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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Nov 22. 2023

성우지망생 목소리 샘플 만들기

늦깎이 성우 도전기(9)

  성우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목소리가 어떻든 간에 한 작품의 캐릭터를 아주 찰떡같이 소화해 내면 그것만큼 성우로서 최선을 다한 일이 없다. 성우의 세계는 결국 누가 어떤 작품을 해냈느냐가 그들의 경쟁력이고 포트폴리오가 된다. SNS와 유튜브를 돌아다니다 보면 성우의 음성 녹음본을 실제로 들어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TV를 틀어봐도, 대중교통을 타고 있어도 광고 속의 성우 음성을 들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이렇게 프로의 목소리를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나와 같은 성우지망생들에겐 좋은 교보재가 된다. 즉, 프로 성우들에겐 자신을 알리는 포트폴리오 음성이 성우지망생들에겐 아주 훌륭한 참고서가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좋은 환경 속에서 성우지망생들은 어떻게 연습하면 좋을까? 그저 쉽게 들을 수 있는 성우들의 음성을 따라 하며 연습하기만 하면 될까? 마치 좋은 글을 따라 쓰며 습작하듯이 프로의 다듬어진 목소리를 따라 하는 것도 물론 좋은 연습이 될 테다. 하지만 앵무새처럼 성대모사하듯이 따라 하는 것보다는 내 고유의 목소리로, 내 연기력을 살려서 연습하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나 또한 몇몇 유명 광고들의 목소리를 분위기는 비슷하게 가져가면서도 나만의 것으로 바꾸어 녹음을 해본 적이 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고, 1대 1로 프로의 광고 속 음성과 비교해 볼 수 있어서 내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광고뿐만 아니라 성우가 되면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하나씩 시도하고 연습해 보았다. 가장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내레이션이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여 다양한 내레이션 대본을 연습하고 있다. 내레이션도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대본 내용의 분위기에 맞게 목소리 연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튜브는 마치 나에게 연습장과 같은 공간이다. 실컷 녹음 연습하고 콘텐츠를 제작하여 반응을 살피고 부족하다 싶으면 업로드된 콘텐츠를 삭제하기도 한다. 구독자는 100명뿐이지만 가장 최근에 올린 콘텐츠에서는 "편안한 목소리라서 자주 들으러 올 것 같아요."라는 아주 소중한 댓글이 달렸다. 이 댓글이 나에게 큰 힘을 준 것은 내가 연습하고 있는 방향의 불확실성을 확실한 방향으로 짚어주었기 때문이다. 결국 목소리로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겠다는 내 야심 찬 포부가 아주 작게나마 시작되고 있는 것이었다.



  광고와 내레이션 연습과 더불어 내가 브런치에 쓴 글을 직접 읽어보는 연습도 했다. 내가 쓴 글을 내 목소리로 읽어 녹음하면, 분위기를 쉽게 잡을 수 있어 더 편안한 녹음이 되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오디오북 제작이다. 내 책을 세상에 나오게 해 준 출판사 편집자님께 연락을 했다. 출판된 책 중 하나를 골라 오디오북을 제작하여 유튜브에 올리고 싶다는 뜬금없는 요청을 한 것이다. 무슨 용기로 이런 얘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당시엔 가장 해보고 싶은 활동 중 하나였다.


  해성스님의 <오늘, 내 마음이 듣고 싶은 말>이라는 책의 오디오북을 녹음하기 시작했다. 한 장짜리 내레이션은 길어봐야 10분 정도의 녹음본이 나오는데, 책은 훨씬 더 많은 녹음 시간이 필요했다. 읽고 자르고 편집하고 다시 녹음하고... 고난의 연속이었다.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며칠간 이 활동에만 목을 매다가 더는 못하겠어서 50분짜리 녹음본까지만 만들었다. 결국 책의 절반만 읽은 미완성의 반쪽짜리 오디오북이 되었다. 이 미완성 녹음본은 내 유튜브 채널에 25분씩 나누어 업로드되어 있다.  반응이 좋았다면 풀버전으로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반응도 뜨뜻미지근했다. 성우 연습 중 가장 힘들었던 경험이었다. 성우가 되면 목소리를 이렇게 장시간동안 내야 한다는 것에 새삼 목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 외에도 목소리로 할 수 있는 여러 활동들을 지원하였고, 그에 따라 여러 가지 녹음본들이 만들어졌다.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지만 내 PC에 저장되어 있는 수많은 녹음 파일들은 성우지망생으로서 남들에게 내 목소리를 알릴 수 있는 좋은 샘플이 되어줄 테다. 프로 성우들은 작품 이름과 역할만 말해주면 된다. 예를 들어 원피스 주인공 루피 역을 맡았다거나, 뽀로로 역할을 했다거나 하는 식으로 굳이 목소리 샘플을 보내주지 않아도 대중들은 곧바로 실력을 가늠할 수가 있다. 하지만 성우지망생들에겐 그런 엄청난 포트폴리오가 없기 때문에 연습하고 녹음한 목소리 샘플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만 한다.


  가끔 카카오톡 성우지망생 오픈 채팅방에 이들의 샘플을 들어볼 때가 있는데, 정말 성우 못지않게 연기하는 목소리에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나는 내레이션 샘플은 어느 정도 확보가 되었지만, 아직 연기 샘플은 부족한 상태이다. 성우지망생 공부 순서가 내레이션, 오디오 드라마 연기, 애니메이션 연기 순이라고 하는데, 이제 슬슬 오디오 드라마 연기 연습도 시작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 머뭇거리고 있다. 스터디를 해야 하나? 아니면 다시 성우 학원을 다녀야 하나?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성우지망생으로서 고민이 많아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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