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었다는 것은 시간적으로만 본다면 투잡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 대부분 회사에서 일정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출근해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테니 말이다. 하나는 실제로 돈을 버는 일이고, 또 다른 하나는 행복을 버는 일이다. 이렇게 하루 일과에서 투잡을 하고 있으니 본인만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절대적 시간 자체가 부족하다.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더 그렇다. 나 같은 경우엔 4살, 만으로 30개월 된 딸이 있다. 아직 상당히 어리기 때문에 부모의 손이 많이 필요한 시점이다. 게다가 난 유아기 시절에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아이가 커서도 부모와 친밀감을 유지하는 데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시간을 아이와 보내는 편이다.
이러한 일과 가정생활의 욕심으로 인해 실제로 아빠만을 위해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우스갯소리로 주변에서 하는 말이 "아빠는 ATM기 일 뿐이다."라고 하는데, 사실상 너무 안타까운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빠로서 한 가정을 돌봐야 하는 것은 맞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돈을 뽑아내는 기계에 빗대는 현실이 이해가 가면서도 슬픈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아빠가 조금 더 본인만의 정체성을 갖기 위해 본인에게 시간을 어느 정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럴 시간이 없다면 한번 만들어보는 것이다. 그래야 아빠 스스로도 행복하고 가정도 더욱 튼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계발이란 잠재되어 있는 본인의 능력을 스스로 일깨워 더 나아지게 만드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누구에게나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그것이 무엇인지 찾는 과정에서 본인의 정체성이 형성되는 것이다. 회사에서 일을 통해 갖는 업무적인 정체성이 있을 테고 집에선 아빠로서의 정체성이 있을 테지만, 나만을 위한 정체성은 나를 위해 쓴 시간과 돈이 향한 곳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렇게 쓴 자원들이 본인의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충분한 자기 계발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정된 자원으로 아빠만의 자기 계발을 해낼 수 있을까? 내가 아빠가 되고 나서도 '나'를 포기할 수 없어서 지속했던 자기 계발은 운동, 독서, 글쓰기였고, 최근엔 영어공부를 추가했다. 지금부터는 이것들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방법을 하나씩 공유해 보고자 한다.
이동시간 활용하기
보통 회사를 출퇴근하는 경우 자차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출퇴근 시간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왕복 1시간에서 3시간 사이 정도가 가장 많이 분포해 있을 것이다. 이 시간을 조금 더 자기 계발 측면에서 활용해 보면 어떨까? 만약 자차를 타고 출퇴근을 할 경우 음악을 듣는 것도 좋지만, 본인이 목표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오디오북이나 영어, 경제 라디오를 듣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엔 이어폰을 활용하여 앞서 얘기한 자기 계발을 할 수도 있고, 실제로 나처럼 버스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엔 보통 왕복으로 2시간 반정도의 출퇴근 시간이 소요되므로, 이 시간을 그저 흘러가도록 허비하고 싶진 않았다. 좋은 건 매일 출퇴근 시간을 자기 계발 시간을 활용하면 좀 더 꾸준히 규칙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출퇴근 시간뿐만 아니라 이동하는 시간을 통틀어서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시간이 부족한 아빠들은 꽤 유용하게 자기 계발을 할 수 있을 테다.
불필요한 시간 줄이기
아빠들의 자기 계발은 앞서 얘기했지만 한정된 시간과의 싸움이다. 업무시간과 육아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선 불필요한 시간은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 같은 경우엔 아이를 키우고 나서는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 특히 드라마와 같이 연속적으로 시간을 내서 봐야 하는 것들은 너무나 많은 시간이 소비된다. 넷플릭스 같은 OTT도 마찬가지로 구독을 취소해 버렸다. 생각보다 이렇게 미디어를 보지 않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SNS 활동을 하지 않는다. 이 활동들을 위해 사진을 찍고 업로드하고 방문하고 댓글 달고 하는 행위들이 은근히 시간을 많이 소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난 딱 카카오톡과 브런치만을 이용한다. 세 번째로 나이를 먹고 아이를 갖게 되니 자연스럽게 진행된 측면도 있긴 한데, 나에게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인간관계를 과감히 정리했다. 어린 시절에 왜 그렇게 관계를 위해 노력했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세월이 지나면 나와 상대가 서로 편한 관계는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오래가는 걸 알게 되었다. 불편한 관계는 불필요하다고 여기고 시간 투자를 줄이고 보니, 이 또한 꽤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렇게 불필요한 시간을 줄여 아빠가 스스로 자기 계발할 수 있는 절대적 시간을 확보하면 좋을 듯싶다.
