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퇴사를 했다.(5) - 걱정하는 거 알아

D+42일의 이야기

by 키위열매

어제는 참 많은 생각이 들었었다. 두 번 다시 퇴사한 채로 취업을 한다고 하면 그 입을 막아버려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내가 너무 조급한 사람인건지 왔다 갔다 했었다. 결국, 어제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서 얼굴을 제대로 마주 보지 않았다. 마주 보고 얘기하면 좋은 소리가 나가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도 바로 알았을 것이다. 이름을 부르며 큰 소리로 다녀왔다고 말하는 나인데 말도 없고 얼굴도 안 봤으니 말이다. 침대로 먼저 간다고 하니까 따라 들어왔고 우린 대화를 나눴다. 사실 물꼬를 튼 건 남편이었다. 잘 거냐고 물어보길래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하니까 아무 말하지 않더니 말했다. "걱정 돼?"라고.


아주 많은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딱 저 단어를 들으니까 눈물이 펑하고 터졌다. 카드값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왜 직무 A만 바라보는 건지 A'랑 A''와 A 같은 B직무도 방향을 넓혀서 질보다 양이라고 하지 않냐 왜 더 안 쓰냐 걱정이 안 될 리가 있냐 애를 우리가 가져서 키울 그게 맞냐 주절주절 했다. 막상 남편은 걱정 말라고 걱정하고 있는 거 다 안다며 토닥였다. 금방 또 취직해서 돈 벌거라고 했다.


아마도 난 미래의 걱정보다도 "금방 할 거다." "걱정하는 거 안다." "빨리 취업할 거다"라는 말 한마디가 필요했던 것 같다. 저 말들을 듣자마자 또 안심이 되는 건 뭐람. 에잇. 참을성 없는 와이프라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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