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만난 지 4년이 지났다. 우리는 4년 동안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 왜? 싸울 일이 없어서? 아니다. 싸울 일은 언제든 있다. 그런데 손바닥을 아무리 허공을 향해 내둘러도 혼자서는 '짝!' 소리를 내지 못한다. 내가 남편에게 싸움을 걸어도 남편이 반박하지 않으니 싸움이 되지 않는다.
결혼을 하고는 하루는 저녁에 야식으로 냉면을 시켰다. 맛있게 먹고 배도 부르고 요즘 살도 찐 것 같은 마음에 남기려고 하는데, 남편이 말한다. "남기면 안 돼. 다 먹어야지."
여기에 나는 날카롭게 말했다. "내가 잔반 처리 쓰레기통이야? 내가 자기 밥 남길 때 꾸역꾸역 먹으라고 한 적 있어? 내가 안 먹겠다는데 왜 자꾸 먹으라고 그래!"
그러자 남편은 먹던 냉면을 그대로 삼키지도 못하고 젓가락을 떨어뜨리더니, 너무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떨궜다. 마치 강아지가 주인의 꾸지람에 깜짝 놀란 것 같은 그의 행동에 나는 크게 웃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마음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그러고서는 진심으로 미안하다고도 했다. 그런 의미가 아니었는데, 왜 혓바닥이 이렇게 자기 맘대로 움직여서 곤란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다시는 안 그러겠노라고 말했다.
나는 다른 사람과의 연애에서는 지지리도 많이 싸웠다. 부재중 전화 100 통도 찍어보면서 집착도 해봤다. '깍쟁이'라고 했다고 그 말을 늘어 잡고 "어떻게 나한테 깍쟁이라고 할 수 있어? 도대체 깍쟁이라고 한 '저의'가 뭐야?"라면서 몇 날 며칠을 싸웠다. 원래 연애에서는 당연히 싸움이 빠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싸우면서 서로 알아가는 거지. 이것이 나의 연애관이었다.
그런 상태로 남편을 만났다. 남편과 처음 말다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은 '결혼반지'를 하지 않겠다는 그의 말을 들었을 때였다. 결혼반지를 왜 안 하고 싶냐고 물어보니, 자신은 반지를 생전 껴본 적이 없고 반지가 불편할 것 같기 때문에 반지가 필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바로 반박했다.
"안 해봐서 그렇지 결혼반지는 했으면 좋겠어. 서양에서는 결혼반지를 내내 끼고 있잖아. 그리고 나는 결혼반지를 하고 싶어."
그러자, 그는 대답했다.
"그래? 그러자."
그리고 남편은 '웨딩 반지 전문가'를 시켜도 될 정도로 웨딩 반지에 대해서 공부했다. 그러고서 말했다.
"반지 꼭 하자. 나도 하고 싶어. 안 했으면 어쩔 뻔했어!"
"에이, 정말 안 싸우고 사는 사람이 있나요?" 나도 했던 말이다. "사람이 어떻게 안 싸워요. 그리고 싸우는 게 뭐 나쁜 건가요? 싸우면서 서로 알아가는 거죠. 싸워도 괜찮아요." 진심으로 이렇게 생각했고 이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우리의 기본 베이스는 '싸우면 안 돼.'가 아니라, '싸워도 괜찮다.'이다.
이런 생각은 굳건하다. 그러나 싸우지 않는 이유는 일부러 싸움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굳이 싸움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가 싸우지 않을까? 글쎄. 모르겠다. 누가 확언할 수 있을까? 그러나 지난 4년간의 시간 속에서 배운 것은 싸울 일이 있어도 반박하지 않으면 싸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과 싸우지 않아도 관계는 깊어질 수 있다는 것. 앞으로의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고 그냥 살아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