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問喪〕과 조문【弔問】

전통적 한자어와 일본식 한자어: 일본식 한자어의 의미 분화 10

by 문성희

관혼상제(冠婚喪祭)는 인간의 출생·성장·결혼·죽음이라는 생애의 주요 전환점을 기념하고 정리하는, 인생의 통과 의례를 나타내는 말이다. 예를 들어, 관례(성년식)는 성인이 된 사람에게 책임과 역할을 부여하는 사회적 통과 의례이다. 그래서 관혼상제(冠婚喪祭)는 기본적으로는 개인의 인생 주기를 나타내는 말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가족과 공동체가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의례이다. 즉, ‘나’의 일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일이기도 하다.

살다 보면 가까운 사람들의 안타까운 부고를 받을 때도 있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문상하는 것은 고인이나 유족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지만, 장례식장에 가서 오랜만에 가까운(?) 친척들을 만나 안부를 확인하기도 하고, 학교 선후배‧동문들과 옛 동료들을 만나 근황을 확인하기도 한다. 이렇게 오늘날 관혼상제는 그 형식은 달라졌지만, 여전히 인간관계를 확인하고 공동체적 유대감을 유지하거나 회복하는 기회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른이 되어서는 꼭 챙겨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중에서 경사(慶事)보다 애사(哀事)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말에는 비슷한 뜻을 가진 한자어가 섞여 쓰이는 경우가 더러 있다. 조상(弔喪)과 문상〔問喪〕, 조문【弔問】도 그러한 예이다. 이 말들은 죽은 사람을 애도(哀悼)하고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상(喪)을 당한 집이나 장례식장을 방문(訪問)하는 일을 뜻하는 말로, 서로 어원이 다를 뿐 그 의미는 비슷하다. 조상(弔喪)은 한중일이 함께 쓰는 공용 한자어이고, 문상〔問喪〕은 중국이나 일본어에서는 쓰지 않는 한국 고유의 한자어이며, 조문【弔問】은 중국에서는 쓰지 않는 일본식 한자어이다.


먼저, 조상(弔喪)은 죽은 사람에 대하여 조의(弔意)를 표하는 일이라는 뜻을 가진 한중일 공용 한자어이다. 중국어로는 吊丧[diàosāng]이라고 하고 일본어는 弔喪(ちようそう)[chōsō]이라고 하는데, 다만 ‘조상하다’라는 동사로 쓸 때에는 중국어에서는 吊唁[diàoyàn]이 더 일반적이고 일본어에서도 ‘弔(ちょう)する; 弔(とむら)う’ 또는 조문하다라는 ‘弔問(ちょうもん)する[chōmon suru]’가 더 일반적이기는 하다. 문상〔問喪〕은 한중 공용 한자어인 ‘문병(問病, 아픈 사람을 찾아가 위로함. =병문안)’과 같은 구조로 된 말이다. 즉 문상〔問喪〕은 상(喪)을 당한 집에 찾아가 위로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중국어와 일본어에서는 쓰지 않고 한국어에서만 쓰는 말이다.

조문【弔問】의 일본어 弔問(ちょうもん)은 ‘弔う(조문하다)’와 ‘問う(묻다, 방문하다)’를 결합하여 ‘弔(とむら)いのために訪問(ほうもん)する[tomurai no tame ni hōmon suru](조의를 표하기 위해 방문하다)’라는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일본에서 만들어진 한자어[和製漢語]이다. 대략 에도 시대 말기 문헌과 메이지 초 신문 기사, 예컨대 『郵便報知新聞』(1870년대) 등에서 “弔問に赴(おもむ)く(조문을 가다)”, “弔問の客(조문객)” 등의 표현이 확인되는 것으로 보아 19세기 후반에 이미 일반화된 표현으로 보인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는 橫說竪說(횡설수설)(1921.11.07. 동아일보 2면 사회 기사(가십란)에 ‘補給金增額(보급금 증액)을 請求(청구)코저 渡東(도동)한 齋藤朝鮮總督(재등 조선총독)은 原總理(원총리)의 弔問(조문)을 하라간 세음이 되얏다…’라는 기사에 ‘弔問’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일제 강점기에 들어와 정착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기사에 나오는 齋藤實(さいとう まこと)[Saitō Makoto](사이토 마코토)는 3·1운동 직후에 조선 총독을 지낸 인물이다. 齋藤實(さいとう まこと, 사이토 마코토)가 제3대 조선 총독(1919~1927)으로 부임했을 때, 그를 임명한 일본의 총리가 原敬(はら たかし, 하라 다카시)이다. 1919년 8월, 하라 다카시 총리(原敬)는 전국적으로 일어난 3·1운동에 충격을 받고 기존의 무단 통치를 완화하기 위해 齋藤實(사이토 마코토)를 제3대 조선 총독으로 임명했고, 이때부터 조선 통치는 이른바 ‘문화정치(文化政治)’로 전환되어 언론·교육·종교 등에 부분적인 자유가 허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앞의 기사는 하라 다카시가 1921년 11월 4일 도쿄역에서 암살되었기 때문에 때마침 사이토 총독이 일본에 간 것은 조문을 하러 간 셈이 되었다는 내용이다.

