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18일의 이야기
취업을 준비하는 남자친구가 있는 친구가 있어서 어젠 삼겹살에 소맥을 마시며 서로의 처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친구는 내 앞에서 배부른 소리라고 미안하다고 하면서 남자 친구가 면접중독이라고 했다. 붙었으면 출근하면 되는데 남자 친구는 보험이라고 생각하고 9월 정도까지는 더 면접을 보겠다고 했다고 한다. 나도 차라리 그 처지였으면 좋겠다. 면접 중독이란 말이 참 달콤하면서 씁쓸하게 들리는 건 왜일까. 왜 이력서를 넣어도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는 곳이 없을까? 계속 원서를 내는데? 이 정도면 이력서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어제저녁 전 점심에는 퇴사한다는 후배와 밥을 먹었다. 해외로 공부를 하러 간다는데 참 부러웠다. 그러면서도 후배의 한 마디가 내 마음을 후벼 팠다.
"선배님은 오래 만나 결혼도 하시고 아무 걱정도 없고 행복하실 것 같아요."
"어? 응 그렇죠."
행복? 나 지금 행복한가? 냐고 묻는다면 전혀 행복하지 않다고 대답할 수 있다. 하지만 해외로 공부하러 가기 위해 퇴사하는 2년 차 사원을 앞에 두고 할 소린 아니었고 또 내 마음을 드러내고 싶지도 않았다. '아냐, ○○씨. 나 걱정 되게 많고 행복하지 않아.'라고 속마음은 메아리쳤다. 면접중독 나도 걸려보고 싶다. 그리고 행복하다고 걱정 없다고 말하고 싶다. 빨리. 집에 돌아가는 길 내내 중얼거렸다. "취합하게 좀 해달라고, 뭐가 부족한데 면접도 안 불러주냐고".. 카드값 계산 두드리는데 더 이상 이런 생활은 하고 싶지 않았다. 다음번엔 퇴사는 이직할 곳 정해놓지 않는 이상 없다. 절대로. 대충 씻고 잠들었다. 잠이 솔솔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