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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Nov 27. 2022

아이 대하듯 어른을 대한다면...

"인간관계 다시 보기"

  아이를 키우면서 우리 부부는 다른 사람들과 종종 이런 얘기를 나눈다.


"애기는 잘 커? 떼는 많이 안 써?

"아유, 말도 마. 우리 딸이 우리 집 상전이야!"


상전이란 옛날 조선시대에 노예가 주인을 이르는 말이라고 하는데, 마치 우리 부부가 종이 되어 주인 아이를 모시는 것과 같다. 28개월이 지난 요즘 유독 요구사항이 많아지고, 떼를 많이 써서 란한 상황에 처할 때가 많다. 슬슬 훈육을 시작하고 있는데 마음처럼 잘 되진 않는다. 내가 지금껏 인관계를 해오면서 이렇게 처절하게 '을'의 입장에 있었던 적이 있었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러다 보니 이런 생각을 해봤다.


"내가 지금 아이 대하듯이, 어른을 대한다면 인간관계가 엄청나게 좋아지지 않을까?"


물론 어른들에겐 이런 식의 인간관계를 오래 지속하기는 힘들다. 아이와의 관계는 내 아이니까 또는 어리니까 참고 참으면서 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대하면서, 어른들에게 조금이라도 비슷한 방식으로 대한다면 분명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1) 인정하고, 칭찬하기

  아이가 처음 뒤집기를 했을 때 우리 부부는 환호했다. 애가 벌써 이렇게 힘이 좋냐며, 운동선수시켜야겠다고 말했다. 아이가 기어 다니기 시작할 때는 어떻게 렇게 재빠르냐며 놀라워했고, 아이가 걷기 시작할 때는 중심을 잘 잡는 게 '김연아'처럼 피겨스케이팅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아이의 모든 발전 과정에서 우리는 인정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할 때는 아나운서가 되자고 했고, 아이가 곰 세 마리 노래를 부를 때는 '아이유' 언니 같은 가수가 되자고 말했다. 약간 주책맞아 보일 수는 있는데, 이 정도의 말만으로도 아이는 신나 하고, 더욱 잘하고 싶어 한다. 생각해 보면 어른도 마찬가지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어른들에게 하는 인정과 칭찬에는 인색한 경향이 있다. 어른을 바라보는 기대의 기준이 높아서 일까. 우리는 그런 기준치를 좀 낮춰서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게 좋겠다. 그래서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도 당연하지 않게 칭찬했으면 좋겠다. 회사에 정시 출근하는 신입사원에게 부지런하다고 칭찬해주고, 아내가 요리를 하면 맛있다고 인정해주고, 스스로도 잘 살아가고 있다고 다독이는 것 또한 필요하다. 이런 인정과 칭찬의 문화가 아이에게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확장되길 바란다.


2) 변화에 관심 갖기

  우리는 아이를 시시 때때로 관찰한다. 아이가 다치지 않는지 살피고, 어떻게 노는지 보고, 얼마나 먹는지 관심을 둔다. 이렇게 관심을 갖고 아이를 돌보다 보면, 아이가 하루하루가 다르게 하나씩 변화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느끼게 된다. 요즘은 특히 말이 터져서 어린이집 선생님이나 우리 부부를 통해 들은 말들을 아이가 하나씩 꺼내어 놓을 때마다 놀라곤 한다. 새롭게 구사하는 말들이 생길수록 우리는 대견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아이는 부모의 관심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란다. 하지만 어른들에게는 관심이 별로 없다. 알아서 잘 살아가겠지라는 믿음이 있어서 일수도 있다 하지만 남 모를 고민들을 항상 갖고 있는 것 또한 어른이다. 따라서 우리는 아이뿐만 아니라 주변 동료들, 가족들, 친구들에게도 어느 정도 따뜻한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OECD 평균의 두 배가 넘는 하루 평균 2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렇기에 우리는 특히나 관심의 표현이 더욱 절실하다. 아이를 대할 때처럼은 힘들겠지만, 그저 가벼운 관심의 말 한마디라도 표현해보자. 회사에서 누군가가 머리를 잘랐으면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고, 처음 본 옷이면 어디서 샀는지 물어봐주고, 연락이 뜸했던 지인들에게 어떻게 지내는지 메시지로라도 안부를 물어볼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3) 진심으로 잘되길 소망하기

  우리는 아이가 우리보다 훨씬 더 나은 인생을 살길 소망한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아이의 앞길과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고 걱정한다. 아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렸으면 좋겠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들었으면 좋겠고, 본인이 원하는 꿈이 있었으면 좋겠고, 궁극적으로 스스로 본인의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아이의 성공적인 독립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서포트하는 것이다. 아이를 향한 이런 간절한 바람은 결국 온 우주가 도와줄 것이라 생각해본다. 반대로 난 주변 사람들에게 그들이 가는 길이 진심으로 잘되길 바란 적이 있을까? 얼마 전 친구가 회사를 때려치고 술집을 차렸을 때 나는 그런 마음을 가졌었다. 하지만 모든 내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진심으로 소망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왜 집 안 샀냐고 말하던 이들의 집값이 떨어졌을 때 속으로 고소해한 적도 있고, 회사서 커피를 얻어먹기만 하는 선배가 승진이 누락되었을 때 쌤통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내 기준으로 이런 얄미운 사람들조차도 나는 잘되기를 소망하기로 했다. 그들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가장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음을 먹으면 궁극적으로 내 마음속에 타인에 대한 미움과 화가 사라질 거라고 예상해본다. 어차피 함께 살아가는 인생인데, 남에게 부정적인 마음을 가져봤자 나만 피곤해질 뿐이다.


  결국 내 아이를 대하듯 주변 사람들을 대한다면 인간관계가 더욱 따뜻해지고, 그로 인해 내 삶도 더 긍정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작은 발전도 나름 인정해주고, 아주 미미한 변화에도 간단한 관심을 표현해주며, 더불어 사는 인생 속에서 내 주변 누구든 진심으로 잘 되길 소망해보는 것이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그렇게 번거롭게 주변 사람들을 챙길 수 있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아이를 대하는 것에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만 어른들을 대하더라도, 그들은 아주 고마운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우리 어른들은 삭막하고 버거운 사회생활 속에서 누군가의 작은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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