 금방 잃어버리기 일쑤였다. 매번 금으로 된 귀걸이를 살 여력이 안 되는 대학생이었고 특히 살짝 졸리면 귀를 만지는 버릇은 귀에 무엇인가 이물질을 하고 다니는 거에 대해 거부감을 주기도 했다.

사실 단순히 귀를 만진다. 라는 것을 넘어 조물딱 조물딱 쭉~ 늘이기도 하고 꼬깃꼬깃 접어 귓구멍 안으로 집어넣기도 하고... 게다가 나는 쉽게 잘 졸리기 때문에 거의 하루 종일 귀를 만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다보니 지금 생각해도 막 뚫은 귀가 쉽게 아물 리가 없었을 것 같긴 하다.  

오후쯤 가짜 귀걸이 여파로 인해 나는 귓불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며 귀걸이를 만지작거렸다. 예쁘다고 했는데 빼기엔 아쉬운데... 나는 살짝 고민하다가 그래도 앞으로 며칠 고생하는 것보단 낫지 싶어 귀걸이를 뺐다.


“아파?”


귀걸이를 빼는 나에게 내 알레르기 반응을 아는 그가 물었다.


“응 좀?”

“빼빼 부었다. 빨게”


귀걸이가 빠진 왼쪽 귓불이 빨갛게 부었다. 만져보니 땡땡하다. 귓불을 만지고 있는데 갑자기 그가 크게 소리를 냈다.


“어?”

“응?”


그의 소리에 나도 고개를 돌려 그를 봤다.


“뭐야! 배로이리뻐”


뭐라고? 물론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지만 가끔씩 빠르게 파팍 치고 들어오는 그의 말을 한번에 알아먹지 못했다. 그는 발음이 정확한 스타일은 아니다.


“뭐라고?”

“빼도 왜 이렇게 이뻐!! 그냥 이쁜건가 본데?”


그의 말을 이해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단순한 그 말이 참 예뻤다. 과한 표현 같지만 진심이 느껴져서 참 예뻤다. 나에게 그런 말을 해주는 네가 참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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