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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Jan 27. 2023

회사에서 무시당했을 때 소심하게 복수하기

"자존감 회복을 위한 조그마한 장치"

  회사라는 공간은 인정과 무시가 공존한다. 이것은 곧 경쟁에서 오는 것일 테다. 누군가 회사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거나 상을 받게 되면, 동료들은 그를 축하하며 공로를 인정해 줄 것이다. 하지만 단지 그 공로에 대해서만 인정을 했을 뿐이지 그것이 곧 당신의 친분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즉, 인정은 하지만 그의 성과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경우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진심이 우러러 나온 인정을 받기란 쉬운 게 아니다. 반대로 무시를 받는 경우는 어떨까? 보통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을 넘어 무시까지 받게 된다면, 자존감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아랫사람이 직장 상사를 대놓고 무시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회사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무시는 상사가 아랫사람에게 하는 말이나 태도로 점철된다. 또한 비슷한 연차의 동료들끼리도 은근히 무시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런 무시는 결국 누군가 경쟁에서 뒤처졌을 때 쫓아가 짓밟는 행위와 같다. 그러므로 무시를 당했다고 느끼는 경우엔 상당히 기분이 나빠지고, 자기 방어적인 태도가 나올 수밖에 없다. 스스로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무시를 한 상대에게 좀 더 복수를 꿈꿔봐도 괜찮을 것이다.


아, 맞다!

  보통은 상사에게 무시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놓고 복수하는 건 쉽지 않다. 대학은 나온 거 맞냐는 둥, 아직도 이 것밖에 못하냐는 둥, 내 뇌의 안부를 자꾸 물어보는 상사가 지속적으로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할 때 화를 주체하기 힘들고, 자존감이 바닥을 찍는다. 이럴 땐 그대로 무너지지 말고 소심한 복수를 꿈꿔보도록 하자. 가장 대표적으로 나도 상사의 말을 무시하는 것이 있다. 눈에는 눈 전략이다. 상사가 무언가를 지시할 때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면, 일단 '네네' 한 다음 지시한 일을 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상사가 시킨 일이 아주 하찮은 부탁 같은 것이어야 한다. 중요한 업무라면 꼭 지시한 대로 해야 후환이 남지 않는다. 보통 상사가 시킨 일 중에 이런 사소한 일들은 본인도 까먹는 경우도 많고, 문득 생각이 나서 물어 오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가 바로 소심한 복수를 할 기회이다. 상사가 갑자기 생각난 듯이 물어온다.


"아, 그때 내가 말한 거 어떻게 됐어?"


나는 정말 시킨 일이 너무나 많아서, 그 일은 추호도 생각지도 못했다는 얼굴로 그를 보면서 깜짝 놀란 척한다.


"아, 맞다!"


아주 함축적으로, 내가 너의 말을 일부러 무시한 게 아니라 네가 시킨 일이 너무 많아서 사소한 일은 깜박했다는 것을 표현하는 무적의 말이다. 상사는 그리 큰 업무가 아니기에 뭐라 하지도 못하지만, 속으로는 좀 불편함을 느낀다, 이 정도로 화내거나 무시하면, 속 좁은 상사가 될 수 있기에 체면을 차리기 위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됐어... 까먹지 말고 다음에 챙겨서 해줘"


이렇게 마무리되었다면, 소심한 복수의 성공이다. 사소한 일을 일부러 하지 않음으로써 상사를 기분 나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속은 쓰리지만 너무나 사소한 일이라 대놓고 화내기도 어려울 테니, 나도 그에게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준 효과가 있다. 이렇게 소심한 복수로 통쾌함을 느낄 수 있으니, 상사에게 지속적으로 무시를 받는 경우 써먹어 보도록 하자. 단, 너무 자주 쓰면 한꺼번에 싸잡아서 한 번에 화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이 전략은 간헐적으로 사용야만 하겠다.


잠깐만 빌릴게요

    는 상사에게 써먹을 수도 있지만, 주변에 간간이 나를 무시하던 얄미운 동료들에게 쓰기 좋은 수법이다. 동료들은 보통 어떠한 업무에 대한 무시보다는 나의 존재감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나를 빼고 점심을 먹으러 가거나, 에게만 인사를 안 한다거나, 회의할 때 내 의견에 토를 달거나 하는 것들이다. 이렇듯 치사한 방법으로 은근히 나를 무시한다고 비치면, 나도 은근히 복수하면 된다. 바로 물건 빌리기다. 간단하게는 볼펜이나, 포스트잇을 빌릴 수 있겠다. 그다음에 돌려달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주지 않는 것이다. 보통 이런 사소한 걸로 돌려달라고 잘 말하지 못하기 때문에 잠깐만 빌린다고 하고, 그냥 쭉 내가 쓰면 된다. 만약 애매하게 돌려달라고 말한다면, 소심한 사람 취급을 하는 것 또한 복수가 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흐름을 기억해 보자.


