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나는 2022년을 어떻게 살아왔는가? 한 번쯤 뒤돌아 보며 생각해 볼 시간이 되었다. 힘차게 2023년을 맞이하기 위해선 2022년을 어느 정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결코 2022년이 아름답지만은 않은 해였다고 하더라도, 마무리만큼은 깔끔하게 정리하고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회사에서도 결산을 할 때 그 해에 잘한 일과 못한 일을 정리하여 보고한다. 그럼 한눈에 내가 올해 어떤 일을 잘했고, 어떤 일에 미흡했는지가 보인다. 그런 제도를 따와서 내 개인 일상에도 잘한 일과 못한 일을 정리해 보고, 한눈에 보기 좋게 결산해보려고 한다. 잘한 일은 더욱 잘하기 위해서, 못한 일은 다음 해에 개선하기 위해서이다. 결국 발전적인 나를 위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2022년 잘한 일
1) 급격한 독서량 증대
상식과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나에겐 독서는 나를 채우기 위해 꼭 필요한 행위였다. 그럼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지난날의 나는 연간 5권의 책도 읽지 않았었다. 하지만 올해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활용하여 본격적을 독서량을 확 늘렸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과정으로 독서를 택했다고 봐야 하겠다. 올해부터 시작한 독서량 늘리기는 한 달에 5권 이상의 책을 읽게 했다. 물론 많은 양의 책을 읽는 것보단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깊이 있게 읽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그럼에도 올해 읽은 책들이 앞서 10년 동안 읽은 독서량을 압도할 정도로 많다는 건 나름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결코 많은 독서량이 아닐지라도 난 올해 독서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달리 했고,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2) 글쓰기 시작(feat. 브런치)
올해 가장 생산적인 일은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이렇게 쓰고 있지만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가장 글쓰기에 최적화되어 있고, 핸드폰으로 글을 쓰기도 용이했다. 지난날의 나는 학창 시절 숙제 외에는 일기조차 쓰지 않았었다. 가끔씩 여자친구에게 썼던 연애편지나 기념일에 아내에게 바쳤던 편지들이 전부였다. 물론 회사에서 보고서를 쓰며 함축적인 글쓰기를 지속적으로 해왔지만, 보고서 상에서는 글씨보단 숫자가 훨씬 많았다. 성인이 되고 이렇게 나를 위한 글을 쓰는 것은 올해부터 처음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떻게 보면 앞서 얘기한 독서와도 연계되어 있지만, 나를 찾는 과정에서 글을 쓰는 게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작게나마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게 9월이니까 벌써 4개월이 지나가고 있고, 100여 개의 글들이 누적되었다.일상을 적어 내려가면서 새로운 생각들을 하게 되고, 스쳐 지나가던 고민들도 깊이 있게 풀어낼 수 있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글쓰기는 나에게 어떤 성장과 기회를 안겨줄지 벌써부터 설레기 시작한다.
3) 회사 전환배치 성공
10년 간의 회사 생활과 소외된 직무에 대한 매너리즘에 빠져 직장인으로서 비전을 찾지 못했었다. 그래서 올해는 업무 역량에 대한 성장보다는 개인적인 발전 가능성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이직 활동도 꽤 심도 있게 했지만, 수십 번 물을 먹고 나서 자포자기한 상태였다. 그래도 3년 동안 팀장에게 업무 전환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던 게 뜻밖의 기회로 찾아왔다. 회사 전환배치 제도에 맞춰 신설된 팀으로 옮기게 된 것이다. 회사 차원에서 그리고 개인적 차원에서 새롭게 맡은 직무는 훨씬 비전이 있어 보였다. 그렇게 성공한 전환배치는 매너리즘에 빠진 나에게 새로운 비전을 갖게 했고, 업무 역량 향상에 더욱 열정적으로 도전할 수 있게 하였다.이도 마찬가지로 내년이 더 기대되지만, 기존에 하던 업무를 걷어차고 온 것이기에 걱정도 꽤나 큰 성취라고 볼 수 있다.
4) 아이와 애착관계 형성
2022년에도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재택근무가 보편화되었고, 앞서 얘기했듯 업무에서 비전을 찾지 못해 거의 대부분의 날들을 자율적으로 7시 반에 출근하여 4시 반에 퇴근했었다. 할 일만 딱 하고 깔끔하게 퇴근한 것이기도 하고, 자율출근제라는 제도로 인해 윗사람 눈치가 덜 보였다. 게다가 회식이나 모임도 자제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가정생활에 더욱 충실할 수 있었다. 2022년은 아이가 세 살이 된 해였고, 난 좀 더 아이와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애착은 함께 한 시간에 비례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최대한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한 한 해였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엄마 손을 많이 찾던 아이가 올해부터는 놀아주는 아빠 손을 더욱 찾았던 것도 한몫했다. 내년엔 새롭게 배정받은 업무로 회사 생활에 많은 시간이 투입될 예정이라, 아무래도 올해만큼 시간을 보내주기는 힘들 것이라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올해 아이와 애착의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은 것이 육아의 관점에서 꽤나 큰 성과라고 볼 수 있겠다.
