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잠들지 못하는 밤

by 고지윤


지윤의 일상은 '초커'라는 새로운 감옥에 갇혀 완전히 뒤틀렸다. 관리국에서 채워준 이 검은 금속 고리는 단순한 추적기가 아니었다. 지윤의 뇌파가 조금이라도 공간 전이의 전조인 '델타-스페이스' 파형으로 바뀌려 하면, 초커는 가차 없이 날카로운 전기 신호를 내보냈다.

"아악!"

새벽 2시, 얕은 잠에 들려던 지윤이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다.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짜릿한 통증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공간 이동을 막기 위한 강제 각성 시스템. 지윤은 땀에 젖은 얼굴을 감싸 쥐었다.

"이게 무슨... 자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공포가 몸을 지배했다. 잠들면 어디론가 날아가 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잠들려고 하면 목을 옥죄는 전기 자극 사이에서 지윤은 말라갔다. 며칠 사이 그의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았고, 헛것이 보일 정도로 피로가 쌓였다.

벽 너머 옆집에서는 하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지윤 씨, 뇌파가 다시 불안정해졌어. 의식적으로 호흡을 가다듬어. 능력이 네 무의식을 파고들지 못하게 방어하라고."

"말이 쉽지... 팀장님은 이게... 으윽, 직접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지윤은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지르곤 다시 베개에 머리를 묻었다. 하지만 다시 잠의 입구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초커의 붉은 불빛이 점멸했다. 지윤은 깨달았다. 자신이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다'거나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는 아주 작은 염원만 품어도, 그의 미숙한 능력은 공간을 찢으려 발악한다는 것을.

다음 날 아침, 퀭한 눈으로 옥상에 올라온 지윤은 난간에 기대어 멍하니 하늘을 보았다. 그때 하진이 생수 한 병을 던지며 다가왔다.

"방법을 바꿔야겠어. 넌 지금 잠을 '참으려고' 하니까 능력이 더 날뛰는 거야."

"그럼 어떡해요? 잠들면 또 어디로 튈지 모르는데."

하진은 지윤의 곁에 서서 멀리 시선을 던졌다.

"공간 전이 능력자의 숙면법은 일반인과 달라. 장소를 특정하지 마. '어디로 가고 싶다'는 생각 자체를 지워야 해. 네 몸이 지금 이 자리에, 이 공기 속에 닻을 내리고 있다고 시각화해 봐. 네 방 침대의 딱딱함, 이불의 무게감... 그것들이 널 지탱하고 있다는 감각에만 집중하는 거야."

지윤은 하진의 말대로 눈을 감고 자신의 방을 떠올렸다. 낡은 벽지의 무늬, 창문으로 들어오는 가로등 빛, 그리고 지금 옆에 서 있는 하진의 서늘한 기운까지. 그는 '도망'이 아닌 '정주(定住)'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요동치던 심장박동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이 능력은 근육과 같아. 쓰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도 훈련이야."

하진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부드러웠다. 지윤은 처음으로 그녀가 자신을 감시하는 '간수'가 아니라, 거친 파도 속에서 길을 알려주는 '등대'처럼 느껴졌다.

그날 오후, 지윤에게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아니, 정확히는 관리국의 엄격한 검문을 뚫고 들어온 '공식적인 방문객'이었다.

"지윤 씨, 몸은 좀 어때요?"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벗으며 방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가수 세린이었다. 하진은 문가에 팔짱을 끼고 서서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사건 피해자로서 진술 보강이 필요하다고 해서 허락한 겁니다. 시간은 10분이에요, 세린 씨."

하진의 차가운 태도에도 세린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지윤의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그녀는 지윤의 목에 채워진 초커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미안해요, 지윤 씨. 나 때문에 이런 고생을 하는 것 같아서... 경찰서에서 사라졌다는 얘기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아니에요, 세린 씨가 미안할 게 뭐 있나요. 제가 관리를 못 해서 그런 건데..."

지윤은 눈앞의 대스타가 자신을 걱정해 준다는 사실에 얼굴을 붉혔다. 세린은 가방에서 정성스럽게 포장된 작은 상자를 꺼냈다.

"이거, 내가 정말 힘들 때 쓰는 향초예요.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숙면에도 도움을 주거든요. 하진 씨, 이건 위험한 물건 아니니까 괜찮죠?"

하진은 말없이 다가와 향초를 낚아채듯 가져가 냄새를 맡고 성분을 확인했다. 일반적인 아로마 오일과 허브 외엔 특별한 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진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채 향초를 다시 세심히 살펴보았다. 하진이 잠시 시선을 돌려 향초의 포장지를 살피던 그 찰나였다.

세린은 일어서는 척하며 지윤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그리고 지윤의 귀에 입술이 닿을 듯 가까이 다가갔다. 하진의 위치에서는 그저 작별 인사를 나누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윤의 고막에는 공기마저 진동시키는 아주 미세하고도 기묘한 주파수의 목소리가 박혀 들었다.

"이 향기를 맡으면... 나를 찾아와."

그것은 인간의 청력으로는 거의 인지할 수 없는 초고주파의 속삭임이었다. 세린의 '세이렌' 능력이 지윤의 뇌리에 깊숙이 암시를 거는 순간이었다. 지윤은 순간적으로 멍해졌지만, 세린은 이미 화사하게 웃으며 하진을 향해 돌아섰다.

"팀장님, 지윤 씨 잘 부탁드려요. 제가 팬으로서 응원할게요."

세린이 떠난 뒤, 지윤은 홀린 듯 향초를 켰다. 은은한 라벤더 향이 방 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하진은 옆방으로 돌아갔고, 지윤은 하진이 가르쳐준 '닻 내리기' 명상법을 시작했다.

하지만 평소와 달랐다. 분명 '이 자리에 머물겠다'라고 다짐하고 있었지만, 코끝을 스치는 향초 냄새를 맡을 때마다 세린의 마지막 속삭임이 환청처럼 뇌 속을 맴돌았다.

'나를 찾아와...'

지윤의 무의식은 하진이 알려준 '정주'의 훈련과 세린이 심어놓은 '갈구'의 암시 사이에서 격렬하게 충돌했다. 그러나 세린의 음파는 지윤의 깊은 수면 단계인 델타파를 자극하도록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옆방에서 모니터를 지켜보던 하진은 지윤의 뇌파가 평온하게 가라앉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훈련 효과가 나타나는군."

하지만 하진은 몰랐다. 지윤의 뇌파 그래프 밑바닥에서, 세린의 암시에 반응하는 아주 미세한 변곡점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을. 지윤은 깊은 잠에 빠져들며 자신도 모르게 '닻'을 올리고 있었다. 그가 향하는 곳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그를 부르는 세린의 목소리가 깃든 곳이었다.

어두운 방 안, 향초의 불꽃이 기묘하게 일렁였다. 지윤의 몸 주변 공간이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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