조문【弔問】은 ‘조상(弔喪)이나 문상〔問喪〕’에 비해 그런 목적으로 ‘방문(訪問)’하는 것에 초점이 있지만, ‘조상(弔喪)이나 문상〔問喪〕도 방문하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말이므로 큰 차이는 없다. 결국 문상〔問喪〕과 조문【弔問】은 한국식 한자어냐 일본식 한자어냐의 차이일 뿐이다. 어떤 이는 조문【弔問】이 훨씬 정중한 표현이라고도 하지만 일본식 한자어가 더 품위 있고 정중한 뜻을 부여하려는 것일 뿐 근거가 없다. 다만 국가 간에 행해지는 ‘조문 사절(단)【弔問使節(團)】, ㊥ 吊唁使节[diàoyàn shĭjié], ㊐ 弔問使節(ちょうもんしせつ); 弔問団(ちょうもんだん)’, 조문 외교【弔問外交】, ㊥ 弔唁外交[diàoyàn wàijiāo], ㊐ 弔問外交(ちょうもんがいこう)’처럼 쓰는 것은 우리말에서 일본식 한자어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어에서도 일본어의 영향으로 ‘吊问[diàowèn](조문)’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지만, 주로 ‘吊唁[diàoyàn], 吊丧[diàosāng]’을 쓴다.




조상(弔喪)(-하다) [조ː‧] n.. 죽은 사람에 대하여 조의(弔意)를 표하는 일. =조문【弔問】(-하다)[조ː‧]; 문상〔問喪〕(-하다)

㊥ 吊丧[diàosāng]; 吊唁[diàoyàn] ㊐ 弔喪(ちようそう). Ⓔ condolence call; call of condolence

예) 고인(故人)을 조상하다. 吊唁故人。diàoyàn gùrén. 조상의 예를 행하다. 举行吊唁礼。jǔxíng diàoyàn lǐ; 行吊唁之礼。xíng diàoyàn zhī lǐ. ㊐ 弔喪の礼(れい)を行(おこな)う。

조상하다(弔喪+_하다)(-을) [조ː…]~조상하여/조상해~조상하는 v. 죽은 사람에 대하여 조의(弔意)를 표하다. =조문하다【弔問―】[조ː…]; 조하다(弔―)[조ː‥]; 문상하다〔問喪―〕

㊥ 吊丧[diào//sāng] ㊐ 弔喪(ちようそう)する; 弔(ちょう)する; 弔(とむら)う; 弔問(ちょうもん)する. Ⓔ make a call to express one's condolence.

문상〔問喪〕(-하다)[문ː‧] n. 죽은 사람을 애도(哀悼)하기 위해 상(喪)을 당한 집이나 장례식장을 방문(訪問)하는 일. =조문【弔問】(-하다)[조ː‧]; 조상(弔喪)(-하다)[조ː‧].

㊥ 吊丧[diàosāng], 吊唁[diàoyàn] ) ㊐ 弔問(ちょうもん); 弔喪(ちようそう), Ⓔ condolences.

예) 문상을 가다. 정중히 문상하다. 문상객〔問喪客〕[문ː‧‧]=조문객【弔問客】 吊客[diàokè], ㊐ 弔問客(ちょうもんきゃく). 장례식장은 문상객들로 붐볐다.

조문【弔問】(-하다)[조ː·] n. 가까운 사람의 부고를 받고 유족에게 조의(弔意)를 전하러 방문(訪問)는 것. 즉 죽은 사람을 기리고 명복을 빌기 위해 상가에 방문하는 일(弔問とは、近しい人の訃報を受け、遺族へお悔やみを伝えに行くことです。출처: https://www.showa-gp.co.jp). =문상〔問喪〕[문ː‧]; 조상(弔喪)[조ː‧]

㊥ 吊丧[diàosāng]; 吊唁[diàoyàn], 慰唁[wèiyàn] ㊐ 弔問(ちょうもん); 弔喪(ちようそう). Ⓔ condolences.

예) 조문을 가다. 去吊唁。qù diàoyàn. 조문객【弔問客】[조ː‥]=문상객〔問喪客〕[문ː‧‧] 吊客[diàokè]; 唁客[yànkè], ㊐ 弔問客(ちょうもんきゃく)

조문객【弔問客】 [조ː‥] 吊客[diàokè], 唁客[yànkè] ㊐ 弔問客(ちょうもんきゃく)

예) 조문객을 맞이하다. 迎接唁客。yíngjiē yànkè.

조문 사절【弔問使節】[조ː·#‥] 吊唁使节[diàoyàn shĭjié] ㊐ 弔問使節(ちょうもんしせつ); 弔問団(ちょうもんだん). ex) 조문 사절을 보내다. <참> 사절(使節) 使节[shĭjié], ㊐ 使節(しせつ)

조문 사절단【弔問使節團】 [조ː‥-딴] 吊唁使节团[diàoyàn shĭjié tuán] ㊐ 弔問(ちょうもん)使節団(しせつだん). ex) 조문 사절단을 파견하다. 派遣吊唁使节团。pàiqiăn diàoyàn shĭjié tuán. 각국에서 조문 사절단이 파견되었다. ㊐ 各国から弔問団が派遣された。 cf) <참> 사절단(使節團)[사ː-딴]ⓣ ㊐ 使節団(しせつだん)

조문 외교【弔問外交】[조ː·#외/웨·] ㊥ 弔唁外交[diàoyàn wàijiāo] ㊐ 弔問外交(ちょうもんがいこう). ex) 조문 외교를 펼치다. 조문 외교는 쌍방 관계를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弔唁外交成为加强双方关系的重要契机。조문 외교를 통해 정상회담이 성사되었다. ㊐ 弔問外交を通じて首脳会談が実現した。

조문 행렬【弔問行列】[조ː·#-녈] ㊥ 吊唁行列[diàoyàn xíngliè] ㊐ 弔問(ちょうもん)行列(ぎょうれつ). ex) 조문 행렬이 이어지다. 조문하는 사람이 많다. 吊丧的人很多。diàosāng de rén hĕn du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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