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배울 때 희망은 좋은 것, 실패는 나쁜 것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갖게 했다. 희망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앞으로 잘될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 긍정의 표현을 하고 있고, 실패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일을 잘못하여 뜻한 대로 되지 아니하거나 그르침'이라는 부정의 표현을 갖는다. 하지만 나는 요즘 들어 여러 자기 계발서를 읽고 내 상황과 비춰보면서 이 희망과 실패라는 단어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즉, 희망이 마냥 긍정적인 것도 아니고, 실패가 마냥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희망을 살펴보도록 하자. 나는 내 인생에서 무엇을 희망하고 있는가? 아래와 같이 요즘 내 희망 사항을 정리해보았다.
1)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고 오래도록 행복하기
2) 새로운 부서에서 빠르게 적응하기
3) 베스트셀러 작가 되기
1번의 경우 앞으로 잘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까. 우리 가족 모두 꾸준히 운동하고, 식단을 관리한다고 해도 불의의 사고나 유전적 질병에 의해 건강을 장담할 수가 없다. 행복도 마찬가지로 나만 노력한다고 불시에 찾아오는 불행한 상황을 가족 모두가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1번은 '희망'이라기보다는 '바람'에 가깝다. 내 노력 여하에 따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고, 단지 하늘의 뜻에 맡기며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2번은 어떨까?새로운 부서에서 빠르게 적응하는 것은 내 의지에 따라 달렸다. 내가 새로운 업무를 얼마나 빨리 습득할지, 새로운 팀원들과도 얼마나 잘 지낼 수 있을지는 오로지 내 몫이다. 물론 특정한 새로운 팀원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적응의 관점에서 대체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결국 내 의지가 상당 부분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2번은 나에게 있어 '진정한 희망'이 된다. 3번의 경우는 2번과 같이 내 의지에 의해서 어떠한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을까? 그냥 작가가 되는 것이라면, 지속적이고 치열한 노력으로 해낼 수 있을 가능성이 있겠지만 '베스트셀러'라는 단어가 앞에 들어감으로써 이루어질 가능성을 한껏 바닥으로 떨구어 낸다. 시류에 맞는 글, 엄청난 독자들의 주목, 출판사의 든든한 지원 등의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즉, 지금의 나에겐 헛되고 허황된 꿈이자 목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희망이 사실은 '내 의지로' 잘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뜻한다고 봐야 하겠다. 내 의지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면 그건 단지 '바람'이 될 뿐이고, 아무리 내 노력을 투입하더라도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낮으면, 그건 그저 '헛된 희망'이 될 뿐이다. 그러므로 본인만의 희망 리스트에서 '진정한 희망'은 무엇인지 확인해 보고, 그 희망이 단순히 바람인지, 아니면 헛된 희망인지를 분별해 보도록 하자. 진정한 희망을 목표로 내 노력의 방향을 맞추고, 헛된 희망 속에서도 잘 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설정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전략이 딱히 없다면 빠르게 포기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일말의 가능성도 없는 헛된 희망은 그저 허황된 꿈일 뿐이기 때문이다. 단, 바람은 간절한 기도만이 답이라 볼 수 있다.
이번엔 실패를 살펴보도록 하자. 나는 요즘 무엇을 실패하고 있는가? 무엇을 잘못해서 일을 그르치고 있는가?
1) 친구 같은 아빠 되기
2) 다이어트 하기
3) 꾸준히 영어 공부하기
1번은 진정 내가 바라고 있던 것 중 하나였지만, 잘 되고 있지는 못하는 듯하다. 아이가 사회에 원활하게 독립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어, 한계를 가르쳐야 하므로 훈육이 필요하다. 요즘 아이에게 이런 훈육을 하고 있는데 친구의 마음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빠의 마음가짐이 있어야만 가능하단 사실을 아이와의 관계 속에서 반복적인 실패를 통해 깨달아 가고 있다. 결국 아빠면 아빠지 친구 같은 아빠가 되는 것은 사실 아이와 놀아줄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이의 인생을 통틀어서 전반적으로 아빠는 그저 존경스러운 아빠로 남는 게 가장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2번은 과식과 술로 인해 몸무게가 불어서 새로운 목표로 잡고 있었지만, 사실상 의욕이 부족하여 빈번한 실패로 남고 있다. 건강을 생각하면 평생 식단 관리가 필요하겠지만, 먹고 마시는 것에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나로서는 이 행복을 포기할 만큼 절실한 목표가 되지 못한다. 이 실패를 통해서는 나의 절실한 목표와 희망이 무엇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도록 한다. 3번은 나의 개인적 역량 향상을 위해 도전하고 있지만 이 또한 나의 의지가 부족하여 실패 중인 인생 과제다. 과거 해외 출장 시 어버버 한 게 스스로에게 너무나 실망스러웠던 나는 앞으로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영어, 특히 회화를 어느 정도 비즈니스가 가능한 레벨까지 끌어올리기로 다짐했었다. 하지만 그 다짐이 무색하게도 지금은 마음속 짐으로만 남아있을 뿐 어떠한 행동의 변화를 갖지 못했다. 그만큼 나에게 절실함과 흥미가 없다는 뜻이 된다.
실패는 일을 그르치는 것을 뜻하지만, 그 이면에는 실패를 통한 배움의 과정이 있다. 우선 실패는 내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게 해 준다. 내가 절실하지 않은 목표와 희망에 목메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또한 내가 절실히 원하는 목표라면 그 실패 속에서 깨달음을 얻고 조금씩 성장해 낼 수 있다. 가만히 그 자리에 머무르는 것보단 소소한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 원하는 목표 달성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을 그르치는 정도가 인생에 있어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이 아니라면. 실패는 정말로 성공의 어머니가 되어준다.
희망과 실패를 내 관점으로 다시 해석해 보았다. 희망이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고. 실패가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내 의지가 투영된 희망만이 진정한 희망이 되는 것임을 알았다. 반대로 일말의 가능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타개할 전략조차 없는 희망은 그저 헛된 희망이며, 이는 빠르게 정리하고 포기하는 게 나을 수도 있는 부정적 희망이 되어버린다.실패는 배움의 과정이고 성공의 어머니라는 긍정적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실패는 목표와 꿈의 절실함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이는 실패가 단순히 일을 그르쳐 좌절하는 것을 뛰어넘어 나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과정인 것이다. 이쯤이면 희망과 실패를 다시 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