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9.
시끄러운 전철 안이 지겹다.
오늘따라 예민한 내가 문제인 건지 사방이 막혀있는 나름의 이유로 만들어진 둥근 직사각형 안에서 50여 명은 족히 넘을 거 같은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꽉 찬 좁디좁은 공간이 만들어낸 까칠함이 당연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유난히도 거슬리는 소리와 여러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코를 찌르는 살 내음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이 오늘따라 참 멀게 느껴지는 그런 날이었다.
만나기로 한 목적지 역에 내려서 고개를 이쪽저쪽으로 빠르게 돌리며 그를 찾았다. 저깄다.
저 멀리서 동그랗게 뜬 건지 흘깃 거리며 살짝 뜬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 뜨지도 확 감지도 않은 그의 눈 속 눈빛이 '참 매력적이다'라는 생각을 짧으면서도 긴 시간의 우주계 속에서 있었을 때쯤.
예민함에 곤두서 있던 내 신경에 그를 보며 잠시나마 멍하게 혼자만의 생각의 늪 속에 살짝 코 중간을 넘어 막 눈에 닿으려는 그 순간.
오버스럽다 할 수 있는 그의 손짓과 몸짓, 가느다래서 새하얀 그의 손가락의 움직임과 우오우오거리는 그의 자줏빛 도는 통통한 입술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내 양 쪽 목과 볼 사이를 강하면서도 가볍게 살짝 움켜쥐는 뭔가 강압적이면서도 부드러운 그의 행동에 빠져있을 때쯤.
"넙옙뻡넙엡법넘옙뻠뻠버멉"
응? 뭐라고 하는지도 모를 이상한 말을 다다다다다 내 고개를 한편으로 돌리며 왼쪽 귀에 대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귀를 더 기울이자 명확하게 다시 들려오는 말.
"너무 예뻐"
정말 예쁜 너의 입에서 나오는 예쁜 말을 하는 너가 너무 예쁘다.
같은 지하철을 탔지만 굳이 안에서 만나지는 않고 목적지 역에서 내려 서로가 어디에 있는지 둘러보는 그 시간이 말이야.
언젠간 예쁜 추억이 되겠지?
나중에 생각했을 때 잊지 못할 좋은 사진 속 한 장면이 되겠지!
내리자마자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다가 너 같은 느낌에 헤매던 눈동자를 잠시 멈추던 그 순간 말이야.
너도 날 바로 발견했는지 시크한 표정으로 나에게 오는 그 순간.
서로에게 다가가던 그 시간은 말이야.
그날, 그 시간, 그 순간에만 드는 감정은 우리가 다시는 느낄 수 없는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웠다 말할 수 있는 그런 소중한 감정이겠지?
나중에 우리가 서로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같은 순간을 만들려고 해도 그 날 우리로는 다시 돌아갈 수는 없을 테니까.
그 공간에서의 상황과 그 감정, 서로를 발견하고 멀리서 서로에게 다가오는 그 순간이 예쁘다고 너무 예뻤다고 말할 수는 있는 거겠지.
'너무 예뻐'라고 말하는 너의 말에 너무 좋았던 내 감정이, 그렇게 말해주는 너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이뤄진 순간이.
예쁜 건 맞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