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8.
가만히 나를 보면서 한 손으로 내 얼굴을 머리 끝부터 턱까지 찬찬히 쓸어내리더니 별안간 툭.
“희한하게 생겼는데 예쁘네.”
쿵.
내가 생각하는 그는 잘생겼다.
잘생긴 건 둘째치고 매력적이다. 처음에 그와 만남을 결정한 이유도 ‘매력’ 때문이었으니까. 어떤 매력이라고 말하기는 좀 어렵다. 자기만의 약간 미친 매력이 있으며 그 매력은 한번 만나고 헤어진 다음에 계속해서 내 머릿속에서 아예 자리 잡은 채 맴돌았으니까.
정말 다양한 매력이 있지만 그중 처음에 의아했던 매력 중 하나는 ‘내가 보기에’ 여자에게 관심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진짜로 자기가 생각하기에 외모적으로 예쁘다고 생각하는 여자가 없다. 보통 객관적으로 예쁜 여자를 지칭할 때는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예쁨’, ‘사회적으로 예쁘다고 하는 외모’ 등으로 표현을 한다.
다른 측면으로 보면 그는 여자를 외모로만 평가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에게는 ‘예쁘다’라는 걸 외모에만 사용하는 단어가 아닐 것이니까 내가 생각하기에 그는 예쁘다고 생각하는 여자가 없구나.라고 결론 내린 걸 수도 있다. 그가 생각하는 ‘예쁜 여자’는 대화를 나눠보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깨달아가는 관계에서 정의 내릴 수 있는 사람일 테니까.
여기까지가 내가 생각하는 그의 ‘예쁘다’ 정의의 수준이다.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내가 본 그는 그렇다. 아니라면 나는 속고 있는 아주 순진한 사람.
어쨌든 이런 생각은 너무 나만의 생각이고 객관적으로 다시 바라봤을 때, 처음에는 뭐 여자친구인 나한테 그렇게 말할 수 있지. 그리고 티가 안 날 수 있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느끼는 건 정말 없는 거 같긴 하다는 것? 아직 모르는 걸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내가 느낀 바로는 그렇다.
그런데 사실 나에게 관심을 가진 이유도 ‘외모’ 때문이었을 거다. 처음 봤을 때부터 관심을 표했는 걸. 그래서 사귀고 나서 초반에는 매번 장난으로 “너는 나 얼굴 보고 좋아하잖아”라며 우스개 소리로 말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진짜 내 얼굴 보고 좋아했나 의심이 갔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이유와 같다. 내 생각에 그는 정말 외모로 보고 여자를 예쁘다고 평가하지 않으니까.
살짝 객관적인 이유 하나를 덧붙이자면 나는 대중적인 예쁨을 가진 외모랑은 약간 거리가 있다. 날 예뻐라 해주는 사람들의 말을 빌어보면 '뭔가 특이한', '매니아적' 이랄까. 그렇다고 내가 못생겼다거나 내 생각에 내 외모가 별로라거나 그런 건 아니다. 그냥 현재 사회가 원하는 예쁜 외모 상이 있지 않는가. 그런 외모 상과는 거리가 좀 있다는 그런 이야기다.
그와 나, 우리 각자만의 현실적인 이유가 있는 이런 상황에서
어느 날 가만히 나를 보면서 한 손으로 내 얼굴을 머리 끝부터 턱까지 찬찬히 쓸어내리더니 별안간 툭.
“희한하게 생겼는데 예쁘네.”
쿵.
마음에 없는 말을 하지도 않고, 진짜로 ‘예쁘다’는 기준에 있어서 매우 엄격한 사람이며, ‘희한하게 예쁜 사람’이 이상형이라고 말해 온 그가 갑자기 내뱉는 이런 말은 내 심장을 쿵. 떨어뜨린다.
"어디서 본 것 같은 흔한 외모도 아니고 본 적도 없는 느낌으로 희한하게 생겼는데 예쁘게 생겼어."
그가 말해주는 나의 외모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매번 말해줘서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갑자기 말하는 사실+고백=진심. 은 나를 또 한 번 설레게 했다.
그의 말하기 매력 지수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