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퇴사를 했다.(38) - 태도가 문제인 거야

D+285일의 이야기

by 키위열매

D+282일인 12/17(일)로 돌아가본다. 면접 소식도 없는 하루하루가 지나갔고 여전히 집에 오면 소파에 누워 핸드폰을 하고 있는 남편을 보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이러려고 결혼한 게 아닌데... 토요일엔 금요일 회식이 있었고 택시가 잡히지 않아 남편이 데려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토요일 증발. 일요일에 뒤풀이가 있었는데 몸이 좋지 않아 쉬었다. 닭볶음탕이 먹고 싶어서 엄마의 레시피를 따라 만들었다.


같이 잘 먹고 나서 각자 공간에 있는데 이력서를 쓰지도 않고 또 소파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아 부아가 치밀었다. 카드값도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봤는데 그냥 얼마 남았다는 대답이 끝이다. 참............ 못났다. "이력서 안 써? 알바는?", "아 쓰고 있어". 솔직히 본인이 지금 백수인 상황이면 같이 사는 나에게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이라는 걸 '먼저' 말해줘야 하지 않나? 늘 내가 먼저 대화하는 식에 질렸다. 그래서 말 안 하고 있었는데 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침대에서 숨죽여 울다가 거실로 나가서 얘기했다. 연말이 다가오고 새해가 다가와서 더 초조해지는 나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계획이 뭐야?"

"알바도 해야지"

"지겹지도 않아?, 그냥 첫 번째 다녔던 회사에 연락 넣어"

"...."

"뭐라도 해야 할 거 아냐"

"알았어 지금 내가 돈 못 벌어온다고 그러는 거 아냐"

"돈이 문제가 아니라. 태도가 문제인 거야. 막일이라도 가서 뛰어"

"내가 알아서 할게"

"뭘 어떻게?"

"아 내가 알아서 한다고"

"나는 지옥 같아. 이혼하는 꿈도 꿔"

"... 알아서 내가 할게"


.... 뭘 어떻게 한다는 거니? 창살 없는 지옥 같다고 생각하길 몇 달.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충격을 좀 받아야 할 것 같아 꺼내버렸다. 이혼하는 꿈? 말이 꿈이지.. 정말 답답하다. 일요일에 저 대화가 있고 나서부터 냉전이다. 어제 내가 새우 구워 먹으면서 너무 맛있어서 한 마리 주긴 했는데 라면 끓여 먹더라. 예예. 알아서 하십시오. 예전 기억들을 보면 참 행복했는데 정말 결혼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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