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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쓰니 Dec 30. 2018

“네가 싫어하니까 나도 싫더라”

ep37.

 

그리지_쓰니랑




2019년 크리스마스이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크리스마스는 일반적으로 연인들의 날이다. 솔로들이 더 외로운 날이라고 울부짖지만 연인이 있는 사람들도 애매하긴 마찬가지다.


막 그렇게 매력적으로 사랑스러운 날은 아닌 걸.


연인이 있다면 크리스마스에 꼭 뭔가를 해야 하는 것 같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사랑이 식은 관계가 끝나가는 밍밍한 커플로 보이고, 갖고 싶은 것도 없어 보이는데 뭐라도 사줘야 되나 싶기도 하고.


유독 기념일에 예민하지 않은 스타일이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할 수는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도 나와 같은 생각이라는 것.


그는 기념일에 예민하지 않다기보단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꼭 뭔가를 해야 한다거나, 크리스마스 자체를 엄청 특별한 날로 여기는 느낌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에게 맞춰졌을 수도 있겠지만… 뭐 우선 지금은 그렇다.


특히나 이번 12월. 우리는 각자의 할 일로 너무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미처 준비할 새도 없이, 생각할 시간도 없이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뭘 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크리스마스에 ‘뭐할까’ 살짝 고민을 하다가.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시간도 낭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할 일이 많은 우리였기 때문에


‘그냥 우리도 뭐 케이크 정도 사 먹고 크리스마스를 즐기자.’로 크리스마스 계획을 끝냈다.


다행히 케이크는 둘 다 좋아하는 편이니 맛있는 맛으로 사서 먹으면 즐거우면서도 평상시와는 그래도 살짝 다른 그런 날이 될 거 같았다.



퇴근 후 카페에 들어가 케이크를 고르는 서로의 시선은 다름을 느꼈다.


가장 좋아하는 케이크 맛의 종류가 살짝 다르기 때문이겠지?


그래도 나보다 그가 더 케이크를 좋아하는 편이니 그가 좋아하는 케이크로 골라야겠다. 마음먹었던 그때였다.



“어떤 케이크가 좋아?”


“나는 케이크 다 좋아해. 녹차맛 빼고, 너는?”



나는 녹차는 정말 좋아하지만 녹차맛으로 표현되는 모든 음식은 좋아하지 않는다.


안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너무 맛이 없어서 못 먹는 정도기 때문에 정말 못 먹는 맛만 의견을 전달했다.



“나도 다 좋아해. 녹차맛 빼고”


“너는 녹차 좋아하잖아”



다른 맛보다도 특히나 녹차를 좋아하는 걸 잘 알고 있는 나한테 녹차맛은 뺀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그가 녹차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네가 녹차맛을 싫어하니까 나도 싫더라”




어머.


진짜 작정하고 해주는 예쁜 말보다 이렇게 본인도 모르게 하는 말이 나를 생각하는 사랑스러운 말일 때.


가슴이 막 콩닥콩닥 설렘 설렘 얘 나 사랑하는구나. 우리 사랑하는 사이구나. 언제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은 하지 말아야지. 누구나 그렇듯이 우리도 우리의 사랑은 영원할 거라 믿고 있길 바라는 그런 사랑을 하면서. 가슴도 흔들고 머리도 흔드는 그의 진심어린 말솜씨에 다시 한번 감탄하며.



갑자기 훅 들어오는 로맨틱에 가슴이 콩닥콩닥 설레는 기분을 느끼는 그 순간도


그 순간을 생각하며 글을 쓰는 지금도 손가락에서 행복함이, 기분 좋음이 흘러나온다.



어제 내일과 똑같이 1년 중에 하루일 뿐이며 그저 쉬는 날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사회적으로만 특별한 '크리스마스'라는 날이 갑자기 개인적으로 특별해진 날이 된 날.


2019년 크리스마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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