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2일의 이야기
어제 저녁을 먹는데 남편이 수요일에 친구들 만나기로 했는데 다녀와도 되냐고 했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상관없었고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8월에는 수요일에 만나는 친구들이랑 1박 2일로 계곡에 놀러 가도 되냐고 하길래 이 역시도 다녀오라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머릿속엔 이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근데, 이력서 다 쓰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딜 간다는 거지? 놀 거 다 놀면 언제 도대체 취업하겠다는 걸까?", "20곳에 수시지원을 다 했다는 말을 못 들은 것 같고 이번 주 수요일이면 내가 수시지원 얘길 꺼내고 본인도 알겠다고 대답한 지 일주일인데?"
생각이 바뀌었다. 자기 전에 남편에게 말했다. 수요일에 다녀오라고 했는데 그전에 이력서 TOP 20 뽑아준 곳에다 수시 지원 다 하고 가면 가라고 말이다.
"회사마다 이름을 바꿔야 하는데 20개를 언제 써?"
"왜 못써? 회사 이름들을 빼고 통일된 양식을 메일에다가 다다다다 보내면 되는걸"
"아무리 그래도 이름을 빼면 되나?, 정성이 없잖아"
"아니 그럼 언제 쓰게?"
"내일 최대한 많이 쓸게"
이미 이력서랑 경력기술서가 있는데 왜 이렇게 뜨듯 미지근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수요일 저녁약속 가기 전에 이틀 정도의 시간이 있고 10개씩 메일주소만 취합해서 복붙 해서 넣으면 될 것 같은데 뭐가 이렇게 어려운 걸까. 그래.. 어려운 이유가 있나 보다.라고 생각하기로 했고 최대한 많이 쓴다고 했으니 오늘 가서 물어봐야지. 약속도 좋다. 놀러 가는 것도 좋다. 근데 할 건 하고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