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지난 7월 9일, 제주시 애월 앞바다에서 괴생명체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긴장하고 있다. 스쿠버 다이빙 중 괴생명체를 목격했다고 주장한 박 모(15세)군은 '괴생명체의 얼굴은 사람과 같았고, 다리는 물고기 꼬리처럼 두 갈래로 갈라져 있었다'고 말했다.
"기사 좀 봐라. 괴생명체가 아니라 인어였다니까! 내가 분명히 봤어!"
병수가 자신의 휴대폰에 실린 기사를 내 턱밑에 들이밀었다. 심장이 박자를 잃은 채 요동치기 시작했다.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기사와 함께 올라온 사진 속에는 흐릿하게 푸른색 지느러미가 보였다.
내 옆자리에 앉은 윤찬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 또 그 얘기야. 그래서 인어 공주님은 예뻤냐? 왜 인어 공주님 옆에 수다스러운 바닷가재는 없었고?"
며칠 전 병수는 스쿠버 다이빙을 하다가 바닷속에서 사람 얼굴을 한 물고기를 봤다고 했다. 꿈이라도 꿨냐고, 같이 들어간 다른 사람들은 왜 못 봤냐며, 평소 병수를 잘 아는 윤찬은 그저 웃어넘겼다.
"아, 진짜라니까. 내 두 눈으로 직접 봤다고!"
병수의 말에 윤찬이 듣기 싫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박병수, 이제 네 자리로 돌아가! 쉬는 시간은 다 끝났어!"
하여간 저 두 사람은 인어공주와 바다 마녀처럼 누구 하나가 물거품이 되어야지 이 악연이 끝나지 싶다.
'그날 병수가 본 게 정말 인어였을까'
갑자기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마른침을 삼키다 기침이 터져 나왔다. 기침을 할 때마다 폐가 찢어지는 듯 아팠다. 주변 아이들이 힐끗 나를 바라봤다.
나는 아이들의 시선을 피해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그러고는 차가운 수돗물을 얼굴에 마구 끼얹었다.
화장실 거울 속에 발갛게 달아오른 내 얼굴이 비쳤다. 가쁜 호흡도 서서히 제 박자를 찾아갔다. 나는 왼쪽 목덜미를 살폈다. 날카로운 이빨 자국이 울퉁불퉁한 흉터로 남아있었다. 손가락으로 흉터를 쓸어내리자, 바닷속 차가운 물살이 떠올랐다. 그러자 목이 타들어 가는 듯했다. 나는 황급히 수도꼭지를 틀어 물을 들이켰다.
“괜찮아. 여긴 안전해.”
복도 끝에서 조회하러 오는 담임의 슬리퍼 끄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바로 교실로 뛰어들었다. 주머니 속 휴대폰이 찌잉 울렸다.
병수가 보낸 문자였다.
- 이번 주말 다이빙 한 깡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