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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쓰니 May 15. 2019

멋진 남자는 타고 난다.

ep40.

부제 : 그가 나한테 외모 칭찬을 세심하게 하지 않는 이유


그리지_쓰니랑




나도 내가 이런 거 하나하나에 신경 쓰는 연애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그런 거 참 잘 아는 미대 나온 세심한 스타일의 남자를 항상 좋은 마음으로, 아니 점점 커지는 마음으로 계속 만나다 보면 괜히 하나씩 신경 쓰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는 한다.



하루는 안 하던 볼터치를 열심히 하고 그를 만나는 날이었다.


그날 아침부터 지난번 홍콩 출장에서 사 온 볼터치가 눈에 유독 띄더라. 평상시에 볼터치를 거의 하는 편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예쁜 볼터치가 내 화장품에 있기는 하다.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볼에 톡톡 두드렸다.


그리고 만난 그는

당연한 건지 당연한 게 아닌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붉어진 양 볼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오늘 특별히 열심히 했는 걸? 나는 바로 물어봤다.



"나 오늘 볼터치했는데, 어때? 몰랐지?"


"알지 나는 다~"



나 볼터치한 거 아느냐. 알아보거라. 하는 심정으로 물어본 나의 질문에 '다 안다'라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하는 그.


다 안다니? 다 아는데 왜 말을 안 했을까. 나는 의아한 기분이 들었지만 혹시나 이상해서 말을 안 한 걸까 싶어서 또 물어봤다.



"그런데 왜 아무 말도 안 해?"


"아 예쁘네 한 거지. 예쁘다고 했잖아~"



그건 그렇다. 오늘 그는 만나자마자 '오늘 예쁘네'라고 말한 적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양 볼에 한 볼터치가 예쁘다고 한 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확인했다.



"볼터치 예쁘다고 안 했잖아"


"다 포함된 이야기지. 나는 마음속으로 했지. 오늘은 볼터치도 했네 예쁘네~"


"뭐야, 그럼 말해줘야지!"



내가 말하고 나니까 이렇게 말하는 건가 싶은 마음에 왜 말해주지 않았냐고 다시 캐묻는 내 물음이 부끄러워지는 대답이 들려왔다.


"네가 나한테 평가 듣자고 하는 건 아닐 거 아니야"




진짜.

꼭 준비된 멘트처럼

꼭 준비된 멋진 남자처럼


그의 대답에 나는 뜨거워졌다. 그리고 따가워졌다.



너무 건강해서 풀 몸도 없지만 괜히 들어가보고 싶어서 확 들어간 뜨끈한 탕은 그냥 뜨겁기만 했고 멀쩡한 내 피부는 따가워졌다.


'내가 여자도 남자처럼 이래야지!', '여자라고 이렇게 생각하면 안되지!' 이렇게 외치며 '화장 나는 귀찮아서 안하는 거야! 빡세게 화장을 하는 것도 내 만족이고!' 이렇게 생각해왔던 그리고 그렇게 살아왔던 그동안의 내 자신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온 몸이 따가워지는 기분과 달리 마음에서는 온통 보라빛 바람이 살살 불어대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다시 한번 반했다.


그냥 일상 속에서 나누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그가 참 건강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구나. 멋진 성향을 가진 사람이구나.


만나면 만날 수록 계속해서 진짜 괜찮는 사람이구나.


나는 또 반했다.



아니 정말

멋진 남자는 타고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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