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퇴사를 했다.(18) - 카드 대금

D+123일의 이야기

by 키위열매

카드대금일이 오는 것이 참 싫다. 벌써 네 번째니 퇴사한 지 120일이 지나갔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면접 소식은 없고 그냥 그런 저런 하루가 계속 흐르고 있다. 어제 퇴근하기 전만 해도 생각을 바꿨더랬다. 다시 즐겁게 생각하자고. 분명 어딘가에는 붙을 거라고 했는데 속절없이 시간은 가고 벌써 네 달이 지났다.


카드 대금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또 우울해졌다. 왜 나는 남편과 같이 돈을 모으지 못하는가. 그리고 왜 구직하는 남편보다 내 카드값이 더 적은 것인지 당최 모르겠다. 비교만 하게 되고... 어제는 출근길에 "나 얼른 같이 출근준비를 하고 싶어."라고도 말했다. "알겠어~"라며 침대에서 일어나는 남편을 보고 참 마음이 아팠다. '남편이 취직 준비를 잘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도와줘야지.'라는 마음과 '내가 지금 번 돈과 모은 돈으로 집의 생활비가 모두 나가는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지?'이 두 물음 사이에서 늘 괴롭다.


지난 주말에는 남편이 동호회에서 모임을 다녀왔는데 가기 전에 "이력서 쓸 곳 다 썼다. 잘 다녀오겠다." 했는데 "어 그래~"라고 하긴 했지만, 대금 얘기를 하다가 어젯밤에 난 아무 말도 안 하게 됐다. 나에게 왜 그러냐며 돈이 부족하냐며 물어보는데 대답도 안 했다. 그리고 울다 지쳐 잠든 듯하다. 기다려야지.. 결혼기념일에도 백수는 안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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