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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쓰니 Jun 02. 2017

이불 밖은 위험해

ep3.

그리지_쓰니랑



알람 따위 맞추지 않아도 괜찮은, 그냥 일어나서 궁금함에 시간을 확인해도 좋은 그런 아무 스케줄도, 약속도 없는 환상적으로 여유로운 토요일 아침.


이런 날 유독 아주 쉽게 떠지는 눈과 맑아지는 정신을 무시한 채 나는 내 몸이 닿은 침대 부분 말고 밤새 아무 신체도 닿지 않아 더욱 더 뜨끈뜨끈한 매력을 지닌 전기장판 다른 위치에 다리를 움직여 놓고 폰을 찾아 팔을 쭉 뻗었다.


침대 옆 한쪽 구석에 쳐 박혀있는 배터리 충전이 빵빵하게 된 아이폰6s를 찾아 연결된 충전기 선을 잡아 뺐다. 폰에는 어제 미처 확인하지 못한 잠들기 전 온 그의 카톡이 보인다. ‘꺄’ 라고 답을 보냈다.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사운드를 진동으로 해 놓은 폰이 계속해서 반복해 울린다.



“으응~”


“일어났어?”


“아직 자고 있어엉”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응, 아직 침대야”


“침대요?”


“응 이불 밖은 위험해”


“아 너랑 맨날 안전한데서 같이 있고 싶구나”



갑자기 훅.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지는 그의 말에 설렜다. 일어나기 귀찮아서, 토요일의 여유로운 아침을 좀 더 느끼고 싶어서 따뜻하게 전기장판이 깔린 이불 속에서 아무 말이나 내뱉고 있는 중 갑자기 느끼는 설렘이란.


나는 그렇게 던진 그 말에 진정성이 느껴져 오글거림이 느껴지지 않는 신기함을 느끼며 흐흐흐 거렸다. 얼굴 피부부터 배 안에 위치하고 있는 창자, 아래쪽 배의 등 쪽에 쌍으로 붙어있는 콩팥까지. 나를 이루고 있는 온 몸의 구성원들이 따뜻한 기분 좋은 간지러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침대 밑에 깔린 전기장판으로 인한 이불 속에 퍼져있는 온기 때문인지 그의 말에 영향으로 내 마음에 퍼진 설렘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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