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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Sep 28. 2023

성우지망생이 유튜브 채널을 두 달 운영해 보고 느낀점

늦깎이 성우 도전기(7)

  성우지망생으로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지 두 달이 흘렀다. 그전까지도 아이 영상을 기념으로 몇 개 올렸지만, 꾸준히 해오진 못했다. 아이 영상들을 비공개로 돌리고 "목소리로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겠다"는 나만의 비전을 설정한 후 유튜브 채널을 새롭게 리뉴얼했다. 처음엔 호기롭게 어차피 성우지망생으로서 녹음 연습도 할 겸, 내가 읽고 싶었던 글들을 낭독하고 이를 콘텐츠로 만들어 쉬이 업로드하였다. 특히나, 브런치에 내가 직접 발행한 글들 중 조회수가 꽤 나왔던 글들을 선별하여 내 목소리로 낭독한 뒤 결과물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조회수가 아주 처참했다. 아무리 성우 낭독 연습한 것을 그저 단순히 업로드할 뿐이라고 하더라도, 보고 듣는 사람이 없다면 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유튜브 채널을 좀 더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긴 한데, 유튜브가 성장하면 할수록 성우로서의 꿈도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유튜브에 목소리를 활용한 콘텐츠를 찾아보고, 이 채널은 왜 구독자와 조회수가 높은지 면밀히 살펴보았다. 즉, 내 채널을 키우기 위한 벤치마킹을 시작한 것이다. 보통 성우지망생, 오디오 크리에이터, 북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의 채널을 중점적으로 보았다. 소위 잘 나가는 채널들은 분명한 특징들이 있었다.


1) 목소리가 이미 전문 성우에 가깝다.

2) 영상과 오디오의 퀄리티가 좋다.

3) 콘텐츠의 주제가 자기 계발, 위로, 인생, 숙면 등이다.


하나씩 살펴보면, 나는 성우지망생으로서 유튜브에 접근했지만 이미 인기 채널은 발음과 발성이 전문 성우였다. 실제로 오디오북 플랫폼을 통해서 들은 성우들과 실력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성우들이 유튜브 영역까지 넘어와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되었다. 실력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은 나에겐 그저 숙제로 남았다.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 올리다 보면, 내 목소리를 찾는 구독자들이 생길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두 번째로, 영상과 오디오의 퀄리티가 뛰어나다는 것은 눈과 귀의 즐거움을 둘 다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상을 분위기 있게 편집하고 오디오를 듣기 좋게 보정하는 것은 전문적인 스킬이 필요할 뿐 아니라 시간도 많이 투입되어야 한다. 나 또한 프리미어프로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편집을 하고 있지만, 영상 제작과 편집은 또 다른 전문 영역이라 쉽게 접근하기가 어렵다. 기초적인 컷편집이나, 노이즈 제거, 음량 높이기 정도는 할 수 있어도 뭔가 그럴듯한 디테일은 시간을 투자하여 새롭게 배워야만 한다. 여기서 딜레마에 빠진다. 유튜브 채널을 키우려면 이러한 영상과 오디오 편집 기술과 장비를 고급화해야 하지만, 직장인으로서 성우 연습을 하기에도 시간과 예산이 항상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성우 연습에 더욱 집중하고 편집 기술은 기본만 하기로 했다. 현재 수준에서 영상 퀄리티까지 욕심 내는 것은 가랑이가 찢어지는 일이라 판단했다. 혹여나 유튜브 채널이 잘 되면, 전문 편집자를 고용하는 것이 훨씬 내 꿈에 빠르게 다가서는 데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콘텐츠의 주제이다. 소리를 활용한 오디오 콘텐츠는 굉장히 다양했다. 대표적으로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북 채널부터 명사의 명언들을 그러모아 말해주는 자기 계발 채널, 책을 소개하고 리뷰하는 북튜버 채널,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와 숙면을 청하는 목소리 ASMR 채널까지도 있었다. 조금 젊은 느낌으로 가면,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더빙, 성우지망생 브이로그 또는 웹툰이나 웹드라마 더빙 등이 있다. 물론 성우지망생들을 위한 전문 성우들의 교육 영상, 인터뷰, 성우 직업 체험에 대한 콘텐츠도 상당히 많았다. 이미 유튜브는 전문 성우들이 활발히 참여하는 시장인 것을 또다시 알게 되었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아 새롭게 진입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벽처럼 느껴졌다.



  마음가짐을 달리 해야 했다. 유튜브를 하는 목적을 다시 정립해 보기로 했다. 우선 가장 큰 목표는 꾸준히 성우 연습을 하기 위한 공간을 마련해 놓는 것, 둘째로 내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는 것, 마지막 후순위로 유튜브 채널을 성장시켜 수익을 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실상 내가 하고자 하는 콘텐츠 시장이 레드오션이든 말든, 무엇으로 콘텐츠를 만들어야 인기를 끌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자체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내가 그날 읽고 싶은 글을 낭독하고 연습한 뒤에 영상 퀄리티에 신경 쓰지 않고 가볍게 정돈된 상태로만 꾸준히 업로드하는 것에 집중면 된다. 그렇게만 해도 앞서 목표한 두 가지는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 후순위 목표인 '유튜브 채널 수익화'는 채널을 꾸준히 운영하다 보면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만 당분간 접근해야 하겠다.


  내가 성우지망생으로서 두 달간 운영하였던 유튜브 '조은소리' 채널은 아직까지 100명도 안 되는 구독자만 있을 뿐이고, 조회수도 모든 콘텐츠를 합쳐 5천 회를 간신히 넘는 수준일 뿐이다. 내가 자기 계발과 동기부여 관련된 분야를 좋아하고 독서도 취미생활로 즐기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명언, 책리뷰, 문학, 철학 등의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류의 글들을 낭독 연습 하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스스로도 동기부여가 많이 되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작게나마 '좋아요'와 댓글까지도 달아주는 시청자들이 있어 내 목소리를 알리고 소통하는 재미는 덤이다. 이렇게 그저 가볍고 재밌게 운영하다 보면 또 다른 아이디어와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 한다. 내가 가장 잘하는 '별생각 없이 꾸준히 하는 것'만이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시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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