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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르르 Aug 22. 2021

신혼인데 각자 침대를 쓴다고?


혼인신고만 하고 단칸방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했을 때, 우리는 퀸 사이즈 침대 1개에 함께 잤다. 지금은? 보다시피 남편은 왼쪽 퀸사이즈 침대에, 나는 오른쪽 더블싱글 사이즈 침대에서 잔다. 결혼 15개월 후부터 우리는 각자 침대를 써오고 있다.


각자 침대를 쓰자고 한 것은 남편의 아이디어였다. 남편과 나는 잠버릇이 아주 고약한 편인데, 남편은 분명 함께 덮고 잠이 든 이불을 돌돌 말아 혼자서 아주 포근하게 자는 스타일이고, 나는 자다가 웃어서 남편을 깨우거나 끊임없이 뒤척여서 뱅뱅 돌아다니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한 침대에서 같이 자면서 에피소드가 늘어났지만 딱 그만큼 피곤함도 늘어났다. 어느 날은 자다 보니 벽 쪽에서 자는 나는 벽에 '따개비'처럼 붙어서 자고 있었고 남편은 대자로 팔과 다리를 쭉쭉 뻗고 자고 있었더랬다. 이사를 가면 반드시 침대를 2개 쓰리라 우리는 합의했다.


침대가 2개 들어가는 안방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최근 지어진 신축 아파트들은 거실이 넓게 나오고 안방은 넓게 나오는 경우가 드물다. 신축 아파트 갈 형편도 안 되었지만 어쨌든 우리는 구축 아파트에서 안방이 꽤나 크게 나온 집을 구해서 침대를 2개 놓는 것을 성공했다.


 



각자 침대를 쓰면서 가장 좋은 점은 서로의 잠버릇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자면서 뒤척이는 수준이 호떡 뒤집듯이 빈번한데 내 마음대로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한 사람이 먼저 일어나도 남은 사람은 잠에서 깨지 않고 깊은 잠을 이어갈 수 있는 게 가장 좋다.


보통 엄청 졸리기 전까지 넓은 남편 침대에서 둘이 웃긴 얘기를 하거나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신나게 웃는다. 그러다가 남편은 말한다. "이제 그만 돌아가 줘." 그럼 나는 말한다. "싫은데?" 보기와 달리 순둥순둥 한 남편은 "어.. 어쩔 수 없지." 하면서 연신 하품을 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 모습을 보고서야 내가 "나 이제 간다. 안녕." 하면 남편은 "사랑하니까 보내준다!" 하면서 인사를 한다.


우리의 밤은 대략 이런 식이다.


칼릴 지브란이 쓴 <예언자>라는 책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스승이여, 결혼은 무엇입니까?" 여성 예언자 알미트라가 알무스타파에게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결혼이란 두 사람이 함께 서 있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않는 것이다.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어야 지붕을 받힐 수 있으며, 아무리 생명력이 강한 참나무와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랄 수 없으니."


그렇게 우리는 함께 있되 거리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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