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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활하다(空闊-)와 공활하다【空豁-】

[바로잡아야 할 일본식 한자어] 애국가에 나오는 ‘공활하다’는?

by 문성희

애국가 3절 가사에는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가을 하늘이 구름 한 점이 없이 텅 비고 끝없이 넓다’는 말이다. 우리가 드넓은 바다나 끝없이 벌판을 ‘광활하다’(라)고 표현하는 것과 같다. 한자로 쓰면 공활하다(空闊―)일 텐데 국어사전에는 이 말은 없고 공활하다【空豁―】뿐이다. 아마도 기존의 모든 국어사전들이 이전의 것들을 베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공활하다【空豁―】’는 일본식 한자어이다. 이 말은 문세영의 《조선어사전》(1938)은 물론이고 신기철‧신용철의 《표준국어대사전》(을유문화사, 1958년 초판 발행, 1966년 수정7판)에도 없던 말이다. 그러던 것이 이희승의 《국어대사전》(수정증보판, 1982)에 처음으로 용례 없이 ‘매우 넓음’이라는 풀이와 함께 실려 있고(일본어 사전을 뻬낀 것 가운데 하나인 듯), 그 이후에 발행된 신기철‧신용철 《새우리말 큰사전》(1985 제6차 수정증보판)에 용례 없이 ‘텅 비어 몹시 넓음’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다가 어찌된 일인지 ‘공활하다【空豁―】’는 한글학회의 《우리말큰사전》(1991년)에 ‘텅 비고 매우 넓다’는 풀이와 함께 애국가에 나오는 가사를 용례로 들고 있고, 그 이후의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과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의 《고려대학교한국어사전》,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의 《연세한국어사전》(두산 동아)도 비슷하게 ‘가을 하늘’을 표현하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


‘공활하다’를 공활하다【空豁―】처럼 ‘空 빌 (공), 豁 뚫린 골짜기/트일 (활)’로 쓰는 것은 일본식 한자어이고, 전통적으로는 ‘공활하다(空闊―)’로 쓰던 말이다. 즉 중국어와 일본어에서도 ‘空阔[kōngkuò]~(일) 空闊(くうかつ)だ’로 쓰던 말이다. ‘豁 뚫린 골짜기, 트일 (활)’은 ‘성격이 활달하다(豁達―)’에 쓰는 글자이고, ‘가을 하늘이 공활하다’의 ‘공활하다’는 ‘闊 넓을 (활)’을 쓴 ‘空闊―’로 쓰는 게 맞다. 없는 말을 만들어 쓰자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익히 쓰던 말이고 애국가 가사에도 나오는 말을 굳이 문맥에도 맞지 않는 일본식 한자어로 쓸 이유는 없을 듯하다.


한편, 일본식 한자어인 ‘공활하다【空豁―】’의 ‘활(豁)’을 써서 ‘도량이 넓고 크다’는 뜻을 나타내는 ‘활달하다(豁達―)’는 중국어로는 우리말처럼 ‘豁达[huòdá]’로 쓰지만, 일본어에서는 우리말이나 중국어와 달리 ‘闊達(かったつ)だ’(이)라고 쓴다.



공활하다1【空豁+_하다】~공활하여/공활해~공활하고~공활한데 a. 텅 비고 (막힘 없이) 트이다.

㊥ 空阔[kōngkuò]; 广阔[guǎngkuò]; 开阔[kāikuò]

㊐ 空豁(くうかつ)としている; 空闊(くうかつ)だ; 非常(ひじょう)に広(ひろ)い.


예) 가을 하늘이 공활하다.

㊥ 秋日天空真是空旷。qiūrì tiānkōng zhēn‧shi kōngkuàng.

㊐ 秋空(あきぞら)が空闊(くうかつ)だ。

<참> 공활하다2(空闊―)


공활하다2(空闊+_하다) ~공활하여/공활해~공활하고~공활한데 a. 텅 비고 매우 넓다.

㊥ 空阔[kōngkuò]; 广阔[guǎngkuò]; 开阔[kāikuò]

㊐ 空闊(くうかつ)だ; 空豁(くうかつ)としている.


예) 가을 하늘이 높고 공활하다.

㊥ 秋日天空高而空阔。 qiūrì tiānkōng gāo ér kōng kuò.

㊐ 秋空(あきぞら)が高くて空闊だ。

<참> 광활하다(廣闊―)[광ː…] a. 매우 넓다. =드넓다[‧널따].

㊥ 广阔[guǎngkuò]; 开阔[kāikuò]; 空阔[kōngkuò],

㊐ 広闊(こうかつ)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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