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7년 차인 아내와 나는 최근 갈등을 빚는 요소가 있다. 결혼하기 전 살아온 환경과 배경은 서로 비슷하나, 결혼 후 지향하는 방향이 약간은 서로 다른 것 같다. 결론은 "우리 가족 모두 오래도록 행복하자!"인데, 그 행복을 이루기 위한 과정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듯하다. 아내는 공무원 생활 11년 차이다. 최근 파견직으로 나와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을 지원하는 업무를 하고 있는데, 일 자체가 그리 난이도가 높지 않기에 이전 부서보다 훨씬 순조롭게 일하고 있다. 야근도 없고 상사 눈치 볼 일도 별로 없어서 심적으로 편안해 보인다. 오죽하면 내후년 파견이 종료돼서 복귀하는 시점을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나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민간기업에서 11년째 연구원 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 부서를 옮기고 나서 야근도 잦고 술자리도 잦다. 다행히 주말까지 출근하는 일은 잘 없는데, 일이 적성에 맞아서 업무량이 많아도 그리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는 않다.
각자의 직장 사정이 있다 보니, 7년 차 맞벌이 부부에게도 집안 살림에 대한 갈등은 여전히 존재한다. 여기서 집안 살림은 집안일뿐만 아니라, 살림을 채우는 일 그리고 육아까지도 포함한 넓은 범위의 의미이다. 집안일은 서로가 어느 정도 나누어하고 있는데, 아내가 주로 요리와 설거지, 빨래 돌리기, 화장실 청소 등을 맡고 있고, 내가 주로 분리수거, 빨래 개기, 방 청소 등을 맡고 있다. 아무래도 요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에 아이와 놀아주는 것은 내 담당이다. 집안에 무언가를 채우는 일은 거의 아내가 전담한다. 떨어진 것이 있으면 그때그때 아내가 채워 넣고, 아이에게 필요한 물품까지도 알아서 마련해 놓는다. 심지어는 내 옷과 내가 좋아하는 음식까지도 온라인으로 주문해 주기까지도 한다. 물론 온라인으로 찾아보고 주문하는 시간 동안엔 내가 아이를 돌본다. 나름대로 협력적으로 집안 살림 체계가 갖춰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내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최근 들어 내가 회사 일 외에도 개인적으로 하는 일들이 있다. 지금처럼 플랫폼에 글을 써서 발행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출판사와 계약서를 쓰고 1차 원고까지 제출해 놓았다. 게다가 뒤늦게 성우의 꿈을 갖고 매주 금요일 저녁 3시간씩 두 달간 학원을 끊어놓은 상태이다. 이 꿈을 펼치기 위한 연습 겸 유튜브도 최근 개설하여 운영 중에 있다. 또한 큰돈은 아니지만 장기 투자 관점에서 우량주 주식을 적당한 기회가 오면 틈틈이 모아가고 있기도 하다. 물론 7년간 이어오던 웨이트 트레이닝이라는 취미 활동은 그 빈도수가 많이 줄게 되었다. 단, 주 3회 한 시간씩 건강을 유지하는 정도로만 하려고 노력 중이다. 도저히 네 살 난 아이와 놀아주면서 헬스까지 매일 병행할 체력은 없었기 때문이다.
아내는 회사 일 외에 내가 개인적으로 벌이고 있는 일들을 그리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내가 나름대로 일과 집안 살림을 재쳐두지 않고 최대한 병행하면서 틈틈이 하고 있다 하더라도 시간과 돈이 투입되는 이런 행위들이 그저 인생을 소모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시간과 돈으로 회사 일에 몰입하고 집안 살림과 육아를 좀 더 해줬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아내가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한 것이 주식이야 지금 플러스 수익률이지만 워낙 소액이고 지금 당장 수익을 실현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그저 장기적으로 묻어둔다고 해도, 나머지 활동들에서 어떠한 성과를 아내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준 일이 없다. 글을 열심히 6개월간 썼더니 출판사로부터 받은 계약금 50만 원이 전부였다.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것에 비해 현저히 적은 금액이다. 아내가 말했다.
"차라리 회사에서 일을 더 해서 야근을 많이 하면, 한 달에 고정적으로 30에서 50은 수당으로 받을 텐데..."
야근 수당을 못 받을 거면 본인이 회사에서 야근해서 수당 받아올 테니까 집에 일찍 와서 집안일을 더 하고 아이와 놀아주라고도 말한다. 이런 말을 들었을 때 할 말은 없지만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다. 내가 생각해도 벌이기만 벌이고 수확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가 네 살이다 보니, 한창 집에 일손이 많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아내가 말한 말들이 좀 더 가족의 행복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아내는 아이가 좀 더 커서 부모의 손이 덜 필요해질 때, 그때 자아실현이든, 부업이든, 취미생활이든 맘대로 하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타이밍이 아니라고 말한다.
나는 아내의 강력한 반대의 표현에도 결코 포기하지는 않았다. 어느 책에서 이런 글귀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자신이 무언가를 새롭게 할 때 가장 큰 방해물은 가장 가까운 사람의 조언이다."
누군가가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실패와 좌절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고, 가장 가까운 사람은 그러한 우려와 걱정 때문에 쉽사리 그를 응원만 할 수는 없다. 그러다 보니 조언 비슷한 충고와 참견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것들이 누군가가 새로운 일을 할 때 추진력을 떨어뜨리고 심지어는 포기하게 되는 일 까지도 발생한다.그러면 그는 가까운 사람의 말만 듣고 지금껏 하던 것만 해서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일까. 나는 결코 그렇지 않을 거라 예상해 본다. 누군가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엄청난 각오다. 시기적절한 타이밍에 동기부여를 받고 그로 인해 마음가짐을 다시 한 뒤, 행동으로 옮기는 열정까지 갖춰야만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다. 누군가가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그만큼 몸과 정신이 건강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체력적으로 지치고 정신적으로 우울한 상태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내가 말한 현실이 어떠한 것인지는 안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 시작하고 벌이고 있는 일들을 현실의 벽에 부딪쳐 쉽사리 포기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난 지금 누구보다도 내 인생이 변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내가 말한 대로 살아간다고 하면 가정의 평화가 찾아오고 더욱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한 목표와 꿈을 저버리고, 가족에게만 희생해서 살아간다면 그 가족은 과연 행복할까. 나는 일과 가정에 최선을 다 할 것이다. 그리고 내 꿈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나는 그런 잠재력이 있고, 그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 실패하더라도 두렵지 않다. 이를 통해 분명 깨닫고 얻어갈 것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이에게도 아빠가 꿈에 도전하여 성공하였든, 실패하였든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긴다. 그런 나이가 오면 아이도 알게 되리라.아내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조금만 더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봐 준다면, 내가 새로운 일을 하는 동안 배운 모든 것들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놓고 말할 수 있을 날이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나는 어떤 말을 아내에게 전할 수 있을까.
"그때 그냥 당신 말 들을 걸 그랬어..."
아니면,
"거봐! 내 말이 맞지? 잘 될 거라 했잖아!"
아니다.
"꿈을 꿀 수 있어 행복했어. 옆에서 응원해 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