자투리 시간 만들기
앞서 얘기한 것들도 어찌 보면 자투리 시간일 수도 있지만, 여기서 주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아빠들의 본업인 일과 육아에서 자투리 시간 만드는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회사에서는 업무시간 외에 점심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대신 식사를 혼자 먹거나, 빠르게 끝내야 한다. 혼자 먹을 때는 핸드폰을 이용하여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빠르게 먹은 후 자리로 돌아가 마저 읽거나, 다른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지금은 그렇게까지 하진 않지만,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회사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통해 걷기 운동을 한 적도 있었다.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매일 활용할 수 있어 꾸준히 자기 계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커피 마시는 시간에 누구와 함께 마실건지를 고민해 보도록 하자. 사실 하루종일 업무에만 집중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쉴 겸 동료와 커피를 마시게 될 텐데, 이 시간을 생산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내가 배우고 싶은 분야가 있는 동료와 함께 마시며, 얘기를 듣고 자극을 받는 것도 자기 계발 측면에서 훌륭한 행위가 될 수 있다. 이 외에도 회의 대기 시간, 큰 볼일 보는 시간, 출장 이동 시간 등을 자기 계발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육아에서는 어떻게 아빠의 자투리 시간을 만들 수 있을까? 가장 좋은 건 아이와 함께 하는 자기 계발이다. 아직 우리 아이는 어려서 불가능 하지만, 아이 앞에서 책을 꺼내 읽으며 독서시간을 만들어 아이도 함께 책을 읽도록 유도할 수도 있고, 같이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함께 할 수도 있겠다. 사실 아이가 좀 더 크면 함께 해보고 싶은 것들인데, 아이가 따라와 줄지는 미지수다. 이 외에 아빠만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내의 도움이 절실하다. 주말이라면 오전, 오후로 나눠 오전에 내가 육아 담당을 하고 오후엔 밀린 집안일을 하면, 집안일은 혼자 하는 것이기에 최대한 빠르게 끝내고 남는 시간에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다. 너무 빠르게 하다가 대충 하면 아내에게 걸려서 욕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빠르지만 깔끔하게 끝내야 한다. 이렇게 오전, 오후로 나눠도 되고 주말 이틀을 하루씩 나누어서 아이의 육아를 전담하면 하루가 온전히 주어지는데, 이때를 적극적으로 아빠만의 자기 계발 시간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사실상 평일에는 업무와 육아 시간으로 대부분의 에너지를 쏟기 때문에 주말이나 연차를 잘 활용해서 좀 더 생산적으로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도록 하자.
아빠라는 정체성에 '나'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내가 있어야 아빠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면 회사에서는 직장인으로, 집에서는 아빠로만 남는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은 인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조금 더 '나'를 위한 발전적 삶을 위해 본인만의 자기 계발 활동에 노력해 보는 것도 좋겠다. 직장은 언젠가 잘리고, 육아는 언젠가 아이가 아빠 손을 더 이상 찾지 않는 순간이 올 것이므로, 결국 남는 건 스스로 포기하지 않은 나의 정체성뿐이다. 이를 위해 한정적 자원, 주로 이 글에서는 시간을 다뤘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아빠 본인만을 위한 시간들을 꼭 마련해 볼 수 있도록 하자. 힘겹게 만든 시간을 꼭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자기 계발 활동으로 가득 채워 본인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 또한 그러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 중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