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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Nov 30. 2022

세 살 아이가 부모 말을 잘 듣게 하기 위한 전략

"훈육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보자!"

  아이가 세 살이 넘어가니까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시시 때때 떼를 쓰기 시작한다. 미운 네 살이라고 하는데 우리 딸 조금 빨리 온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나저나 네 살은 도대체 얼마나 심하단 말인가. 요즘 조금씩 안 되는 건 안된다 훈육을 하고 있지만, 아이의 언어로 이해시키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특히나 주말엔 하루 종일 같이 붙어있기에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를 올바르게 유도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부모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시금 어린이집 선생님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세 살 아이에게 이런저런 방법으로 행동을 바꾸도록 유도하다 보니 몇 가지 노하우가 생겼다. 이게 내 아이에게만 먹히는 방법일 수도 있고, 아직 어려서 쉽게 행동이 변화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 훈육을 시작하는 입장에 있다면, 한 번쯤은 우리 부부의 전략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겠다.


초콜릿

  우리 아이는 먹는 것에 유독 약하다. 초콜릿으로 유혹하면 웬만한 상황에선 말을 잘 듣는다. 어린이집을 가기 위해서 머리를 묶고 하면 얌전히 앉아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피해 다닌다. 이때 초콜릿을 보여준 뒤에 아주 조금만 떼어 준다. 한 번에 많이 주면 아이 건강에 좋지 않기에 자주 써먹을 수가 없다. 아이가 초콜릿을 받으면 의자에 얌전히 앉아서 먹는다. 그 사이에 빛의 속도로 머리를 묶어버린다. 이 방법은 효과는 좋지만, 밥 먹기 직전에는 입맛을 버려 놓을 수 있기에 좀 제한적이다. 자매품으로 비타민 캔디나 짜요짜요가 있다. 이를 활용하면 부모의 죄책감이 좀 덜하다. 이렇게 먹는 걸로 유혹하는 게 너무나 원초적일 수 있지만, 생각보다 아이가 말을 잘 들어서 놀라기도 한다. 우리 아이는 소아과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진료를 다 받고 나면 의사 선생님이 비타민을 2~3개 쥐어 주시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 번도 병원을 억지로 끌고 간 적이 없다. 심지어 약도 딸기 맛이 나서 아주 잘 먹는다. 먹는 것에 약한 게 날 닮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어쨌든 가장 원초적이지만 그 효과는 실로 뛰어나다.


늑대 아저씨

  트니트니라는 영유아 놀이체육 활동이 있다. 작년부터 주기적으로 트니트니 수업을 받고 있는데, 아이가 음악에 맞춰 율동을 따라 하면서 아주 재미있어한다. 이 트니트니 노래 중에 제목이 '아홉시'라는 노래가 있다. 대략 가사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다.


아홉 시가 넘으면

무서운 늑대 아저씨가 나타나 (아우)

누가 누가 안 자나

두리번 두리번 두리번 두리번 대요 (아우)


어서 들어가 어서 들어가

이불속에 쏙쏙 쏙쏙 들어가


"9신데 아직도 안자는 친구는 누구지?"


내가 들었던 동요 중에 아기 상어 다음으로 훌륭한 노래 중 하나다. 아이가 밤에 잠들면 이 재밌는 모든 것이 끝나버리는 줄 알기에 잠자는 걸 엄청 싫어한다. 그러다 이 노래를 불러주면 아이가 스스로 침대로 올라가는 기적을 보여준다. 가사의 내용을 이해하고 있어서 '늑대 아저씨'가 무섭다고 말하며, 뛰어 들어가는 게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이 노래로 인해 잠을 재우는 게 한결 수월해졌다. 잠잘 때뿐만 아니라 아이가 원하는 걸 사주지 않아서 길바닥에 드러누울 때도 '늑대 아저씨'를 소환하고, 놀이터에서 집에 안 가려고 버팅길 때도 '늑대 아저씨'를 부른다. 마치 옛날로 치면 '호랑이'나 '도깨비'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아이가 무서워하는 게 있으면, 행동을 통제하기가 좀 수월해진다.


선생님

  여기서 선생님은 어린이집 선생님이나 의사 선생님 정도가 되겠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하는 행동들을 어린이집 선생님께 들으면, 내 아이가 맞나 싶은 얘기들을 전해주신다.


"아이가 밥도 두 그릇씩 스스로 잘 먹어요!"

"아이가 떼도 잘 안 쓰고 주도적으로 활동해요."

"아이가 스스로 자기 이불 깔고 누워서 낮잠 잤어요."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내 딸은 이런 애가 아데, 다른 애를 말하고 계신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누가 보면 키우기 쉬운 아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아이도 그 어린 나이에 비빌 곳을 알고 비비게 된다. 즉,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다. 부모한테는 이런저런 투정을 부리고, 심하게 떼를 써도 어린이집 선생님에겐 그저 말 잘 듣는 강아지와 같다. 아마도 어린이집 선생님은 다른 아이들도 챙기다 보니, 경쟁 심리가 생기기도 해서 말을 더 잘 듣는 경향도 있는 듯싶다. 나는 이러한 발상을 역으로 이용하여 집에서도 활용해 보았다. 집에서 밥을 잘 안 먹고 돌아다니면, "어? 선생님이 가만히 자리에 앉아서 밥 먹으라고 하셨는데"라고 말한다. 그럼 조용히 자리로 와 앉을 때가 있다. 만약 이렇게 말해도 행동 변화가 없다면, "밥 먹을 때 자꾸 돌아다니면 선생님한테 혼나!"라고 말한다. 이 정도까지 말하면 꽤 많은 경우로 행동이 달라지곤 한다. 아마도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교육받은 게 머릿속에서 상기된 듯하다. 양치를 하기 싫어할 때도 "선생님이 밥 먹고 양치 꼭 하라고 하셨지?"라고 말하면, 본인이 직접 칫솔 들고 양치하기 시작한다. 다시 한번 이 글을 빌어 진심으로 어린이집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아이가 부모 말을 잘 듣지 않는 것은 아이만의 정체성이 확립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정체성이 올바르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그리고 사회에 스스로 독립하여 적응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훈육이 필요하다. 그 훈육이 말로만 해서는 내내 훈육만 하다가 하루가 끝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일어나서 밥 먹고 활동하고 자기 전까지 훈육할 것 투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훈육도 좀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부모만의 노하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본능적 회유와 약간의 두려움과 사회적 관계를 적절히 섞어서 아이의 빠른 행동 변화를 유도해 보도록 하자. 그럼 부모가 훈육 스트레스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더 이상 아이가 일찍 일어나거나 어린이집에서 일찍 오는 게 두렵지만은 않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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