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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쓰니 Dec 27. 2018

“나한테만 강하면 됐지”

ep36.

그리지_쓰니랑




언제였을까.


겨울도 됐겠다. 회사에서 신을 실내화를 고르던 날이었다.

쇼핑이란 그런 거 같다. 필요해서 ‘사야지’ 결심하고 가면 마음에 드는 게 보이지 않는다. 머피의 법칙.


그런데 정말 꼭 사야 했는 걸. 결국 계산대 앞에 줄을 서 있던 내 손에는 금방 버릴 것만 같은 기분의 슬리퍼가 들려있었다.

다들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유독 꽤나 길었던 길의 끝에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계산대 앞으로 가려는 순간이었다.


한 아줌마가 갑자기 내 앞으로 튀어나와 계산대 직원에게 말을 거는 게 아닌가.

나는 멍하게 그 아줌마를 바라봤고 그렇게 바보같이 새치기를 당했다.


'흠' 거리며 입술만 삐쭉 거리고 있는 나를 보며 그가 말했다.


"우리 쓰니는 나한테만 강해"


나는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쳐다봤다. 그런 나를 보며 그는 말을 이었다.


"이렇게 새치기 당해도 별 말도 안하고 바보 같으면서 나한테만 강해"

"내가 그래?"

"응 나한테만 할말 다 하고 나한테만 강해. 밖에서는 이렇게 당하고"

"내가 언제. 이건 좀 그랬지만 내가 너한테 제일 잘해주는데 뭐 너한테만 강해"


순간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아니라고 말해줘야 했다. 내가 얼마나 잘해주는데!

그런데 그 순간 '정말 얘한테만 할말을 다하고 있네'라는 생각이 틱 하고 들었다.


정말 내가 그랬을까. 그럼 그런 나의 행동으로 인해 그가 상처를 받았을까? 기분이 나빴을까? 나는 왜 그렇게 행동을 했을까? 떠오르는 많은 생각을 막을 겨를도 없었다.

갑자기 드는 수 많은 생각으로 잠시 내 행동은 고요해졌다. 그 때였다.


갑자기 들려온 그의 목소리는 복잡했던 내 머리 속 생각을 깔끔하게 지워버렸다.


"그럼 됐지"

너무 많은 생각을 하니라 살짝 풀려있던 동공이 제자리를 찾았다. 그런 말을 하는 그를 쳐다보려 고개를 들어올리자 그가 이어 말했다.



“나한테만 강하면 됐지”


왠지 모를 온화한 기운을 뿜뿜 내뿜으며 나를 귀엽게 바라보는 그의 표정이 그의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한테만 강하면 된다고. 다른 데서는 대신 강하게 해주겠다고.



진짜 저런 의미로 말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느꼈고, 내가 느낀 그 감정을 그도 부인하지는 않았으니.


그걸로 된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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