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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헬스에 중독된 과정

"살아있네!"

by 똥이애비

헬스를 6년째 해오고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중독이 되었다는 것과 다름없다. 중독이라는 게 도박이나 알코올도 마찬가지지만, 그 행위를 하지 않았을 때 계속 생각나고 불안해지는 증상을 겪는다. 그리고 중독된 행위를 하는 게 남들이 보기엔 과도하다고 볼 수 있지만, 본인 스스로는 마음속 안정을 얻는 과정이 된다. 나 또한 심할 때는 꿈에서도 헬스를 한 적이 있다. 어쩌다 이 정도까지 헬스에 중독되었던 건지, 헬스라는 운동의 매력을 좀 알아봐야 하겠다.


우선 여기서 헬스라는 용어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의미한다. 즉, 무거운 쇳덩어리를 들어서 근육에 부하와 상처를 주고, 회복과정에서 근육이 커지고 발달하는 전 과정의 훈련을 뜻한다. 그렇기에 원하는 근육에 제대된 타격을 주고, 그 근육이 회복하는 과정에서 영양분을 넣어준다. 탄수화물은 무거운 것을 들 때 즉각적인 연료로 사용되고, 단백질은 손상된 근육을 새로이 합성하는 데 쓰인다. 이러다 보니 식단관리 또한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게다가 근육이 회복하는 기간 동안 최대한 재사용하지 않고 푹 쉬어주어야 근육의 성장이 빠르다. 그러므로 운동 후 충분한 휴식과 수면 또한 중요하다. 운동, 식단 그리고 휴식 이 세 가지가 헬스라는 종목에서 효과적으로 근육을 키우기 위해 필수적이다. 이 전체 과정의 관점에서 내가 헬스에 중독되고 만 이유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즉각적인 성장

헬스라는 종목은 내가 하는 만큼 즉각 성장하는 게 뚜렷이 나타난다. 특히 처음 시작하는 1~2년 간은 꾸준히만 하면 아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게 느껴져서 스스로도 깜짝 놀라기도 한다. 일단 내가 바벨이나 덤벨을 들어 올리는 중량 자체가 늘어난다. 지난달에는 스쿼트를 60kg 중량으로 5개밖에 못했다면, 이번 달에는 80kg로 10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중량과 횟수가 점차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내 몸으로 확인하면서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와, 약골이었던 내가 이제는 내 몸무게까지도 들어 올릴 수 있게 되었네!'라며, 몸이 단단해진 만큼 자신감이 차오르기도 한다. 실제로 거울을 보니, 소심한 근육들이 내 살 위로 이곳저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 모습이 스스로도 만족스러워 내가 해온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헬스를 통한 즉각적인 신체적 성장을 눈과 몸으로 스스로 확인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정신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갖는다. 인생은 노력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노력한 만큼 즉각적인 결과물을 보여주는 게 헬스만 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인정 욕구 해결

사람은 누구나 인정의 욕구를 갖고 있다. 헬스를 하다 보면 스스로도 변한 게 느껴지지만, 주변에서도 내 몸의 변화를 알아차리기 시작한다.


"오, 운동 좀 했나 본데? 3대 얼마야?"

"어쩐지 요즘 덩치가 커진 것 같더라!"

"가슴에 힘줘봐! 한쪽씩 움직일 수 있어?"


가끔씩 사람들이 슬쩍 어깨나 팔을 더듬기도 하는데, 나는 '아유, 아니에요."라고 말은 하지만, 팔에 힘이 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운동을 하면서 스스로 몸의 변화는 시시때때로 느껴지게 마련인데, 주변 사람들 조차 내 몸이 변화한 것을 알아봐 주면 너무나 뿌듯한 기분이 든다. 게다가 덤으로 자기 관리를 잘하는 이미지로 비쳐 남들에게 건강한 사람으로 인정받기도 한다. 결국 헬스를 통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 욕구를 채우게 되고, 이 인정받는 기분 자체가 헬스를 더욱 중독되게 만든다. 심한 경우에는 일부러 옷을 자연스레 벗을 수 있는 수영장에 자주 가기도 하고, 근육이 펌핑된 몸 사진을 SNS에 업로드하여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기도 한다.


살아있네!

나는 요즘엔 살아있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 헬스장에 간다. 일상적인 삶에서는 심박수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신체적 활동 또한 적기 때문에 몸에 활력이 잘 생기지 않는다. 버스를 타고 출근해서 사무실에 앉아 업무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실험실에서 데이터를 확보한다. 점심식사 후엔 책상에 엎드려 낮잠을 자고, 오후 일과에서는 회의실에 앉아 업무 얘기를 나눈다. 회의가 끝나면 자리로 돌아가 업무를 마저 마무리한다. 대략적으로 대부분의 직장인들이라면 이런 패턴일 텐데, 사회생활로 인한 정신적 노동과 업무로 인한 뇌 활동은 많아도 실제로 신체적인 움직임은 상당히 적다. 가끔씩 자리에서 몸을 깨우기 위해 기지개를 켜면 '우두둑'소리가 너무 크게 나서 민망할 때도 있다. 이렇듯 몸이 죽어 있는 게 느껴지기 때문에, 나는 일상적인 삶의 패턴에 헬스를 끼워 넣는다. 그럼 무거운 중량을 들며 몸이 살겠다고 바들바들 떠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신경과 근육이 깜짝 놀라 소리치며 아우성 대기도 한다. 몸이 쭉 펴지는 개운한 느낌과 근육에 수분이 차오르는 펌핑감이 내 몸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헬스를 열심히 하고 다음날 일어났을 때 온몸에 알이 배겨 신음소리가 나오면 성공한 것이다. 이렇게 헬스를 통해 신체의 한계에 계속 부딪치는 과정에서 나의 엔도르핀이 솟구친다. 이게 바로 내가 지속적으로 헬스를 하게 되는 원동력이다.


헬스에 중독되면 쉽게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점차 더 무거운 쇳덩이를 들면서 바로바로 즉각적인 성취를 맛볼 수 있고, 신체가 변화하는 것을 스스로 느끼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알아차림이 나를 자기 관리하는 건강한 사람으로 인정해주는 듯한 기분을 주어 인정 욕구가 해소된다. 또한 일상적으로 뇌와 정신만 혹사당하는 정적인 삶에서 헬스를 통해 신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활력을 얻을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합쳐져 나를 6년간 헬스 중독으로 빠뜨렸다. 중독이란 평범한 사람이 보기에 과도해 보일 때 쓰는 표현이긴 한데, 무언가에 깊게 빠져있다는 관점에서부상만 조심하면 헬스는 중독이 좀 되어도 삶에 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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