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한자어와 일본식 한자어: 일본식 한자어의 의미 분화 09
‘선풍(旋風)’, ‘열풍(熱風)’, ‘돌풍【突風】’은 모두 ‘바람’을 뜻하지만, 비유적으로 쓰일 때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선풍(旋風)’은 본래 회오리바람처럼 어떤 현상이 빠르게 번져 가는 기세를, ‘열풍(熱風)’은 사막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열기처럼 강렬하게 일어나는 기세나 풍조를, ‘돌풍【突風】’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갑작스럽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현상을 비유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선풍(旋風)은 기본적으로 회오리바람의 뜻인데, 비유적으로는 회오리바람처럼 빠르게 퍼져나가는 현상이나 영향의 뜻이다. 대개 ‘어떠어떠한 선풍’이나 ‘선풍을 일으키다’ 형태로 쓰이며, 새로운 문화나 인물이 단기간에 큰 인기를 끌 때 사용된다. ‘아이돌 선풍이 전국을 휩쓸었다’, ‘한류 드라마가 일본 열도에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처럼 ‘빠르고 폭넓게 퍼지는 힘’을 강조하며, 비교적 긍정적인 뉘앙스로 쓰인다.
열풍(熱風)은 사막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을 뜻하지만, 비유적으로는 어떤 현상에 대한 열정적이고 폭발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말이다. 주로 ‘어떠어떠한 열풍’이나 ‘oo 열풍이 불다. 또는 ~ 열풍이 불고 있다’의 형태로, 사회적 유행이나 트렌드(trend)를 표현하는 맥락에서 사용된다. ‘과외 열풍’, ‘다이어트 열풍이 불고 있다’,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 열풍이 전국을 달구었다’처럼 ‘뜨거운 열기’, ‘집단적 열광’을 강조하는 의미로 쓰이는데, 선풍적【旋風的】(선풍적인 인기, 선풍적인 반응)처럼 ‘-적(的)’을 붙여 다음에 오는 명사를 꾸며주는 말로 쓰기도 한다.
돌풍【突風】은 일본식 한자어인 突風(とっぷう)[toppū]에서 온 말이다. 본래 기상 현상을 나타내는 용어로 ‘돌풍이 불다’, ‘돌풍에 쓰러지다’처럼 ‘순간적으로 강하게 부는 바람’을 뜻하는 말로, 비유적으로는 주로 ‘돌풍을 일으키다’의 형태로. 갑작스럽고 강렬한 현상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사용된다. 일본어에서도 ‘無名の選手が大会で突風を巻き起した。mumei no senshu ga taikai de toppū o makiokoshita.(무명의 선수가 대회에서 돌풍을 일으켰다)’처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갑작스럽게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끌거나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현상’을 표현하는 말로 쓰인다. 한국어에서도 ‘정치권에 돌풍을 일으키다’, ‘신인의 돌풍’, ‘무명의 후보가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새로 출시된 스마트폰이 시장에 돌풍을 몰고 왔다’처럼 ‘선풍’과 비슷한 맥락에서 쓰이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갑작스럽게 일시적으로 일어난 사회 현상’이라는 점에서, 선풍보다 더 갑작스럽고 일시적인 것임을 강조하는 말이다.
