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공주님'은 이제 네 살이다. 공주님이라고 칭한 이유는 물론 소중하고 예뻐서이기도 하지만, 정말 공주님처럼 모시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아이가 사고를 치거나 말도 안 되는 떼를 쓸 때 이를 악물고는
'긍즈님'이라 말하기도 한다. 스스로 혼자 할 수 있는 게 많아진 나이이다 보니, 자기주장도 굉장히 세지고 있다. 문제는 이게 올바른 행동인지, 사회적으로 용인이 가능한 행동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이제는 때가 되었다. 그동안 애지중지하고 떼를 써도 그냥 해주고 넘어갔었지만, 사람들과 어울리고 사회인으로서 독립적으로 살아가려면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는 것을 훈육을 통해 깨닫게 해주어야만 한다.
얼마 전 훈육을 시작하고서부터는 아이는 매번 울음판이다. 부모의 행동이 달라진 것을 본인도 느끼고 있으리라. 아이가 울 때마다 마음이 약해진 적도 있고, 심지어 아이의 떼를 못 이기는 척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훈육할 때는 부모가 단호하게 일정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는 데 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그러다 보니 내가 자주 하게 되는 말이 있다.
"이번 한 번 만이야, 다음부터 그러면 안돼!"
아이는 본인이 스스로 쟁취했다고 또는 이겼다고 생각하는지 울음을 뚝 그치고, 언제 그랬냐는 듯 문제의 행동을 반복한다. 나는 그저 한숨을 쉬며 지켜볼 뿐이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그럴 수는 없다. 아이의 버릇이 나빠지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을 부모는 없기 때문이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독하게 마음먹고, 아이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훈육의 전략'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몇 번의 시도 끝에 아이가 잘 받아들이는 훈육의 방법을 찾았다.
1) 무표정으로 다 울 때까지 기다리기
일단 아이가 떼를 쓰기 시작하면 몇 번은 말로 풀어보려고 하지만, 도저히 말도 안 되는 것으로 떼를 쓰면 난 무표정을 하고 입을 닫아버린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옆 테이블 아이의 장난감이 탐이 나서 자기도 저걸 달라고 우기기 시작하는 경우다.
"아빠, 난 왜 저거 없어? 나도 저거 줘!"
"저건 친구 꺼고 똥이는 여기 토끼 인형 있잖아!"
"토끼 싫어, 저거 갖고 싶어! 저거 줘!!"
이런 식의 스토리로 떼를 쓰며 울기 시작한다. 나는 도저히 말이 안 통한다고 판단이 들어서 울고 불고 해도 "안돼!"라는 말 한마디 후 입을 꾹 다문다. 아이도 이제 4살쯤 되니 상대의 표정과 분위기를 살피는 사회성이 어느 정도 확보가 된 상태이다. 따라서 아무래도 아빠가 안 들어줄 것이 파악이 되면 적당히 울다가 멈추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른 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럼 그때부터 난 다시 대응해 준다. 이보다 떼를 더 많이 쓰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는 경우는 그 자리를 피해 유모차를 태우고 밖으로 나간다. 그다음부터는 똑같이 "안돼!"라는 말과 함께 무대응으로 일관한다. 그러고 나서 아이의 떼가 모두 끝나면, 떼를 써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부드러운 목소리로 인지시킨다.
"똥이야, 세상엔 똥이 맘대로 안 되는 것도 있는 거야. 뭐든지 똥이 원하는 대로만 할 수는 없어. 알겠지?"
2) 선택권 주기
아이가 혼자서만 자라다 보니 친구들이나 동생들에게 양보의 미덕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는데, 같이 노는 놀이터나 키즈카페에 가서 놀다 보면 여러 연령대의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게 된다. 물론 그러다 보면 아이들끼리 갈등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보통 하나의 놀이기구를 서로 먼저 타려고 할 때나 하나밖에 없는 장난감을 독점하고 싶어 할 때 그렇다. 우리 아이도 다른 아이들과 이런 갈등을 보일 때면, 울고 불고 아빠에게 와 떼를 쓰기 시작한다.
"자꾸 친구가 뺏어요! 동생이 안 비켜요! 나 혼자 타고 싶어요!"
"똥이야, 여기 있는 장난감들과 놀이 기구들은 다 같이 사용하는 거야. 차례차례 기다렸다가 한 명씩 돌아가면서 함께 노는 거야"
"싫어요! 제가 먼저 왔단 말이에요!"