"저, 죄송한데 남는 볼펜 있으면 잠깐만 빌려주세요."


남는 볼펜이 없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내키지 않아도 거절하면 본인의 속내가 드러날까 봐 무심한 듯 흔쾌히 빌려줄 것이다.


"여기요..."


나는 그것을 받고, 고맙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인다. 얼마 시간이 지나고 그 사람이 돌려받고 싶을 때 나에게 말을 건다.


"혹시 볼펜 다 쓰셨어요?"


그럼 이때다 싶어서 나는 큰소리로 주변에 다 들리게 대답한다.


"에이, 그거 얼마나 한다고... 내가 안 돌려줄까 봐 그래요?"


그럼 그 사람은 빌려주고도, 주변에 소심한 이미지로 비칠까 봐 우려스러운 마음이 든다.


"아니에요. 더 쓰시고 주세요..."


이것이 바로 남의 것을 맘대로 쓰거나, 빌려준 사람을 민망하게 만드는 소심한 복수 전략이다. 단, 사소한 게 아닌 서적이나 마우스, USB 같은 물건은 다시 돌려줘야 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애초에 빌리는 목록에서 제외하도록 하자. 대략 빌리고 돌려주지 않아도 될만한 사소한 물건은 자, 칼, 가위, 풀, 수정테이프, 스테이플러 등이 있겠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너무 많이 써먹으면 '사무용품 콜렉터'로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기 때문에, 나를 무시하는 상사나 동료들에게만 가끔씩 써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누구시죠?

  이건 가장 확실한 복수 방법이긴 하지만, 사회적 관계가 아예 끊어질 수 있을 만큼 심한 부작용이 있는 전략이다. 상사에게는 하기 어렵고 동료들 중에 나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에게 맞불 작전으로 똑같이 무시하는 것이다. 바로 '내 자존감은 내가 지킨다' 전략이라고 볼 수 있겠다. 업무적인 무시를 넘어 존재 자체를 무시받는 경우에 한해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내 자존감이 완전 바닥을 쳤을 때 특별하게 사용해 보도록 하자. 예를 들어 내 욕을 주변사람들에게 대놓고 한다거나, 일부러 회의 시간 변경된 것을 나에게만 말해주지 않았을 때가 있겠다. 이럴 때 나도 나를 무시한 그들을 철저하게 무시한다. 아예 없는 사람 취급을 하거나, 처음 본 사람 취급을 하는 것이다. 그 사람과 똑같이 나도 주변사람들에게 그 사람 욕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 그와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니 그저 그 사람이 나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일관하는 게 차라리 낫다. 최대한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그와 말을 섞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바로 옆에 있어서 말로 해도 될 것을 메일로 보내거나, 자리를 비웠을 때 쪽지로 남겨 놓는다. 그 사람도 눈치가 있다면 싸한 느낌이 들 것이다. 여기서 그 사람이 용서를 구하며 접고 들어온다면 다시 관계가 개선될 여지가 있겠지만, 주변에 뱉어놓은 말과 행동으로 그럴 가능성은 적다. 결국 이런 식의 복수는 나와 그 사이의 사회적 관계가 끊어지게 될 염려가 큰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내 자존감이 도저히 버티지 못할 정도 일 때 최후의 방법으로 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만 사용하도록 해야 하겠다.


  회사를 다니면서 무시를 당하는 경우는 상당히 많다. 그래도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인정을 꽤 받으면, 틈틈이 들어오는 무시 상쇄가 가능하다. 하지만 인정보단 무시의 영역 커서 회사에 있는 대부분의 시간이 괴롭다면 그냥 스트레스만 받고 버틸게 아니라 이를 풀어내는 방식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게 바로 앞서 소개한 세 가지 복수법들이다. 요약해 보면, 상사에게 업무적으로 무시당했을 땐 상사가 지시한 업무 중 하찮은 것들을 깜박한 척하는 '아 맞다' 전략이 있다. 이는 상사의 지시를 은근히 무시하며, 본인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소심한 복수다. 또한 직장 동료에게 본인의 존재를 무시받았을 땐 사소한 물건을 그에게 빌린 후 돌려주지 않 '평생 빌리기' 전략도 있다. 이는 동료의 무시를 우회적으로 보복하는 소심한 복수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의 심각한 무시로 인해 나의 자존감이 바닥이 쳤을 땐 맞불 작전으로 똑같이 무시하며 상대를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만드는 '누구시죠?'전략이 있겠다. 이는 밑바닥까지 내려간 나의 자존감을 끌어올리는 최후의 복수이지만, 사회적 관계가 끊어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소심한 복수들은 결국 상대의 무시에 대한 나의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작은 장치 같은 것이다. 너무 자주 애용하면 안 되겠지만 이런 소심한 복수로 괴로웠던 회사 생활에 작은 활력을 얻을 수 있다면, 가끔씩은 눈 딱 감고 한 번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만약 이런 전략을 쓰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보인다면, 그들이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이라 여기고 모른 척해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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