이한섭, <일본어 유래 우리말 사전>(한국문화사, 2024)(상, p387)에는 이 말이 우리말에 들어온 것은 ‘露國機 突風에 遭遇 一機는 不時着陸’(동아일보 1925년 7월 12일 1면, 러시아 비행기 돌풍에 조우, 한 기는 불시착륙)‘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것은 기상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를 검색해 보면 「TV課外(과외)」 敎材(교재) 불티┈활기찬 出版界(출판계) 書店街(서점가)에 突風(돌풍) 「家庭高校(가정고교)」(1980.06.19. 경향신문 5면)이라는 기사가 있는 것으로 보아 1980년대에 이미 이런 비유적 의미로 쓰였고, 1995년을 전후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선풍’, ‘열풍’, ‘돌풍’은 모두 ‘바람’을 통해 사회의 움직임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말이지만, 그 강도와 지속성에서 뉘앙스의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맥락에 따라 적절하게 구별해서 써야 할 말이다. ‘선풍(旋風)’은 빠르게 번지는 힘이나 기세를, ‘열풍(熱風)’은 뜨겁게 일어나는 열기를, ‘돌풍【突風】’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순간적으로 강하게 일어난 현상임을 강조할 때 쓴다. 특히 ‘돌풍【突風】’은 일본어에서 유래한 일본식 한자어로, 맥락에 따라 ‘선풍’과 유사한 의미로도 쓰이므로, 불필요한 경우에는 굳이 이 말을 쓸 필요는 없을 듯하다. 이처럼 비슷한 의미를 갖는 단어들은 그 상황과 맥락에 따라 적절하게 구별해서 쓸 필요가 있다. 일본식 한자어를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한자어들이 어떤 점에서 변별되는지를 이해하고 맥락에 맞게 적절한 단어를 쓰자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우리말을 더 정확하게 사용하고 풍부하게 만드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선풍(旋風) n. ① 회오리바람, ②(비유적으로) 갑작스럽게 발생하여 세상을 뒤흔드는 기세(氣勢)의 비유.
㊥ 旋风[xuànfēng] ㊐ 旋風(せんぷう); つむじ,つむじかぜ[つむじ風].
예) 선풍을 일으키다[…#이르‥]. 검거 선풍(檢擧旋風)이 불다. 선풍적인 인기(人氣)를 끌다.
≒돌풍【突風】 疾风[jífēng]; 阵风[zhènfēng], ㊐ 突風(とっぷう): 갑자기 부는 바람. 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갑작스럽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현상(現象)의 비유. 예) 돌풍을 일으키다.
선풍적【旋風的】(-인) (관형사‧명사)
㊥ 旋风般[xuánfēng bān], ㊐ 旋風的(せんぷうてき)
예)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 得到旋风般的人气。dédào xuánfēng bān de rénqì. 获得旋风般的人气。 ㊐ 旋風的な人気(にんき)を呼(よ)ぶ。선풍적인 반응(反應)을 얻다. 得到热烈的反响。获得旋风般的反应。huòdé xuánfēng bān de fǎnyìng. ㊐ 旋風的な反応(はんのう)を得(え)る。
열풍(熱風) n. ① (사막에서 부는) 뜨거운 바람. 열기를 품은 바람. ②(비유적으로) 사회적으로 세차게 일어나고 있는 풍조(風潮)를 이르는 말.
㊥ 热风[rèfēng]; 热潮[rècháo] ㊐ 熱風(ねっぷう).
예) 과외 열풍【課外熱風】[‧외/웨‥] 补习热潮[bŭxí rècháo], ㊐ 課外熱風(かがいねっぷう). 웰빙 열풍〖well-being熱風〗 健康生活热潮[jiànkāng shēnghuó rècháo], ㊐ ウェルビーイング熱風(ねっぷう). 한류 열풍(韓流熱風)[할ː-‥] 韩流热风[Hánliú rèfēng], ㊐ 韓流熱風(かんりゅうねっぷう); 韓流ブーム(boom)
돌풍【突風】 n. ① 갑자기 부는 바람. ②(비유적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갑작스럽게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끌거나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현상.
㊥ 疾风[jífēng], 阵风[zhènfēng] ; 旋风[xuànfēng], 热潮[rècháo] ㊐ 突風(とっぷう)
예) 돌풍이 불다. 突然一阵风。 돌풍을 일으키다. 引起一阵风。yĭnqĭ yīzhènfēng. 掀起一股旋风。xiānqĭ yīgŭ xuánfēng. ㊐ 突風を引き起こす。突風を巻(ま)き起(お)こす。
≒선풍(旋風) 旋风[xuánfēng], ㊐ 旋風(せんぷう): 회오리 바람. 또는 (주로) 갑자기 일어나 세상을 뒤흔드는 현상(現象)의 비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