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리니쓰니 Jun 01. 2017

"보고 있어도 보고 싶어"

ep2.

그리지_쓰니랑




겨울은 살짝 차가운 향기만 남기고 봄이 고개를 힐끔 힐끔 한 번씩 눈치 보며 내밀고 있는 2월의 하루.


우리가 앉아있는 카페 창밖으로 쏟아져 내리는 햇살이 따사롭게 느껴지는 날. 차가운 공기 따위 절대 느껴지지 않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 있는 날. 오늘의 햇살이 유독 따사로워 내 앞에서 앉아서 날 보며 웃고 있는 네가 환하게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만 같은 이런 날.


나는 아무 말 하지 않고도 설레는 기분 좋음에 내 앞에 놓인 아직은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며 평화로운 평일 낮의 카페 분위기를 느꼈다.


그러다 갑자기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낮에는 나올 수 없었던 직장노예의 삶을 살아온 나 말고 그동안 이 평일 낮의 따사로운 햇살을 느꼈을 다른 사람들에게 부러움인지 아쉬움인지 모를 그런 애매한 감정.



“평일 낮은 정말 뭔가 여유로워. 평일 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는 것을 보면 나만 몰랐었구나 싶고”


“지금은 우리가 평일 낮에 길거리에 있는 사람들이잖아”


“맞네”



멍하게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말하는 나에게 그는 우리도 지금 그러고 있다며 사실을 인지시켰다. 반박할 수 없는 너무나도 당연한 그 말에 나는 ‘흐흐’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매일 매일 보면 좋겠다.”


“그럼 또 금방 질리는 거 아니야?”


“난 이렇게 보고 있어도 보고 싶어”



진심 가득 담긴 그의 말에 당황스럽지만 웃음이 났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이제 알 거 같아”



다시 한 번 확신하듯 말하는 그 말에 나는 뭐라 답하고 싶었지만 쉽게 입술이 안 떨어졌다. 그저 테이블 밑으로 꼰 오른쪽 다리만 미친 듯이 흔들어댔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는 몸을 살짝 내 쪽으로 앞당겨 커피 잔을 잡고 있는 내손을 잡았다. 그리고 내 손등 위에 살짝 입을 맞췄다.

이전 01화 빤히 날 바라보는 너의 눈빛에 마음이 흔들렸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