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내가 다이빙을 배우게 된 것은 병수 때문이었다. 병수는 가벼운 입만큼이나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이 학교로 처음 왔던 날, 담임이 조회 시간에 말했다.
“해구는 건강상의 이유로 한동안 학교를 쉬었다고 한다. 제주도에도 처음 왔다니,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모두 도와주도록.”
어색한 인사를 한 뒤 아이들의 호기심 가득한 시선을 피해 잔뜩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
담임이 교실을 나가자마자 복도 쪽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병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나를 향해 격하게 손을 흔들어 댔다.
내가 알던 사람인가, 아님 어디서 본 적이 있었나?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내가 멀뚱히 쳐다보고만 있자 병수가 옆자리에 앉은 아이의 의자를 밀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바람에 책상이 휘청거리더니 옆자리에 앉은 아이의 스마트폰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로 그 순간, 교실을 나가려던 윤찬이 무심코 바닥에 떨어진 스마트 폰을 밟고 말았다. 윤찬은 당황하며 인상을 구겼다.
스마트 폰 주인이 액정이 깨진 폰을 한 손에 쥐고 병수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박병수! 이거 최신 폰인데, 어떻게 할 거야?”
병수가 억울하다는 듯 반박했다.
“그러니까 내가 몇 번이나 말했냐? 나 좀 지나가게 해달라고. 해구한테 인사하러 가려고 했는데, 네가 안 비켜줬잖아.”
모두의 시선이 순간 나에게 집중됐다. 그 시선들은 이렇게 묻는 것 같았다.
‘박병수랑 서로 아는 사이야?’
나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아이들의 시선이 다시 병수에게로 옮겨갔다.
“그리고 그걸 내가 왜 물어내? 바닥에 떨어졌을 땐 분명 멀쩡했어. 오윤찬, 저 자식이 조심성 없이 밟은 거잖아.”
병수의 말에 스마트 폰 주인이 이번엔 윤찬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어쩔 거야? 너라도 책임질 거지?”
윤찬은 얼굴이 붉어진 채 스마트 폰 주인의 어깨 너머로 병수를 노려봤다. 병수는 억울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해구야, 넌 어떻게 생각해? 내 말이 틀렸냐?”
“어, 어?”
나는 순간 당황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 호흡이 엉키며 기침이 터져 나왔다. 내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기침을 해 대자, 병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달려왔다.
“김해구, 왜 그래? 괜찮아? 보건실 갈래?”
쏟아지는 기침 때문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나는 몇 번을 괜찮다고 손을 저었지만, 병수는 나를 굳이 보건실로 데려갔다.
보건실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거짓말처럼 기침이 멈췄다. 그런 나를 보며 병수가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씩 웃었다.
“야, 김해구. 우리 뭔가 잘 맞는 것 같은데. 친하게 지내자.”
그날 이후로 병수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도 이것저것 가르쳐주며 굴비 묶듯 나와 자신을 하나로 엮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