아이도 억울한 부분이 있겠으나, 함께 노는 자리에서 화내고 떼쓰는 것 자체를 억누르는 것이 목적이므로 이럴 때 나는 아이에게 선택권을 준다.
"아이들이랑 여기서 사이좋게 놀 거야? 아니면 집으로 갈까?"
아이는 그럼 떼쓰는 걸 어느 정도 멈추고 "사이좋게 놀 거예요"라고 말하고는 다시 놀이기구 있는 쪽으로 도망치듯 뛰어간다. 아이는 아직까지 한 번도 집으로 가자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아이에게 양자택일의 선택권을 주는 것은 떼쓰는 걸 빠르게 멈추게 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상황 별로 여러 가지 방식들이 있다.
"밥 다 먹고 아이스크림 먹을래? 아니면 둘 다 안 먹을래?"
"지금 낮잠 자고 일어나서 아빠랑 놀러 나갈래? 아니면 혼자 계속 놀래?
"이 장난감 나중에 생일 선물로 사줄까? 아니면 그냥 갈까?
이러한 모든 상황에서 아이는 울먹이긴 했지만 한 번도 후자의 선택을 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아이가 참아내는 선택을 했을 때 난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에게 그 선택에 대한 행동을 해주려고 노력했다.
3) 미리 경고하기(마지막 한 번)
아이를 키우다 보니 내 아이만의 떼쓰는 포인트를 알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상황이 왔을 때 아이가 떼쓰게 될 것을 미리 감지하여, 사전에 조금 조치를 취해 놓을 수가 있다. 가장 빈번하게 하는 것 중 하나는 키즈카페 종료 시간이 다가왔을 때다. 아이는 무아지경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고 있는데 종료 시간이 다가와서 짐을 싸고 바로 나가자고 말하면, 당연히 아이는 더 놀 거라고 떼를 쓰기 시작한다. 그래서 난 종료 시간 10분 전에 미리 아이를 불러서 말한다.
"똥이야, 우리 이제 10분 밖에 안 남았으니까, 마지막 한 번만 실컷 놀고 와서 가는 거야. 알겠지?"
아이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알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10분이 다 지나가기 전에 와서 먼저 가겠다고 하는 기적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게 아니어도 10분이 다 된 후 아이를 부르면, 아이는 마음의 준비를 해놓았기 때문에 조금 더 수월하게 키즈 카페를 나올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저녁에 목욕을 하러 갈 때도 동일한 패턴이다. 한참 TV에 빠져 있는 아이에게 곧바로 TV를 꺼버리고 이제 목욕하러 가자고 말하면, 아이는 TV를 갑자기 꺼버린 것에 분노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미리 경고를 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똥이야, 저것만 마지막으로 보고, 아빠랑 씻으러 가는 거야. 알겠지?"
이 때도 마찬가지로 아이가 아직 만화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본인이 먼저 리모컨으로 TV를 끄고 "나 이제 목욕하러 갈래"라고 말해주는 기적이 발생되기도 한다.
이렇듯 미리 경고를 하거나 마지막 한 번만 하는 거라고 제한을 두게 되면, 아이는 그때에는 잘 듣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마음속으로는 끝낼 준비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미리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떼를 쓰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즐겁고 신나는 일도 끝내야 하는 때가 있음을 미리 알려줄 수 있어 아이와의 갈등의 상황에 빠지지 않고 부드럽게 마무리할 수 있다.
앞서 얘기한 3가지 훈육법으로 인해서 아이도 나도 관계적으로 더욱 편해지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훈육을 전담하는 사람이 없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말도 안 되는 것으로 심하게 떼를 쓰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어른이 훈육을 시작하는 것이다. 대신 부모의 훈육 방식이 잘못되는 경우에는 아이와의 관계가 틀어질 수가 있으므로, 일관성 있게 그리고 감정적이지 않도록 아이를 대하며 훈육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가 내 아이를 훈육하기 위한 자체적인 전략들을 고민해 보아야 하겠다. '아이는 항상 잘못된 행동과 태도를 보이니까 아이인 것이고, 그게 당연한 것이다'라는 인식을 갖고, 하나의 상황이 발생되면 내 전략을 어떻게 활용해서 훈육을 시킬지만 빠르게 고민하면 된다. 그럼 '이 애가 나를 왜 이렇게 힘들게 하지?' 또는 '얘는 왜 내가 얼마 전에도 말했는데 못 알아듣는 거야!'라는 감정의 동요에 빠지는 일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부모의 올바른 훈육의 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본 마음가짐을 갖게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