2022년 못한 일
1) 영어 공부
내 마음속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이다. 영어는 학창 시절부터 계속해왔는데, 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할까? 내 노력이 부족한 것인지, 공부 방식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취업준비하면서 서류를 통과할 수 있을 만큼의 성적은 받았고 승진을 위한 어학 점수도 갖춰놨는데도, 영어로 해외 현지인과 회의를 하거나업무 전화가 오면 그대로 입이 굳어버린다. 아무래도 영어에 대한 접근법이 잘못된 듯하다. 올해도 속으로는 '영어 공부 해야지'라고 다짐했지만, 아무런 실천을 하지 못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계속 미뤄왔고, 결국 올해가 끝나가는 시점까지도 작은 성취조차 이뤄내지 못했다. 분명 영어를 잘하면 업무적으로 당당해지고 기회도 많아져서 좋은 건 알겠는데, 왜 이렇게 하기 싫은 건지 모르겠다. 내년엔 업무적으로 영어를 사용할 일이 많아질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이를 극복할 방법을 모색해 보아야 하겠다.
2) 버럭 화 고치기
올해도 아내와 아이에게 버럭 화를 낸 적이 있다. 나의 가장 나쁜 습관 중 하나가 화를 낼 때 큰 소리로 버럭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가족 간에 불화도 있었고, 아내와 큰 다툼으로 번진 적도 있었다. 분명 안 좋은 방식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화를 다룬 여러 권의 책을 읽고 이를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요약해보면 우선 나 자신을 많이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신체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극한까지 치달아서 마음속 여유가 없는 상태인지 스스로 점검해 본다. 화를 내는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하고, 정 안 되겠으면 그 자리를 회피하는 비상책을 써야 한다. 확실히 지난해에 비해 버럭 화를 내는 빈도수는 줄어들었고, 좀 더 말로 풀어서 조근조근 따지는 식의 화를 내려고 하였다. 화를 참는다는 건 도리어 스스로에게 화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알고, 화를 내는 방식을 바꾸는 노력을 해야만 했다. 아직은 좀 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 가끔씩 버럭 화가 나올 때가 있는데, 내년엔 이러한 '버럭 화'를 종식시키고, '조근 화'가 완전히 자리 잡을 수 있는 원년으로 삼아보고자 한다.
3) 부모님 생각
올해 아이를 키운다는 핑계로 부모님께 소홀했던 게 연말이 된 시점에서 마음에 걸리는 일 중 하나이다. 장모님은 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매일 돌봐주시기에 육아 도움을 많이 받는 것에 감사드리지만, 자주 뵙기 때문에 오히려 챙겨드릴 수 있는 기회도 많았다. 그래서 올해는 장모님과 더욱 가까워진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 부모님께는 신경을 많이 못 써드렸다. 그래도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찾아뵙고 함께 식사도 하였지만, 그때뿐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부모님 생각은 잊은 채 살았다. 내가 그렇다고 엄청난 효자는 아니지만, 생각날 때 안부 연락을 하고 아이의 사진과 영상도 자주 공유해주는 것은 기본적인 도리라고 생각하는데, 이것 조차도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미루고 또 미뤘다. 이제 와서 죄송스러운 마음도 들지만, 후회해 봤자 무슨 소용이겠는가. 내년에 아이를 핑계로 더 많은 연락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아이가 할아버지 할머니 보고 싶다고 해서, 영상 통화 했어요."라는 말을 많이 할 수 있게 말이다.
4) 건강 관리
웨이트 트레이닝을 취미로 꽤 오랜 기간 해왔지만, 올해는 좀 많이 소홀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와 육아로 인해 체력적으로 지친 상태가 한 목 했다. 사실 운동 할 시간이 나면 체력을 보충하느라 자기 바빴다. 그럼에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헬스장에 가려고 노력하였지만, 연말 즈음엔 이런저런 약속과 술자리로 인해 그마저도 못 간 날들이 많았다. 식단도 그리 열심히 하지 않아서 닭가슴살만 좀 챙겨 먹고, 라면, 과자, 술 등 먹고 싶은 것을 스트레스 풀기 위해서라는 자기 위로로 삼고 적극적으로 허용했다. 운동 횟수는 줄어들고 먹는 칼로리는 많아지니, 점차 몸이 불기 시작했다. 아마도 올해가 인생 최대 몸무게를 달성하지 않았나 싶다. 과거였다면 외적인 체형관리에 신경을 썼을 텐데, 이젠 사실 체형보단 건강 관리가 우선이고 체형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효과라고 볼 수 있다. 내년엔 좀 더 건강한 신체 활동과 식습관의 관점에서 내 몸을 아끼려는 노력을 해야 하겠다.
2022년 나만의 잘한 일과 못한 일을 정리해 보았다. 이렇게 간단히 정리하였는데도 올해 내 인생의 큰 흐름들을 짚어 볼 수 있었다. 키워드로 추려보면 독서, 글쓰기, 육아, 전환배치, 영어, 화, 부모님, 건강이 되겠다. 올해의 나는 이런 키워드들로 설명할 수 있겠다. 이렇게 한 해를 요약하고 정리한다는 것만으로도 올해를 마무리하는 데 있어 큰 의미로 다가온다. 게다가 내년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윤곽이 그려지기도 한다. 내친김에 내년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아, 마지막으로 이 글을 통해서 올 한 해동안 내 곁에서 이 시대와 세상을 함께 살아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도 전하고 싶다.
"모두 연말 마무리 잘하시고, 내년엔 더 좋은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함께 살아줘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